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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이란 무엇인가?

'중국몽'은 보다 힘 있고 보다 자신감 있는 중국과 관련이 있다. '중국몽'은 서구 세계에 더 이상 빚진 게 없는, 그래서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중국의 꿈이다. 중국인을 위한 중국의 꿈이다. 일본의 '아름다운 일본' 비전은 일차적으로 20여년 동안 경제적·문화적으로 침체됐던 일본을 구출해내려는 구상과 관련 있다. '아름다운 일본' 또한 궁극적으로 일본인들의 혁신과 변화를 자극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그렇다면 '코리안 드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현재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영감을 줄 것인가?

  • 홍석현
  • 입력 2015.05.29 12:57
  • 수정 2016.05.29 14:12
ⓒASSOCIATED PRESS

'중국몽(中國夢)'이 주목 받고 있다. '중국몽'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2012년 11월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 자리에 오르자마자 주창한 개념이다. 프랑스의 중국학 연구자인 다비드 고세는 허핑턴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중국몽이 교차점에 위치한다고 기술했다. 초고층 빌딩과 공장으로 상징되는 '현대 중국', 공자의 '문명 중국'과 세계 모든 나라의 정치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글로벌 차이나'가 교차하는 곳에 '중국몽'이 위치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말한다면, '중국몽'은 중국의 새로운 문화적·경제적 자신감을 의미한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이라는 자심감의 표현이 전 세계로 울려 퍼지기를 희망한다.

일본인들은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을 깊이 의식하고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도 자신의 꿈 버전을 제시했다. '아름다운 일본'(美しい日本)이다. '아름다운 일본'은 문화적으로 보다 세련되고 자신감 있는 일본이다. 글로벌 플레이어(global player)가 되기 위해 재원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일본이다. 아베 총리의 꿈은 일본이 오욕의 역사를 뒤로하고 뭔가 더 커다란 목표를 위해 노력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다. 적어도 그는 우리가 그렇게 생각해주기를 바란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문화적 영향력이 가장 큰 나라, 동북아·동남아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에서 가장 인기 있는 TV 드라마와 노래를 생산하는 나라가 아직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충분히 표출하지 않고 있다. 그 나라는 바로 한국이다.

한국은 노래·그림·영화·음식 등 문화를 통해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에 가장 큰 공헌을 할 수 있다. 한국은 제국주의 야망이 없는 중견국가(middle power)라는 자신의 위상에 걸맞게 아시아의 미래를 위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다. 문화적·정치적 지배의 의도가 없는, 안정적이면서도 신뢰할만한 한국이 그러한 비전을 제시 할 수 있다는 것은 한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다른 '드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

중국의 경우, 시진핑 주석은 '중국몽'을 "중화 민족의 대부흥, 근대 이후 중화 민족이 낳은 최대의 꿈을 실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또 '중국몽'이 문화적 르네상스로서 최대 200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우리는 발전을 위해 중국이 취했던 공세를 목격했다. 중국의 문화와 기술에 대한 이 새로운 자신감은 기존의 공세를 넘어서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새 자신감은 아편전쟁 이후 지속돼온 '중국은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이 종식됐음을 의미한다.

시진핑 주석은 중국이 경제적·군사적 강대국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문화적 강대국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는 중국 역사의 전성기인 '강한 한나라'와 '부유한 당나라'가 미래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고 본다.

이러한 발언을 할 때에 시진핑 주석은 앞으로 다가올 두 개의 100주년을 염두에 두고 있다. 첫째는 2021년의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다. 둘째는 2049년의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다. 중국의 목표는 2021년까지 생활이 편안한 정도가 중산층 수준인 '전면적인 소강(小康)사회'에 도달하는 것이다. '중국몽'의 다음 단계는 중국이 부강함의 정점에 이르게 되는 '대동(大同)사회'다.

현대 세계에서 국가 이미지의 일부분으로 운위된 '꿈'의 원조나 원형을 따진다면, 그 최초는 틀림없이 1950~1960년대에 미국에서 강력하게 추구된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이다. 사학자 제임스 트러슬로 애덤스는 다음과 같이 '아메리칸 드림'을 정의했다. "각자의 능력과 이미 성취한 바에 따라 기회가 제공되기 때문에, 모든 사람들의 삶이 보다 향상되고 풍요롭고 충만하게 되는 땅에 대한 꿈."

전 세계로부터 야망을 품은 사람들이 '아메리칸 드림'이 약속하는 투명하고 민주적인 사회에 이끌렸다. 미국의 정책에는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도 '아메리칸 드림'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 그 꿈이 그토록 대성공을 거두리라고는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필자를 포함해 당시 미국에서 공부하고 고국으로 돌아온 많은 사람들은 미국의 제도와 문화가 우리나라에 모델을 제공한다고 느꼈다. '아메리칸 드림'은 우리가 단지 연설이나 책의 내용으로부터 흡수하는 게 아니었다. 우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의 작동 과정을 학우들과 대화할 때 느낄 수 있었다. 일상 생활에서 미국인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아메리칸 드림'을 체험했다. 한국에서 행해진 많은 개혁은 '아메리칸 드림'에서 받은 영감의 결과였다. '아메리칸 드림'은 미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을 위한 꿈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모든 국가적 꿈은 강력하지만 각각 잠재력에 있어서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 '중국몽'은 보다 힘 있고 보다 자신감 있는 중국과 관련이 있다. '중국몽'은 서구 세계에 더 이상 빚진 게 없는, 그래서 자신 있게 행동할 수 있는 중국의 꿈이다. 중국인을 위한 중국의 꿈이다. 일본의 '아름다운 일본' 비전은 일차적으로 20여년 동안 경제적·문화적으로 침체됐던 일본을 구출해내려는 구상과 관련 있다. '아름다운 일본' 또한 궁극적으로 일본인들의 혁신과 변화를 자극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기존의 여러 꿈 중에서는 처음부터 전 세계를 대상으로 했던 '아메리칸 드림'이 가장 보편적이다. 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은 관타나모에서 행해진 고문이나 파키스탄의 민간인까지 타깃으로 삼은 드론 공격 때문에 퇴색했다. 미국은 아직도 세계에서 가장 힘 있는 나라인데다가 미국 문화는 우리에게 계속 영감을 주고 있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이 '아메리칸 드림'에 더 이상 끌리지 않는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코리안 드림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코리안 드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의 현재의 제약을 극복할 수 있는 영감을 줄 것인가? 우리는 한국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을 변화시킬 '코리안 드림'을 창출해 낼 수 있을 것인가? 존 F 케네디, 사이먼앤 가펑클, 나를 포함해 미국에서 공부한 학생들이 추수감사절을 통해 배운 것이 세계에 영감을 준 것과 같은 방식으로 말이다.

'코리안 드림'은 슬로건이나 의례적인 홍보 그 이상의 것이어야 한다. 우리는 한국의 여러 역사적 체험의 광범위한 스펙트럼으로부터 여러 요소들을 추출해 세계를 위한 보편적이고 포용적인 문화를 형성해야 한다. 한국 불교·유교 전통의 사상가들로부터 세계에 소개할 아이디어를 추출해 모든 사람들이 환영하는 개방적인 대화를 개시해야 한다. 인간 체험의 조건에 대한 원효 대사의 탁견을 우리 어린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어린이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원효의 사상에는 보편성과 즉각적인 적실성이 발견되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은 한국 문화가 글로벌 디아스포라를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한국은 지극히 깊은 의미에서 전 세계적이다.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중국·일본·러시아 등 세계 각국에서 살고 있다. 이들 한국인들은 그들이 살고 있는 나라들에 '동화'됐다. 그러므로 '코리안 드림'은 필연적으로 '수렴'의 문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 전통은 비빔밥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요소들을 융합한다. 한국 문화는 새로운 문화적 영향을 흡수하면서 계속 팽창하고 성장한다.

앞으로는 한국 기업들 또한 '코리안 드림'의 큰 부분을 차지해야 한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는 한국 기업들은 6대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과거에 한국 회사들은 '한국 회사라는 정체성'을 가능하면 부각시키지 않았다. 서구의 규칙을 따르는 세계적인 회사로 인식되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 회사들이 한국이라는 문화적 뿌리를 강조할 때가 왔다. 이제 한국 회사들이 한국 문화를 세계가 공유하는 보편 문화로 만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코리안 드림'은 젊은이들의 꿈이어야 한다. 우리 젊은이들은 희망과 변화의 문화를 그들 스스로의 힘으로 창조할 수 있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이나 세대가 간과한 한국 문화와 철학의 가능성을 새로이 발견할 수 있다. TV 드라마와 K팝으로 표상되는 한류로 시작돼 변모 과정을 겪고 있는 '코리안 드림'의 궁극적인 발현은, 세계를 위한 새로운 문명이 될 것이다. 우리 사회와 우리 가치를 새롭게 정의할 것이다. 세계의 모든 젊은이들이 이 신나는 과정의 주인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 '코리안 드림'에서 최우선적으로 중요한 측면은 진정성이 돼야 한다. 한국과 한국 문화에 대한 사랑을 바탕으로 한 '코리안 드림'은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한다. 모든 사람이 '코리언 드림'을 자기 자신의 꿈으로 느낄 때 '코리안 드림'이 성공할 수 있다. 즉 '코리안 드림'은 홍보회사가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것이어서도, 일군의 정치인들이 심야 향연에서 조합해낸 것이어서도 안 된다. '코리안 드림'은 한국인들과 세계인이 합작해 만들어낸 그 무엇이어야 한다.

그 무엇보다 한국 문화의 독자성은 한국인들의 꾸밈없는 진정성에서 나온다. 한국 문화는 합리적인 논리를 초월하는 한국인의 정(情)에서 발현한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 비해 한국인들의 대화법은 덜 세련됐다. 너무 직설적이거나 너무 퉁명스럽고 가끔은 나이브하기도 하다. 한국 문화의 이러한 부분은 '코리안 드림'을 강화하는 데 일조해야 할 것이다.

어쩌면 '코리안 드림'의 힘은 '코리안 드림'이 아직 미완의 과정을 겪고 있다는 데서 나온다. '코리안 드림'에 대한 던질 질문은 "코리안 드림이란 무엇인가?"라기보다는 "나를 위해, 우리를 위해 '코리안 드림'은 어떻게 될 것인가?"이다. 누구나 '코리안 드림'에 동참할 수 있다. '코리안 드림'은 여러분에게 제시된 상투어가 아니다. '코리안 드림'은 여러분의 손에 달린 엄청나게 큰 잠재력이 있는 보물과 같다. 궁극적으로 '코리안 드림'은 한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의 프로젝트로 만들어질 것이다.

'코리안 드림'에는 매우 구체적인 맥락도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서 한국은 자기 자리를 찾으려고 하고 있다. 세계가 경제적·정치적·문화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지금, 그저 다른 나라를 모방함으로써 '코리안 드림'의 힘을 구현할 수 없다. '코리안 드림'은 끊임 없이 변모하는 그 무엇이 돼야 한다. 과거와 근본적으로 단절하는 게 필요하다. 이전 시대와 달리 '코리안 드림'은 '역설계(reverse engineering)' 단계를 극복해야 한다. '코리안 드림'은 다른 꿈의 모방이 아니라 모든 이에게 보내는 꿈의 초대장이어야 한다. 한국인들이 간과한 한국 문화의 어떤 측면을 발견하기 위해서라도 전 세계로 초대장을 보내는 게 필요하다.

전통 불교·유교 문화에서 뛰어난 수공예품·건축물까지, 자동차에서 화장품까지··· 한국은 문화적으로 엄청나게 매력적이다. 한국은 국민의 추진력과 동기부여 능력, 한류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 만하다. 음악·영화·예술 등 모든 문화 영역에서 힘차게 벌어지고 있는 한류는 개도국·선진국을 가리지 않고 모든 나라 사람들에게 지극히 매력적이다.

한국 문화를 주목할 만한 이유는 한국 문화가 선진국의 규율, 높은 수준의 세련된 경영뿐만 아니라 개발도상국의 융통성·접근성과 순박한 인간적인 따뜻함을 동시에 구비했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은 선진국과 개도국을 잇는 꼭 필요한 문화적인 다리 구실을 한다.

'코리안 드림'은 한국 역사에서 그 뿌리를 찾아야 한다. 예를 들면, 문화와 창의성의 시대를 개막한 세종대왕은 '코리안 드림'의 큰 부분을 차지할 수 있다. 세종대왕은 아시아에 영감을 준 과학·예술·문학·통치·기술의 혁신적인 융합을 주도했다. 그는 정부의 면모를 일신시키기 위해 가장 뛰어난 인재들을 영입했다. 그들에게 한국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을 시켰다. 끊임없이 탁월함을 추구한 그에게서 우리는 벤처자본주의 정신, 기업가 정신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도전은 세종대왕이 한 일을 정확하게 파악해 이를 어떻게 우리 시대에 맞게 이전하고 적용할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세종대왕은 한글과 같이 뭔가 한국 고유의 것을 창조하려고 했다. 계급이나 교육 배경의 차이를 빌미로 차별하지 않았다. 모든 백성을 위해 한국적인 문화적 시각을 상상하려고 했다. 그는 노비 출신인 장영실을 등용했다. 장영실은 위대한 과학자이자 발명가였기 때문이다. '코리안 드림'은 진정한 평등을 위한 꿈일 수도 있다.

'코리안 드림'은 동아시아의 통합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미래의 평화를 위한 초석이 될 수 있다.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한국은 제국주의적인 과거로부터 자유롭다. 한국은 세계 각국과 동등한 국제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역사의 응어리가 없기 때문에 우리는 아시아의 항구적인 평화를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할 수 있다. 우리는 모든 이들의 노력을 통해 새로운 평화 공동체를 창설할 수 있다.

아프리카나 남미에 가보면 사람들이 한국의 문화적·제도적 잠재력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은 중견국가이지만, 삼성과 현대를 통해 전세계에 손길이 닿는다. 이는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한국인들과 어느 정도 동질감을 느낀다는 의미다. 급속도로 발전한 한국은 식민주의 때문에 고통을 받았고 아무런 경쟁력이 없이 세계 속에서 자신이 길을 헤쳐나가야 했다. 이러한 점을 세계인이 공감하는 것이다.

'코리안 드림'은 현재로서는 상당히 애매한 개념이다. 하지만 중국·일본·동남아·중앙아시아 등지의 사람들이 오늘의 한국에서 문화적 영감과 지도력을 기대하고 있다. 지금이 적기다. 오늘은 '코리안 드림'이 우리로 하여금 최선을 다하도록 고무하고, 세계 젊은이들이 힘을 합쳐 더 나은 세상을 건설하도록 영감을 줄 때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에 함께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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