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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성완종 리스트 '친박 3인방' 자금추적도 안했다

  • 김병철
  • 입력 2015.05.28 07:06
  • 수정 2015.05.28 07:07

왼쪽부터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한겨레 자료사진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지지부진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이완구 전 국무총리 소환 조사(14일)와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15일) 이후 2주 가까이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언론의 대대적인 조명을 받던 초기와 달리 일종의 조정기에 들어선 모양새인데, 이 기간이 길어지면서 ‘축소지향적 수사 전략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 친박 3인은 자금추적도 안 해

27일 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수사팀은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 전 총리를 제외한 ‘리스트 인물’ 6명에 대해서는 계좌를 비롯한 자금추적을 하지 않았다. 수사팀은 김기춘·허태열·이병기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들은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주장이 사실이더라도 공소시효가 지났거나, 건넸다는 금품 규모와 정황이 특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실상 수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홍문종 의원, 서병수 부산시장, 유정복 인천시장 등 2012년 새누리당 대선 캠프에서 활동한 ‘친박’ 3인이 주된 수사 대상인 셈인데, 뇌물·정치자금 수사의 기초랄 수 있는 계좌추적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012년 대선 때 홍 의원은 조직총괄본부장으로 당 조직 전반을 관리했고, 서 시장과 유 시장은 각각 당무조정본부장과 직능총괄본부장을 맡아 선거조직과 자금을 총괄 관리했다. 성 전 회장은 생전 인터뷰에서 “대선 때 홍(문종) 본부장에게 2억원 정도를 현금으로 줬다”며 “이 사람도 자기가 썼겠습니까. 대통령 선거에 썼지”라고 밝히기도 했다.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한 변호사는 “특별수사는 계좌추적부터 시작되게 마련인데 여전히 경남기업 쪽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건 이상한 일”이라고 했다.

■ 한달 전 진술 받아놓고도 소환 미뤄

수사팀은 대선자금과 관련한 진술과 단서를 확보하고도 미적거리는 듯한 모습을 보여 입길에 오르고 있다. 검찰은 이미 한달여 전 한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한테서 ‘대선 때 성 전 회장의 사무실에서 박근혜 캠프 관계자 김아무개씨한테 2억원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 진술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수사팀은 한 전 부사장이 지목한 김씨를 소환하지 않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당장 불러서 물어보고 부인하면 별 방법이 없지 않냐. 부인하지 못할 증거를 확보하는 중이라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성완종 리스트 8명

하지만 언론 보도를 통해 이미 진술 내용이 알려지는 등 ‘손을 탄’ 상황이어서 시간이 지체될 수록 증거 인멸이나 말 맞추기 가능성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수사팀은 또 최근 서산장학재단 압수수색을 통해 새로운 비자금의 존재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인사들한테 돈이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는 시기 등을 추려 성 전 회장의 동선과 비교하는 등 ‘사전 작업’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시신 상의에서 발견된 메모. 이 메모에는 '허태열 7억, 홍문종 2억, 유정복 3억, 홍준표 1억, 부산시장 2억, 김기춘 10만불, 이병기, 이완구'란 글자와 '김기춘 10만불'이란 글자 옆에 '2006.9.26日 독일 벨기에 조선일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연합뉴스/조선일보 제공)

■ 성 전 회장 쪽엔 엄한 수사

리스트 속 인물들에게는 소극적인 수사팀은 성 전 회장 쪽에는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사팀은 박준호 전 경남기업 상무와 이용기 전 경남기업 부장은 증거인멸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한 전 부사장, 금아무개·여아무개씨 등 다른 경남기업 관계자들도 수시로 불러 조사하고 있다. 수사팀은 두 사람을 구속하기 전부터 “수사 비협조를 넘어서는 방해 및 증거인멸 행위는 엄단하겠다”고 밝혀왔다. 경남기업에 대한 압수수색은 3차례 진행됐다.

하지만 수사팀은 홍 지사의 측근들이, 홍 지사에게 돈을 전달한 것으로 지목된 윤아무개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하려 한 의혹과 관련해서는 “홍 지사가 연루된 부분을 찾지 못했다”며 홍 지사를 불구속 기소한다는 방침이다.

수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에 대해 수사팀 관계자는 “공여자 쪽 증거자료를 통해 자금 전달 당시 상황을 최대한 복원하는 게 뇌물 수사의 기초다. 의혹이 제기된 당사자를 섣부르게 소환하는 것보다 경남기업 쪽 수사에 공을 들이는 것이 당연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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