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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기관장 인사를 대통령 아닌 '국민판정단'에 맡기자

검찰의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는 대선자금을 포함한 권력 핵심부를 건드릴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이 많다. 국민의 이런 의구심은 경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때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물대포를 쏘고 많은 시민을 강제 연행했는데 이런 대응은 질서 유지를 위해서라기보다 정권과 청와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라고 보는 국민이 적지 않다.

  • 김윤상
  • 입력 2015.05.29 06:04
  • 수정 2016.05.29 14:12
ⓒJirsak

검찰의 중립성이 어느 때보다 주목되는 시점이다.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는 대선자금을 포함한 권력 핵심부를 건드릴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 그런데 바로 그 점 때문에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하지 못할 것이라고 보는 국민이 많다. 국민의 이런 의구심은 경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세월호 1주기 추모집회 때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고 물대포를 쏘고 많은 시민을 강제 연행했는데 이런 대응은 질서 유지를 위해서라기보다 정권과 청와대의 눈 밖에 나지 않기 위해서라고 보는 국민이 적지 않다.

중립기관장 인사권을 왜 대통령이 갖지?

이런 시각에 대해 검찰과 경찰은 억울하다고 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과거에 정치적 중립이 훼손된 사례가 너무 많았다는 점은 스스로도 인정할 것이다. 이런 문제의 큰 원인으로는, 중립성을 가진 기관의 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며 또 차후에 가고 싶은 다른 자리에도 정치권력의 입김이 미친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공공기관으로는 검찰과 경찰을 포함한 사법, 선거관리, 교육, 감사, 언론 등을 관장하는 부서가 있다. 이런 공공기관장의 인사에 누가 관여하는지를 표로 정리해 보았다. 이 표를 보면, 대부분 대통령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다는 상식적인 사실이 확인된다. 심지어 행정부와는 권력분립이 되어야 하는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인사에서조차 대통령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표 > 중요 기관 인사권자와 절차

대통령이 중립기관장을 임명하는 것은 대통령이 국가원수이기 때문이라고도 하지만 그건 임명권이 형식에 불과한 경우에나 타당한 말이다. 중립기관장을 임명하는 과정에서 대통령 등 정치권의 영향력을 배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검찰만 놓고 말한다면 프랑스와 이탈리아처럼 검찰을 사법부에 소속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그러나 검찰 아닌 다른 기관까지 그렇게 할 수는 없는데다가 사법부는 국민 대표성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추첨으로 구성하는 '국민판정단'에 맡기자

그럼 인사권을 국회에 넘기면 될까? 다들 고개를 가로저을 것이다. 국회야말로 정파적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표출되는 기관이다. 더구나 소선구제 중심의 국회의원 선거 방식으로는 국민의 뜻과 국회의원 구성이 상당히 괴리되어 대표성마저 의문스럽다. 그렇다면 중립성과 대표성을 다 갖춘 제3의 기구는 없을까?

하나의 대안으로 일정한 자격을 갖춘 국민을 모집단으로 하여 무작위 추첨으로 100명을 뽑아 '국민판정단'을 제시해 본다. 이들이 모여 일정 기간 신중한 토론을 거쳐 결정하도록 하면 어떨까? 판정단원의 임기는 2년으로 하고 반년마다 25명씩 교체하면 추첨에 의한 우연한 편중성도 예방할 수 있다. 혹 판정단원에 대한 외압, 회유 등이 염려된다면 안건이 있을 때마다 그때그때 비밀리에 추첨해서 국민판정단을 구성해도 된다.

무작위 추첨으로 대의기구를 구성하는 방식은 우리에게 생소하기 때문에 국민판정단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지 염려하는 독자도 꽤 계실 것이다. 염려는 '3무론'으로 요약된다. 판정단원 중에는 국가나 공동체에 대한 관심도 없고, 경험과 지식도 없고, 공무를 돌볼 시간도 없는 사람이 꽤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문제별로 다음과 같은 대책을 제시해 본다.

예상되는 염려 '3무론'에 답하자면

첫째로, 공무에 무관심한 사람이 판정단원이 될 수 있다는 문제는, 추첨된 사람이 원하지 않으면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고, 사후에도 참여도가 낮은 단원을 교체하면 될 것이다. 아울러, 추첨의원에게 업무와 무관한 특권을 일체 주지 않고 보수도 일하는 정도에 따라 지급하면 잿밥에 마음을 둔 사람을 막을 수 있다.

둘째로, 경험과 지식의 문제 역시 그리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우선 인사 문제는 전문성이 필요한 사안이 아니며, 설령 전문 지식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필요한 정보는 국민판정단 산하에 국회처럼 전문위원을 두어 제공하도록 하면 된다. 그밖에도 언론, 시민단체에서도 온갖 정보를 제공할 것이므로 정보 부족을 염려할 이유는 없다.

셋째로, 자기 일에 바빠서 공무에 신경 쓸 시간이 없다는 문제도 보상 체계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추첨단원이 공무를 수행하기 위해 생업을 못하는 시간에 대해서는 소속 직장에 또는 (자영업의 경우에는) 본인에게 보상을 하면 업무시간의 일부를 공무에 할애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그래도 시간을 낼 수 없다면 본인이 거부하면 된다.

'3무론'은 국민참여형 재판에 대해서도 제기되어 왔지만, 이미 여러 나라에서 배심원 또는 참심원을 두는 재판이 잘 운영되고 있는 걸 보면 국민판정단 역시 도입 초기의 적응기만 잘 넘기면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국민판정단이 성과를 보이면 중립기관 인사 외에도, 선거구 획정처럼 국회의원의 이해관계가 달린 문제나 정파적 이해가 대립하는 중요 안건으로 업무를 확대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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