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허핑턴 단독] 바다 스스로 쓰레기를 청소하게 만든 스무 살 청년

ⓒboyan slat

태평양 한가운데 '쓰레기 섬'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태평양 거대 쓰레기 지대'(Great Pacific Garbage Patch)가 처음 발견된 건 1997년 미국 해양 환경운동가이자 선장인 찰스 무어(Charles Moore)에 의해서다.

굳이 '섬'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만큼 엄청나게 크기 때문. 한국의 14배나 되며, ‘제7의 대륙’으로 불릴 정도다.

플라스틱 컵, 병뚜껑 등등 인간이 내다 버린 쓰레기는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 끔찍한 괴물이 되어 지금도 바다를 떠다니고 있다.

Suffering Seal Not Safe In Its Own Habitat

Posted by Greenpeace Ocean Defender on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Albatross Killed By Excessive Plastic Ingestion In Midway Islands (North Pacific)

Posted by Greenpeace Ocean Defender on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Surfing On A Wave Full Of Trash In Java (Indonesia), The World’s Most Populated Island

Posted by Greenpeace Ocean Defender on 2015년 4월 27일 월요일

인간이 낳은 이 '재앙'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

너무도 막막한 이 문제에 대해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스무 살 청년이 있다.

2014년 유엔환경계획(UNEP)이 수여하는 '지구환경대상'의 역대 최연소 수상자

네덜란드의 비영리단체 '오션클린업'(oceancleanup)의 창립자이자 CEO

보얀 슬랫(Boyan Slat)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보얀이 2012년 창립한 단체 '오션클린업'은 "바다 스스로 쓰레기를 청소하게 만들겠다"는 보얀의 독특한(?) 발상을 담고 있다.

원형으로 순환하는 '해류 소용돌이'(Gyre)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한 곳으로 모으고, 이를 수거하는 '간접적 청소'(passive cleanup)를 하겠다는 것.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아래와 같은 것이다.

- 길이 100km, 높이 3m의 에 달하는 V자 모양의 플라스틱 막대를 설치한다

- 해류가 회전하면서 플라스틱은 막대에 와서 저절로 붙게 된다. 물고기 등 다른 바다 생물체는 3m 하단으로 통과하게 된다.

- 이때, 오션클린업의 태양광 패널이 자체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

- 수거한 플라스틱은 되팔아 수익을 올린다

실제로 가능한 것이냐고?

그렇다. 오션클린업은 지난해 '(본격 가동 시) 10년 이내에 태평양 쓰레기 섬의 절반을 청소할 수 있다'는 사실을 과학적으로 입증해 냈다. 배를 타고 나가 바다 쓰레기를 수거하는 기존의 방식과 비교할 때 비용은 33분의 1에 불과하며, 속도는 7900배 더 빠른 것이다.

그리고 내년 봄에는 일본 쓰시마섬에서 파일럿(시험) 단계를 이어갈 예정. 향후의 모든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오션클린업이 태평양에서 '쓰레기 청소 대작전'에 본격 돌입하게 되는 시점은 2019~2020년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여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220만 달러(약 24억)에 가까운 자금을 모은 이 아이디어는 놀랍게도 보얀이 중학생이었던 2011년 처음 떠올린 것이다.

2015 서울디지털포럼 참석차 방한한 보얀을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단독으로 만났다.

아래는, 머릿속이 온통 '바다 쓰레기 청소' 생각뿐인 보얀과 나눈 일문일답.

- '오션클린업'을 창립하게 된 계기가 2011년 그리스에서 다이빙하다 마주친 쓰레기 더미 때문이라고 들었어요. 그때 당신이 본 바닷속은 어떤 모습이었던 건가요?

16살 때였어요. 다이빙 자격증을 따고 싶었었죠. 그런데 물에 들어갔다가 그만 엄청난 것을 보게 됐어요. 물고기 대신 플라스틱 봉지를 비롯해서…마치 물속에서 '쓰레기장'을 보는 것 같았죠.

그때부터였어요.

'이게 뭐지?' '이걸 정말 깨끗이 치울 순 없는 거야?'

이 생각만이 제 머릿속을 가득 채우게 됐죠.

* 보얀이 설명하는 '바다 쓰레기'에 대한 숫자 3개

2개: 전 세계적으로 매년, 미국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2개에 달하는 쓰레기가 바다로 버려지고 있다

100개: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멸종할 수 있는 생물 종 숫자

1300만 달러: 이 쓰레기가 끼치는 경제적 손해

- 그럼, '해류가 저절로 플라스틱을 모으게 한다'는 아이디어는 어떻게 떠올린 거예요?

처음에는 배를 타고 나가서 그물로 쓰레기를 건져 올리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시간이 엄청나게 걸리겠더라고요. 돈도 엄청나게 들 테고, 잘못하면 물고기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잖아요. 매력적인 방법이 아니었죠.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내가 플라스틱을 수거하기 위해 찾아가는 게 아니라) 만약 플라스틱이 저절로 나에게 온다면 어떨까?'하는 생각이요. 그래서 떠올린 게 '간접적 수거방식'(passive system)이에요. 플라스틱이 저절로 한곳에 모여 있으면, 그걸 수거하는 건 간편하잖아요.

태평양의 쓰레기 섬을 발견한 찰스 무어가 TED 동영상에서 '플라스틱은 한곳에 머물러있지 않고 계속 움직인다' '이게 바로 우리가 플라스틱 쓰레기를 청소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하더라고요. 우리가 쓰레기를 청소하지 못하는 '원인'을 역으로 '해결책'으로 사용해 버린다면 어떨까? 했던 거죠.

WE'RE HIRING!Interested in becoming responsible for our financials, besides working on funding and collaborations to...

Posted by The Ocean Cleanup on 2014년 7월 2일 수요일

- 그런데, 원래 환경에 관심이 많았던 거예요?

네. 저는 정말 낙천적인 사람이에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진보하고 있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환경 문제만은 예외에요. 지구온난화를 비롯해서 아주 많은 것들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어요. 그중에서도 저에게는 '플라스틱 오염 문제'가 크게 다가왔고요. 육지에서 만들어낸 플라스틱 때문에 태평양 바닷속 물고기가 죽다니, 정말 이상한 일 아닌가요? 사회 시스템이 제대로 돼 있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이잖아요.

제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건,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좋은 결과물을 낼 수 있다는 거예요. 10년이면 태평양 쓰레기 섬의 절반에 해당하는 쓰레기를 없앨 수 있잖아요. 어떤 문제든, 그 문제의 절반가량을 해결할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 아닌가요?

* 부모님의 적극적인 지지

보얀이 마음껏 하고 싶은 일을 해나갈 수 있던 배경에는 '부모님'이 있었다. 원하는 바를 해나갈 수 있도록 '시간적인 여유'와 '자유', 그리고 아이디어 초기 300유로의 자금도 지원해 주셨다고.

'항공우주학'을 전공한 보얀이 오션클린업을 창립하겠다며 대학을 6개월 만에 중퇴한 것에 대해서도 '지지'해 주셨다는 후문이다.(보얀은 대학에 대해 "하고자 하는 일을 이루는 데 좋은 '수단'이 될 수도 있지만, 굳이 대학교육을 받지 않아도 된다면 다니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말한다)

- 혹시 바다를 너무나도 사랑해서, 오션클린업 활동을 하게 된 건 아니에요?

맞아요. 저는 바다가 너무 좋아요. 그런데 단지 그것만은 아니에요. ‘창의적인 일’, 그리고 ‘기술’에 대한 열정이 더 크게 작용한 것 같아요. 저는 어릴 때부터 그런 걸 좋아했거든요.

- 수거 가능한 쓰레기의 양은 정확히 얼마예요?

음… 지금은 정확히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요. 왜냐면, (태평양 쓰레기 섬에 대한) 다양한 '추정치'만 있는 상황이라 그래요. 어떤 사람은 수백만 킬로의 쓰레기가 있다고 하고, 또 어떤 사람은 수십억 킬로의 쓰레기가 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저희가 올 8월에 정확한 조사를 해보려고 해요. 최대 50개의 선박을 동원해서, 정확히 얼만큼의 쓰레기가 있는지 측정해 보는 거죠. 아마도, 지금껏 진행된 연구 중 가장 규모가 클 것 같아요.

- 수거한 플라스틱으로는 새로운 이익을 창출하겠다고 하던데, 자세히 말해주세요.

아, 일반 플라스틱과 똑같이 재활용하는 거예요. 둘 사이에 차이가 없거든요. 이미 30개가 넘는 회사에서 구매 의사를 전해주고 있어요. 수거한 쓰레기를 되팔고, 그 수익으로 다시 쓰레기를 수거하고. 이게 저희의 사업 모델이에요.

NEW VOLUNTEERING AND INTERNSHIP POSITIONS AVAILABLEInternships:---The Ocean Cleanup’s computational modeling...

Posted by The Ocean Cleanup on 2013년 10월 15일 화요일

- 실패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그렇죠. 늘 새로운 문제가 튀어나오니까. 마치 '끊임없는 투쟁' 같다고나 할까.(웃음)

특히 기술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많이 발생해요. 그리고 조직 내의 문제도 있어요. 15명의 직원, 120명의 자원봉사자를 꾸려가는 게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CEO라면 다른 사람들이 조직 내에서 해결하지 못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잖아요. 힘들어요. 그런데, 동시에 '재밌어요'.

* '스무 살짜리가 뭘 알겠어?'라는 반응

거대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초기, 보얀은 이런 반응을 종종 마주쳤다. 하지만 보얀은 이런 사람들에 대해 "(뒤에서 비아냥거리지 말고) 실제로 우리에게 와서 왜 이 일이 안 될 것 같은지 자세히 말해준다면 좋겠다. 그건 저희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Crossing the Atlantic Gyre, November 2013 - photo by Allard Faas

Posted by Boyan Slat on 2014년 1월 21일 화요일

- 사람들이 당신을 '혁신가'라고 많이들 부르는데, 어떻게 생각해요?

동의해요.(웃음) 우리(오션클린업)는 그전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것들을 연구했고, 그리고 그게 실제로도 가능하다는 사실을 증명해 냈어요. 전 세계 100명의 사람과 팀을 이뤄 화상 회의로 작업을 진행했는데, 이 자체도 매우 새로웠다고 생각해요.

- 그런데, 당신의 정체성은 뭐예요? 발명가? 환경운동가? 아님, 기업가?

짬뽕 아닐까요?(웃음) 저는 스스로를 '발명가'이자 '기술자'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건, 그냥 저절로 따라온 것 같아요. '난 기업가가 되겠어!'라고 생각해 본적은 한 번도 없거든요. (오션클린업 CEO는) 제가 원하는 목표를 이루고자 하는 수단일 뿐이었으니까요. 미래에는, 아마도 다른 환경 문제에 몰두해있을 것 같아요.

* 만약 오션클린업 활동에 동참하고 싶다면?

지원하라. 현재 오션클린업 자원봉사팀에 참여하고 있는 이들은 대부분 과학자, 기술자다. 하지만 보얀은 자원봉사자 선정 시 무엇보다 ‘호기심’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며, 보다 ‘많은 분야’의 사람들이 동참해 주길 원한다고 말한다. 만약 관심 있다면 여기를 클릭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환경 #보얀 슬랫 #boyan slat #바다 쓰레기 #태평양 쓰레기 #해양오염 #환경오염 #청신호 #허핑턴 인터뷰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