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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에서는 이 식사법이 유행이다

ⓒ연합뉴스/아스테크니카닷컴

"안 먹고 일하는 방법만 있다면 안 먹을 텐데… 식사를 하지 않고도 영양소를 섭취하는 방법이 있다면 좋겠다"

일벌레로 알려진 미국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창업자 엘런 머스크가 최근 발간된 그의 전기에서 안타까워 한대로, 실리콘 밸리의 일벌레들 사이에 말 그대로 밥 먹는 시간을 아끼기 위해 미숫가루 같이 생긴 대용식으로 끼니를 대신하는 유행이 일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프로그램 개발자, 컴퓨터 엔지니어, 그리고 벤처 자본가들이 애용하는 대체식품은 , 소일렌트, 쉬모이렌트, 쉬밀크 등과 같은 이름을 가진 영양소 가루. 이를 물이나 우유에 타서 수시로 마시면 책상 앞을 떠나지 않고 일할 수 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24일(현지시간) 소개한 한 소프트웨어 개발자는 쉬모일렌트라고 불리는 가루 450g을 물 1.9리터와 마카다미아 기름 3과 2분의 1티스푼에 타서 냉장해뒀다가 다음날 용기 2개에 담아 출근해선 수시로 이를 홀짝이면서 아침과 점심을 대신한다고 밝혔다. 이렇게 하면 식사를 위해 자리를 뜨는 일 없이 프로그램 개발에 전념할 수 있어서 좋다는 것.

실리콘 밸리 테키(컴퓨터 관련 기술자들의 총칭)들의 이러한 식사대용품의 원조는 소일렌트.

롭 라인하트는 무선통신 회사에서 소프트웨어 엔니지어로 일하던 중 일에 치어 먹는 게 너무 부실하다는 생각에서 자신과 같은 일벌레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기로 하고 마그네슘, 아연, 식이섬유, 비타민 등 각종 영양소로 구성된 소일렌트를 개발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설명했다.

그는 개발 첫해에 크라우드소싱(대중들로부터 십시일반 후원을 받고 이익이 나면 공유하는 방식)을 통해 3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끌어냈고, 지금까지 미국 전역에 600만 끼니에 해당하는 분량을 판매했다.

이 회사는 구체적인 재무상태를 밝히진 않았지만, 분기 판매량이 천 톤(t) 단위이며 투자유치액도 2천450만 달러에 이른다.

이들 대체식품 가운데 일부 인기 품목의 경우 재주문이 아니라 첫 주문이면 배달받는 데 한 달에서 6개월까지 걸리는 일이 있을 정도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벤처 투자금이 이들 업체에 쏟아지고 있으며, 소셜 뉴스 사이트인 레딧의 창업자 알렉시스 오하니안 같은 투자자들은 자신들이 이 대체식품의 애호가이기도 하다.

대체식품의 수요층은 어느 한 부류에 국한되지 않고 광범위하긴 하지만, 특히 테키들이 열광하는 것은 무엇이든 새로운 것이 나오면 남보다 먼저 구입해 사용해보는 '얼리 어댑터' 성향이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이들 대체식품 업자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판되고 있는 보조 식품들의 경우 설탕과 단백질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반면, 자신들 것은 영양소들로만 구성돼 따로 식사를 할 필요없이 이것들만 먹고도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시 다니던 소프트웨어 업체를 그만두고 물 대신 우유를 타는 쉬밀크라는 유사제품을 만들어 파는 알렉스 스나이더는 지난해 8월 판매를 시작하자 몰려드는 주문을 보고 "정말 불가사의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자신이 팔기는 하지만, 비닐봉지에 포장돼 있는 등 허술해 보이는 이런 식품을 "사람들이 도대체 왜 사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것.

이 대체 식품은 "밍밍하고 알갱이가 씹히는 팬케이크 반죽" 같은 맛이지만, 돈과 시간을 아껴주는 효과는 확실하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실리콘 밸리 지역 식당에서 한 끼 비용은 일반적으로 50달러 이상인데 소일렌트나 쉬모일렌트는 1주일치가 85달러에 불과하다.

"엔지니어들에게 가족 만찬 같은 것은 이미 환상이다. 그저 일하는 데 필요한 칼로리만 최대한 빨리 섭취하자는 생각"이라고 최근 경영난에 빠진 소프트웨어 신생기업의 창업자 알렉산드로스 코스티바스는 말했다.

"먹는 데 낭비된 시간은, 실리콘 밸리 식 표현을 빌자면, 최고 기술자들에게도 '통점(pain point)'인 셈"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편하긴 하지만 밍밍한 맛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고 먹기 좋게 초콜릿 등을 가미하는 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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