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리뷰] BMW i8 : 우리를 미래로 안내하는 슈퍼카 (사진, 동영상)

동차는 평균적으로 생애의 95%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있는다.

하지만 콜체스터는 자동차에 있어서는 평균적인 도시가 아니다. 고대 로마 제국 시대에는 영국의 수도였던 콜체스터는 영국에서 자동차 의존도가 가장 높은 도시 중 하나로, 95%라는 수치를 비웃는 곳이다.

실패한 도시 계획과 잘못된 결정으로 인해, 내 고향 콜체스터는 조용히 도시 외곽 순환 도로 네트워크가 되었다. 도로들은 옛 로마 벽 안에 있는 일곱 군데의 주요 주차장으로 노련하게 이어진다.

콜체스터 주민들이 걷기나 자전거 타기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어쩌다 보니 두 가지 모두 별로 효율적인 이동 방법이 아닌 형태로 이 도시가 자라났을 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근처에 피시 앤 칩스를 사러 갈 때나, 영화를 보러 도시 다른 쪽으로 갈 때나 차를 탄다.

내가 왜 콜체스터 이야기를 하느냐고? 그 이유는 BMW i8 역시 운전을 할 수밖에 없는 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차이점은 BMW i8는 운전을 해야 해서 모는 차가 아니라, 운전을 하고 싶어지기 때문에 모는 차다. 그리고 운전을 하며 환경을 상하게 하지도 않는다.

BMW는 실제 상용차라기 보다는 실험에 더 가까운 i8이 교과서와 같은 차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 차를 기반으로 해서 죄책감 없이 몰 수 있는 다른 차들이 만들어져서, 콜체스터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 글은 리뷰라기보다는 BMW가 미래의 차들에 적용하고 싶어하는 색다른 요소들의 평가에 더 가깝다.

선 외관. 사실 외관이 아닌 다른 이야기를 먼저 꺼내기가 불가능하다. 난 아직 길에서 i8을 보고 넋을 놓고 쳐다보지 않는 사람을 한 명도 못 봤다. SF 영화에 등장할 것 같은 모습인데, 이보다 잘 뽑아낼 수는 없을 것 같다.

내가 이 차를 몰고 다녔던 길지 않은 주말 동안, 교통 체증에 가깝게 차가 밀렸던 적이 세 번 있었다. 길을 건너와 사진을 찍기 위해 모든 상식을 다 버린 사람들이 10명 정도 있었다. 이 정도로 관심을 받으려면 부가티나 람보르기니는 타야 한다. 이 차는 그에 비해 가격은 3분의 1 정도고, 배기가스로 식물 씨앗을 심는 거나 다름없다는 자부심도 함께 준다.

이 외관은 얄팍한 사람들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만든 것만은 아니다. 모든 디자인 요소는 항력을 줄이기 위해 들어갔다. 차 후면의 튀어나온 방향지시등은 공기흐름을 차 뒤로 몰아서 항력을 대폭 줄여준다.

위로 열리는 문 역시 쿨해 보이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이 차의 문은 탄소 섬유 구조 덕분에 일반 문보다 50% 가볍다. 주차할 때도 무척 편하다. 차에서 떨어지면서 조심스레 피했던 옆 차를 열쇠로 긁는 일만 없도록 하면 된다.

멋진 외관이 다가 아니다. 탄소 섬유의 핵심까지 들어가는 기능적인 디자인을 살펴보자.

소 섬유는 싸지 않다. BMW가 i8에 쓴 만큼 탄소 섬유를 많이 쓰려면, 차를 어떻게 생산해야 할지 처음부터 다시 생각해야 했다.

BMW 대변인과 이야기해보니 이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아마 달 착륙 이래 누가 어리석게도 “아 그거 별 거 아니야.”라고 말했다가 나중에야 그게 엄청난 ‘별 거’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을 것이다.

일단, 생산 공장에서 사용하는 에너지 양이 엄청나게 늘어서, BMW는 EU에서 정한 에너지 효율 목표를 맞추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BMW는 수력 발전 댐을 하나 샀다.

왜 댐을 사느냐고? BMW에 의하면 그건 단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5~10년 앞서 나가는 차를 만들 수 있는 작업환경을 갖추기 위해서였다. 단기적으로 봤을 때 비용은 엄청나게 들어가겠지만, 길게 보면 화석 연료가 고갈되고 나서도 한참이나 회사의 미래를 보장해 줄 투자이길 기대하고 있다.

BMW i8은 그 미래의 차가 아니다. 이것은 전채(starter)다. 식욕을 돋게 만들고, 우리가 메인 코스를 받아들일 수 있도록 천천히 준비시켜주는 차다.

i8은 하이브리드다. 작지만 강력한 휘발유 엔진과 129마력 전기 모터가 함께 장착되어 있다. 1.5리터 터보차지 엔진과 함께 작동하면, 그 둘은 함께 총 357실마력을 낸다. 4.4초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고, 최고 속도는 시속 248km다.

i8이 전형적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 같아 보인다고 해서 속아선 안 된다. 이건 본질적으로는 수퍼카고, 이런 수치를 보면 과연 그렇구나 싶을 것이다.

이 차에는 세 가지 운전 모드가 있다. 에코, 노멀, 스포츠다.

노멀 모드에서는 다른 차들과 별 차이가 없다. 서스펜션은 부드럽고, 스티어링 반응은 날카롭지만 전혀 공격적이지 않고, 스로틀 반응은 빠르지만 점잖다. 시내나 고속도로 주행에 아주 좋지만, 나는 그럴 때 빼고는 늘 스포츠 아이콘을 흘낏거리게 되었다.

한 가지 불만이 있다면, 노멀과 스포츠 사이의 차이가 내가 차 한 대에서 본 중 가장 큰 변화였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노멀 모드가 워터파크 위를 부드럽게 떠다니는 둥근 튜브라면, 스포츠 모드는 암벽 등반이다. 전기 모터가 시종일관 돌아가고, 소음이 커지고(자동차에서 나는 소리와 교묘한 가짜 오디오음이 섞인다), 반응성이 눈에 띄게 좋아진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모든 게 다 빨개진다.

내가 몰아 본 차 중 이렇게 상반된 성격을 동시에 지닌 차로는 테슬라 모델 S P85가 있었다. 버튼 하나만 누르면 차원을 오가는 포털이 열리는 차로, 반대쪽 세상에는 시속 100km가 있었다.

경제성으로는 i8은 동급 최강이다. BMW가 발표한 수치는 많이 낙관적이지만, 사실 나는 주말 내내 거의 시속 30~60km 정도로 운전했다. 공식 발표 수치에는 훨씬 못 미쳤지만 그래도 매우 인상적인 수치다. 특히 마약을 잔뜩 먹고 ‘트론’을 본 다음 날 디자인한 것 같은 수퍼카라는 걸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공식 연비를 달성하려면 노멀 모드를 많이 사용해야 할 것이다. 저속에서는 전기 엔진을 쓰고, 브레이크를 밟을 때 상당한 에너지를 재충전한다. 엑셀을 최대한 밟을 때만 엔진 두 개의 최대 출력을 낸다.

그리고 스펙트럼의 반대쪽 끝에는 에코가 있다. 휘발유 엔진은 쓰지 않고 전기 모터만 쓰며, 최대 시속 35km 정도를 낸다. 대단한 속도는 아니지만, 아침에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 주거나 가게에 잠깐 다녀올 때면 이 정도로도 충분하다. 그리고 당신의 주행이 지속 가능하게 운영되는 노포크(Norfolk)의 에코-포크 페스티벌 정도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만 남겼다는 사실에 흐뭇해할 수 있다.

경적인 측면에 계속 주위를 기울이고 있기가 쉽지는 않았지만, 고맙게도 자동차 만드는 사람들은 대중을 기쁘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이폰 앱을 만든 것이다. 테슬라가 모델 S 용으로 만든 앱과 비슷한 기능을 지닌 BMW의 아이리모트(iRemote)에는 무선 조작 기능이 있다.

헤드라이트 켜기/끄기, 원하는 차내 온도 미리 맞춰 놓기, 차를 어디에 세워뒀는지 까맣게 잊어버릴 경우에 대비해 차의 위치를 지도 상에 정확하게 표시해주기 – 이런 기능이 필요한 사람도 실제로 있다 – 등이 포함되어 있다. 애플 워치와도 연동되기 때문에, 탐정 영화 같은 분위기도 낼 수 있다.

이 앱은 단지 미래에 온 것 같은 기분을 선사하기 위해 만들어진 게 아니다. 당신이 운전하는 방식을 진정 변화시키려고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의 주행 기록을 상세하게 분석함으로써, 앱은 당신이 차를 얼마나 몰았는지 보여준다. 애플 제품을 위해 만들어진 앱이긴 하지만, 이것은 앞으로 사람들이 매일 같이 동네에서 몰고 다닐 차들을 위한 기능이다.

이 앱은 당신이 쉽고 직관적으로 돈을 절약할 수 있도록 돕는다. 자세 모니터가 당신이 몸을 구부정하게 하고 있을 때를 감지하는 것처럼, 이 앱은 당신이 엑셀을 밟고 있지 않을 때를 잡아낸다. 이로 인해 삶이 지루해질 거라는 뜻이 아니다. 어쩌다 속도를 확 내고 싶어지는 날이 드물어지는 게 아니라, 당신이 운전에 접근하는 방식이 바뀔 것이다.

BMW i8은 놀라운 차다. 이 차를 타고 내 고향과 주위 시골을 돌아다닌 나흘 동안, i8과 모델 S는 서로 아주 다른 접근방식을 통해 같은 결과를 추구한 차라는 것이 명확해졌다.

머스크는 우리가 (비용이 들긴 하지만) 녹색 미래를 지금 가질 수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BMW는 타협을 했다. 화석 연료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그 과정을 앞당길 방법이 있다고 주장한다.

단점도 있긴 하다. 비싸고, 연료 탱크는 딱할 정도로 작고, 인테리어는 외관에 비해 턱없이 떨어진다.

하지만 처음에 말했듯이, i8은 차가 아니다. 콜체스터의 자동차 의존도를 해결해줄 차를 만들기 위한, 움직이는 청사진이다. 이 차를 만들며 얻은 교훈을 통해, 우리가 공기에 미치는 악영향을 걱정할 필요 없이 몰 수 있는 차들이 계속 태어날 것이다.

그러니 인터넷에 올라갈 오픈 레터로 밝히자면, i8은 거대한 광고판이다. BMW는 이 차를 만드는데 엄청난 비용이 들어갔다는 사실을 개의치 않는 것 같다. 그 점이 가장 고무적이다. BMW가 목표를 위해 큰 어려움에 맞서기로 결심하고 만들어낸 i8은 무척이나 즐거운 경험이었다.

관련기사 :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K에 실린 'BMW i8 Review: Reinventing The Five Per Cent'(영어)를 번역한 것입니다.

BMW i8. BORN ELECTRIC. - BMW Korea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IT #자동차 #BMW #테크 #환경 #플러그인하이브리드 #bmw i8 #하이브리드 자동차 #phev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