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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는 행진할 권리도 없는가

6월 13일로 계획돼 있던 퀴어 퍼레이드 일정이 28일로 미뤄졌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단체들이 행사가 예정된 대학로 부근에 집회신고를 먼저 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로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퀴어 퍼레이드는 '금지 통고' 되었다. 퀴어 퍼레이드 개최에 난항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에는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단체는 스스로 성소수자들에게 '천국의 자격'을 부여했다. 예수가 진노했던 제사장의 모습과 닮아 있다.

  • 백승호
  • 입력 2015.05.23 07:23
  • 수정 2016.05.23 14:12

또 다시 등장한 혐오의 십자가

6월 13일로 계획돼 있던 퀴어 퍼레이드 일정이 28일로 미뤄졌다.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단체들이 행사가 예정된 대학로 부근에 집회신고를 먼저 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대학로에서 개최될 예정이던 퀴어 퍼레이드는 '금지 통고' 되었다.

주최 측은 22일 공식 트위터에 '금번 퀴어 퍼레이드는 대학로 지역 주민과 문화단체, 상인회 등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지지와 협조를 얻었음에도 불구하고, 성소수자 혐오세력에 의해 무산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6월 7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로에서 열린 '제15회 퀴어문화축제'에서 성소수자들이 동성애 반대시위를 하는 기독교인들 앞에서 피켓을 들고 맞서고 있다.

지난해 퀴어문화축제 퍼레이드를 동성애문제대책위원회 등 기독교 신자들이 방해하고 있다.

기독교 단체들은 작년에도 퀴어 문화축제를 방해했다. 신고가 된 집회임에도 불구하고 행사 길목에 드러누워 반대 구호를 외치며 '하느님의 이름으로' 퍼레이드를 막았다. 행렬이 움직이지 못하자 박수를 치며 '주님 뜻대로 되었다'고 자축하기도 했다. 올해는 더욱 분주히 움직이며 '행사 개최' 자체를 막고 있다.

수상한 선점

퀴어 퍼레이드 개최에 난항을 겪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3월,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퀴어 퍼레이드 개최를 위해 서울광장 사용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미 행사가 잡혀있다'는 게 이유였다. 분명히 주최 측이 신청할 당시 서울시 홈페이지에는 공지된 예정 행사가 없었지만 서울시는 '미처 홈페이지에 올리지 못한 것뿐'이라며 서울광장 사용 신청을 불허했다. 이에 주최 측이 날짜를 옮겨 다시 신청 했으나 서울시는 '그날도 행사가 있다'며 거절했다. 물론 그 행사 역시 홈페이지에 공지되어 있지 않았다

서울시의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을 살펴보면 '주무부서는 사용신고 접수 후 즉시 서울특별시 열린광장 홈페이지에 신고처리 현황을 공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서울시가 기 접수된 행사를 홈페이지에 공지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조례 위반이다.

퀴어 퍼레이드 관계자는 "지난 7년 동안 6번이나 사용신고 가능일 오전 9시에 사용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퇴짜를 맞았다."고 말했다.

온 힘을 다해서 '혐오'하는 기독교 단체

퀴어 퍼레이드 주최 측은 결국 행사일을 6월 28일로 미뤘다. 다행히 서울시는 28일 서울시청 사용을 승인했고 우여곡절 끝에 행사 장소를 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끝나지 않았다. 퍼레이드를 진행할 장소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에 게재된 '성소수자 문화 축제' 반대 광고

퍼레이드는 '시위'의 범주에 속하기 때문에 관할경찰서에 신청을 해야 한다. 하지만 시청 주변을 관할하는 남대문 경찰서에는 이미 반동성애 기독교단체들이 진을 치고 있다. 사용신고접수가 시작되는 날은 아직 일주일이나 남아 있는데도 말이다.

대법원은 다른 집회를 막기 위한 허위 집회 신고에 대해

관할경찰서장은 먼저 신고된 집회의 목적·인원 및 기존에 신고한 집회의 실제 개최 비율 등을 고려해 다른 집회 개최를 막기 위한 허위·가장 신고가 분명해 보이는 경우엔, 단지 먼저 신고했다는 이유로 뒤에 신고된 집회를 금지해서는 안 된다.

라고 판시한 바 있다.

예수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예수는 생의 마지막에 예루살렘으로 들어가 '제사장'들을 향해 진노했다. 교회에서 신을 팔며 장사를 하는 자들, 자기 목에 값비싼 진주를 위해 누군가의 목숨 하나둘쯤은 우습게 여기는 권력자들에게 예수는 목숨을 걸고 경고했다. 그리고 그 결과로 십자가에 못박혀 죽었다

예수는 '하나님의 나라에는 자격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동성애를 반대하는 기독교단체는 스스로 성소수자들에게 '천국의 자격'을 부여했다. 예수가 진노했던 그 제사장의 모습과 닮아 있다.

예수를 팔아 교회기득권을 유지하고 약자와 소수자를 괴롭히는 사람들. 신 대신 로마와 결탁해 자신의 기득권을 보전 받았던 자들. 나는 그들에게 성경을 다시 한번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마태복음 7장 21절에는 이런 말이 써 있다.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천국에 다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 이 글은 직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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