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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문래동에는 철공소와 예술촌이 있다(화보)

  • 박수진
  • 입력 2015.05.22 13:21
  • 수정 2015.05.22 13:22

철공소 동네의 변신이 놀랍다. 산업이 쇠퇴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예술이 메우기 시작한 지 10년, 문래동은 서울을 대표하는 예술촌이 됐다.

문래동은 서울에서 찾기 힘든 독특한 분위기가 난다는 점에서 '낯선 공간' 임이 틀림없다. 문래예술창작촌에 들어서는 카페와 음식점은 폐업한 철공소 공간을 임대해 영업중이다. 상처투성이인 콘크리트벽과 바닥, 파이프 등 철공소가 남긴 유산을 그대로 살린 독특한 인테리어는 이곳이 공장지역이었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문래동을 가득 채웠던 철공소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 하나둘씩 문을 닫았다. 이 빈자리를 홍익대 앞에서 활동하던 예술가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예술가는 어두운 동시에 에너지가 넘치는 공장지대 분위기에 반했다. 2007년 문래동에 작업실을 연 예병현 사진작가는 "당시 문래동은 삭막함 그 자체였다. 서울에 달동네도 있고 낙후된 지역도 있지만 서울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는지 상상도 못했다. 이곳이 무섭다는 사람도 있었지만 나는 이곳에서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강한 예술적인 열망을 갖게 됐다"고 회상했다. 접근성이 좋고 임대료까지 저렴하다 보니 예술인이 점점 더 모여들었고, 현재는 시각과 설치 분야 예술가 300여 명이 작업을 하고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문래역 7번 출구로 나와 10분 정도 걷다 보면 문래예술촌 인포메이션 센터가 나온다. 볼트와 너트로 제작한 예술촌 지도와 망치를 모아 만든 조각상이 '공장과 예술의 공존'이라는 이 예술촌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듯하다.

예술촌이라고 하지만 문래동은 여전히 많은 공장이 돌아가는 공장지대다. 눈을 크게 뜨고 공장 사이사이에 펼쳐진 새로운 세계를 찾아내고 즐겨야 한다. 철근과 철판은 물론 철공소 직원의 유니폼 색깔까지 모두 회색인 이곳에서 알록달록 신기한 모양의 벽화와 조형물을 찾아보는 일은 '보물찾기'와 같은 재미가 있다.

특히 토요일 오후부터 일요일까지는 철공소가 문을 닫는다. 예술가가 공장 대문에 그려놓은 벽화까지 감상할 수 있는 시간대다. 골목을 돌다 보면 '초상권을 존중하는 매너 있는 촬영문화를 만들어 주세요'라고 쓰인 푯말이 자주 보인다. 코끼리, 고양이, 카메라 모양의 철판 푯말이다. 철공소는 카메라만 들이대면 특별한 그림이 나오는 매력적인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카메라 동호회가 자주 온다. 내부 촬영을 자제해 달라는 푯말은 철공소 직원이 근무 내내 피사체가 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공소와 예술가가 머리를 맞대 만들어낸 합작품이다.

문래동 사거리 GS칼텍스 주유소 바로 옆에는 '예술공간 세이'가 있다. 세이는 전시와 워크숍, 외국인 예술가와의 국제 교류가 이뤄지는 곳인데 독특한 벽화 때문에 누구나 한 번쯤은 쳐다보게 된다. 문래동을 방문한 인도네시아 작가가 선물로 그려줬다는 벽화는 예술이 배를 타고 세계로 전파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운영자 김연태 작가는 "해외 작가들은 문래동을 중국의 798 예술구나 뉴욕의 옛 소호 같다고 설명한다. 예술가의 작업 공간이 이렇게 독특하게 꾸며진 곳은 외국에도 흔치 않다"고 말했다.

세이 맞은편 '스페이스 문'(SPACE MOON) 건물도 명소다. 텃밭이 조성된 옥상으로 올라가면 예술촌을 조망할 수 있다. 철공소 건물 2·3층에 작업실을 차린 예술가가 옥상에 그려놓은 다양한 벽화가 한눈에 들어온다.

문래동 사거리에서 문래공원 사거리로 이어지는 도로변에는 문래동의 정서를 담고 있는 카페와 음식점, 갤러리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갤러리 기능을 하는 북카페 '치포리', 창의적인 사진·영상 작품을 전시하는 '대안공간 이포', 인도 커리 전문식당 '마마'(MAMA), 집밥을 파는 '쉼표 말랑' 등이 대표적이다.

문래동은 공장과 예술, 그리고 사람이 결합하면서 재밌는 이야깃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공간이 틀림없다. 낯선 도시 공간을 찾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만하다. 철공소 직원과 예술가의 삶의 공간인 만큼 예의를 지키면서 공장지대와 예술의 아름다운 공존을 여유 있게 살펴보겠다는 마음만 있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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