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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정치는 어떻게 끝났는가?

공포정치라는 말을 보니 역사적으로 공포정치(Reign of Terror)라는 말의 원조(응?)격인 프랑스 대혁명기의 자코뱅당의 로베스피에르의 독재가 떠올랐고, 공포에 기반한 로베스피에르의 독재가 어떻게 극적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는지 새삼 생각나서,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겠지만) 혹시라도 북한 김씨 왕조의 폭정도 아래에서 살펴 보듯이 이렇게 내부에서 끝장 날 수 있지는 않을까 싶은 희망에 역사상 최초의 공포정치는 어떻게 끝나게 되었는지 끄적여 보았다.

  • 바베르크
  • 입력 2015.05.21 13:38
  • 수정 2016.05.21 14:12

북한 김씨 왕조의 독재자 김정은이 이번에는 우리의 국방장관에 해당하는 인민무력부장인 측근 현영철을 고사포를 쏘아 처형했다는 보도가 있고 나서(물론 이 보도의 진위 여부는 아직 다투어지고 있는 것 같지만) 김정은의 통치를 공포정치라고 부르며 불안정한 북한의 상황에 관한 국내외의 관심이 더욱 커진 것 같다. 김정은은 이미 고모부 장성택을 숙청했는가 하면, 러시아 방문을 취소하였으며, SLBM 발사에 성공하였다고 주장하며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 수위를 높이면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의 개성공단 방문을 갑자기 불허하는 등 종잡을 수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로베스피에르. (wikipedia)

그런데 필자는 공포정치라는 말을 보니 역사적으로 공포정치(Reign of Terror)라는 말의 원조(응?)격인 프랑스 대혁명기의 자코뱅당의 로베스피에르의 독재가 떠올랐고, 공포에 기반한 로베스피에르의 독재가 어떻게 극적으로 막을 내리게 되었는지 새삼 생각나서, (그럴 가능성은 아주 낮겠지만) 혹시라도 북한 김씨 왕조의 폭정도 아래에서 살펴 보듯이 이렇게 내부에서 끝장 날 수 있지는 않을까 싶은 희망에 역사상 최초의 공포정치는 어떻게 끝나게 되었는지 끄적여 보았다.

로베스피에르는 테러;;라는 말을 만들어낸 그의 공포정치가 절정에 달했을 때(불과 1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에 18,500명 내지 40,000명의 사람들이 단두대에서 처형되었다고 한다) 항상 타격 대상이 정확했다고 한다. 같은 자코뱅당 우파인 당통과 데물랭을 영제(英帝) 피트의 고용간첩(뭐래니?)이라며 죽이고 파리 시장 에베르는 극좌파라고 죽이는 정신없음 속에서도 로베스피에르는 누군가를 숙청할 때는 항상 그 대상을 지목하고 그 사람(들)한테 팥다발 같은 비난을 퍼부은 다음에 단두대로 끌고 가 목을 쳤다고 한다.

그러니 프랑스 대혁명기 당시의 의회인 국민공회의 의원들도 다들 공포에 질려 있었음에도 자신이 숙청 대상이 아니란 것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로베스피에르의 미치광이 짓에 겉으로라도 박수를 칠 수 있었을지 모른다. 그런데 로베스피에르의 몰락을 부른 최후의 국민공회 연설에서 이 자는 숙청 대상을 콕 찝어서 지목한 것이 아니라 어떤 이유에서인지 추상적으로 적들을 공격하며 마구 난사를 해버렸다고 한다.

그러니 듣고 있던 국민공회 의원들이 "아 이건 나더러 죽으란 얘긴가" 싶어서 다들 겁에 질려버릴 수밖에-_- 그러자 놀랍게도 겁에 질린 이 국민공회 의원들이 죽기 싫어서 갑자기 단결하여서(물론 뒤에서 푸셰라는 로베스피에르의 최대 정적이 뒤에서 몰래 공작하기도 했지만) "실은 로베스피에르 네가 제일 문제야"라면서 독재자 로베스피에르를 체포하자는 결의를 해버렸다고 한다. 로베스피에르 동생이랑 로베스피에르랑 같이 설쳤던 공포정치가(terrorist) 생쥐스트도 함께 체포되었고. 로베스피에르는 잠시 탈출하기도 했으나 지지기반이던 깨시민;; 아니 상퀼로트(소규모 자영업자와 날품팔이 노동자들로 귀족들이 입는 퀼로트라는 바지를 입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뜻에서 상퀼로트라고 불렸다고 한다)들이 로베스피에르가 프랑스 대혁명에 간섭하려는 외국들과 전쟁을 벌이고 있느라 전시 경제 통제책으로 물가를 인위적으로 억제시켰던 최고가격제를 실시한 것에 앙심을 품고 봉기하지 않아서 결국 단두대행이 되고 말았다고 한다. 부질없는 가정이겠지만 로베스피에르가 평소 하던 대로 타깃을 딱 정해서 정적을 공격했다면 프랑스대혁명의 향방이나 세계 역사도 달라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여간 이렇게 로베스피에르의 목을 쳤던 겁장이 국민공회 의원들은 역사상 그 일이 일어났던 달의 프랑스 혁명력(革命曆) 상의 명칭을 따서 테르미도르(열월(熱月)) 반동파(反動派)라 불리는데 반동이라는 고약한 명칭에도 불구하고 실은 이들은 당초에는 부르봉 왕가의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를 처형시키고 프랑스를 공화국으로 만들자는데 찬성했던 견결한 공화주의자들이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 당시 기준의 진보주의자 내지는 착한 편(응?)이었음. 그들이 말하자면 자기네 진영의 미친 놈들인 로베스피에르일당 패악질에 견디다 못해 들고 일어났던 것이다. 프랑스대혁명의 주요한 성과들, 신분제 철폐, 국가가 실시하는 보통교육, 민주주의, 남녀평등의 법적 선언 등은 실은 이 막판에 용기를 낸 겁쟁이들인 테르미도르 반동파가 없었다면 보존되기 어려웠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울러 북한에서는 8월 종파 사건 후에는 아예 사라져 버린 것 같은 미치광이 김씨왕조의 반대파들이 이들 테르미도르 반동파들처럼 혹시나 김정은의 폭정을 끝내 줄 수는 없는지 다시 한 번 부질없는 기대도 하여 보는 것이다.

최근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김정은의 현지지도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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