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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5·18 비밀문건 폭로자 "북한군 개입 내용은 없다"

ⓒ한겨레

“5·18 기간 중 북한군이 한국에서 활동하거나 잠입을 계획했다는 내용은 (미국 정부의 비밀문건에는) 전혀 없었다.” 미국 국무부와 주한미국대사관 사이에 오간 5·18 관련 기밀문서를 공개했던 미국 언론인 티머시 스콧 셔록(64)이 20일 광주를 방문해 이렇게 말했다.

셔록은 이날 오후 광주 5·18 기념문화센터에서 학계, 시민사회 인사들과 만나 5·18 기간 중 북한군 600여명이 광주에 잠입해 폭동을 조종했다는 일부 극우세력의 주장과 관련해 “당시 미 대통령과 행정부 수반들이 보고받은 내용과 회의록이 담긴 체로키 문서에는 그런 내용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그가 공개한 이른바 ‘체로키 문서’에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 피살 뒤 당시 미국 대통령이 한국 상황을 주시하고자 극소수 고위 관리들로 꾸린 체로키팀이 주한미국대사관 등과 교신하며 회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 셔록은 당시 생성된 2급 비밀문서 2000건을 미국 정보공개법에 따라 입수해 79년 12·12 이후 80년 5·18에 이르기까지 미국 행정부 고위 관리들의 생생한 대화 내용을 폭로했다.

문서에는 당시 미국이 전두환 보안사령관의 12·12 군사반란을 묵인·방조한 것과 광주로 한국 군대 이동을 승인한 사실이 드러나 있다. 이에 따라 1989년 미국 정부가 한국 국회 5·18 광주민주화운동 조사특별위원회에 보낸 공식 답변에서 공수특전단의 광주 투입을 사전에 몰랐고 5월항쟁 진압군으로 광주에 투입된 국군 20사단의 이동을 승인한 적도 없다고 한 말이 거짓임이 밝혀지기도 했다.

또 문서에는 당시 미국 대통령과 국무부 장차관, 주한미국대사 등이 1980년 5월21일 계엄군의 전남도청 앞 집단 발포 뒤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광주시민들이 무장한 것에 대한 후속조처를 논의했던 사실도 담겨 있다.

그는 1980년 5·18 당시 미 국무부와 주한미국대사관이 주고받았던 비밀전보 등을 1996년 공개해 5·18의 진상을 규명하고 당시 미국 정부의 역할을 밝혀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는 어린 시절 선교사인 아버지를 따라 서울에서 산 적이 있다. 미국 오리건대학교 대학원에서 미국과 한국의 관계, 한국의 노동운동을 연구했다. 1981~1985년 한국을 여러차례 오가며 광주 관련 기사를 기고했으며 뉴욕의 한 일간지 정치부 기자로 활동했다.

광주시는 5·18 진상규명 공적을 인정해 21일 광주시민의 날을 맞아 그에게 ‘광주명예시민증’을 수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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