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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친구들에게 보내는 편지

ⓒlculig

당연한 이야기부터 하고 시작하자: 보고 싶다.

우린 20년, 어쩌면 30년 동안 친구로 지냈어. 그 동안 우리는 서로 다른 도시에 산 기간이 더 길지만, 아직도 네가 너무나 보고 싶어서, 달콤하고 씁쓸한 향수가 입에서 맛이 느껴질 정도로 강하게 들 때가 있어. 너와 우리의 우정이 그리워서 느껴지는 외로움이 묵직하고 떨쳐버릴 수 없는 통증으로 다가올 때도 있어. 격렬한 요가 수업을 받은 다음에 무리한 근육이 아픈 것처럼 말이야(내가 요가 수업을 다니지는 않지만). 몰려오는 향수가 나를 때려눕힐 정도로 강렬해서 깜짝 놀랄 때도 있어.

그리고 여러 해 동안 우리는 지금 우리 우정의 현실을 (거의) 받아들이게 됐지 - 예측할 수 있는 미래까지는 계속 유지될 현실 말이야. 문자, 이메일, 페이스북 메시지, 가끔(아주 가끔?) 하는 전화 통화가 요즘 우리의 주된 소통 수단이고, 나는 그걸 받아들인 셈이야. 심지어 거의 익숙해지기까지 한 것 같아.

내가 받아들이기는 했지만, 가끔은 현실이 달랐더라면 하고 바라지 않는 건 아니야. 우리가 더 가까이 살았더라면, 우리가 더 자주 만났더라면, 우리가 이렇게 바쁘지 않았더라면. 난 지금도 네가 그리워. 언제나 널 그리워할 거야.

옛날이 그리워. 복도만 가로질러 가거나, 전화를 들고 "나 와인 들고 갈게." 한마디만 하면 간단히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게 그리워. 갈 곳도 없고 할 일도 없어서 느긋하게 몇 시간이고 대화를 나누던 게 그리워. 우리가 편안한 침묵의 기술을 마스터했던 게 그리워. 우리가 주저 없이 구두랑 화장품, 브래지어를 빌리던 게 그리워. 미드 '90210'과 '파이 오브 파이브', 나중에는 '앨리 맥빌'이 방영될 때 시간을 고정해 놓고 늘 만나서 같이 보던 게 그리워. 독창적이고 진정한 사람이 되자, 유명해지자던 우리의 적극성이 그리워. 우리가 아이와 일과 금융 같은 현실과는 무관한 거창한 꿈과 비전을 함께 나누던 게 그리워. 같이 있으면 집에 있는 것 같던 느낌이 그리워. 하지만 제일 그리운 건 너야.

여러 해가 지나면서 우리에겐 다른 친구들이 생겼고, 우정을 나누는 가까운 친구들도 생겼어. 이웃들, 직장 동료들, 다른 아이들의 부모들. 끊임없이 상호 작용을 하고, 같이 활동을 하고, 목표를 공유하기 때문에 형성되고 자라나고 유지되는 우정들이지. 나는 이런 새 친구들이 생겨서 고맙게 생각해. 열려 있는 텅 빈 공간을 채우려면 그들이 필요하지. 우리 과거의 그림자를 부수려면 그들의 도움이 필요해. 우리는 외로운 기분을 덜 느끼려면 그들이 필요해. 하지만 이 새로운 친구들은 네가 아니야.

요즘 삶이 아주 빨리 흘러가고 있어. 가끔은 너무 빠를 때도 있어. 피아노 레슨, 축구 경기, 전화 회의, 직장에서의 데드라인, 학교 도시락 싸기, 생일 파티 백만 군데 다니기를 하다 보면 몇 주 몇 달이 휙 지나가 버리고, 정신을 차려 보면 몇 년이 지나 있어. 그래도 우리가 같이 있을 때면 - 네가 여기로 출장을 와서 일요일 오후에 몇 시간을 함께 있든, 주중에 잠시 점심을 같이 먹든, 여자들끼리 길고 느긋한 주말을 보낼 때든 - 시간이 멈추는 것 같아. 그 몇 시간, 그 며칠만큼은 시간이 느려지는 것 같아.

우리는 문자와 이메일, 페이스북 상태 업데이트로 우정을 근근이 유지하며 며칠, 몇 주, 몇 달, 심지어 몇 년 동안 실제로 얼굴을 보며 대화를 못하고 지내기도 해. 하지만 다시 만날 때면 마치 우리 대학 시절 아파트의 지저분한 낡은 소파에 다시 앉아 있는 것 같아. 이제 우리 대화는 전 날 밤에 놀았던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과 남편들 근황이 담긴 이야기지만, 친근함과 진정함은 그대로야. 유명해지겠다는 적극성도 남아있고, 우정은 지금도 집처럼 느껴져.

왜냐하면 향수의 벽 뒤에는 우리가 공유한 역사의 강철 빔이 숨어 있고, 떨어져 지낸 여러 해 아래에는 수십 년간의 우정으로 쌓은 강한 토대가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떨어져 지낸 시간 때문에 생긴 빈 방으로 들어가서 마치 잃어버린 시간이 없는 것처럼 말과 포옹과 웃음으로 그곳을 채울 수 있어. 어린 시절을 함께 했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다른 각자의 성인 생활 사이에 다리를 놓을 수가 있어. 우린 일하는 어머니일 수도 있고, 집에 있는 어머니일 수도 있지. 우리는 정치적으로 왼쪽으로 기울 수도, 오른쪽으로 기울 수도 있어. 다른 곳에 살 수도 있어. 교외나 시골, 혹은 도시에 살 수도 있지. 그런 목록만 놓고 보면 우리의 차이점이 - 예전의 우리가 그랬듯이 - 비슷한 점보다 더 많아 보일 수도 있지만, 우정이 더 깊고, 함께 했던 과거의 끈이 더 길기 때문에 차이점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

그래서 우리는 만날 수 있을 때면 만나지만, 물론 그럴 기회는 언제나 부족해. 그리고 우리가 만나면 우리는 그간 밀린 가족과 직장과 일상 이야기를 하지. 우리의 생활이 예전과는 너무나 다르다는 이야기, 우리가 어떻게 변했나 하는 이야기를 나눠. 몇 시간 동안이나 "....했을 때 기억나?" 하며 옛 추억을 이야기하며 눈물이 흐를 때까지 웃고, 팬티에 오줌을 싸기 직전까지 가지. 옛날에는 불가능하게 느껴졌던 힘든 일들 - 암, 결혼 생활의 문제, 나이 드는 부모님 같은 것들 - 을 이야기해. 진정한 친구의 반겨주는 눈과 열린 마음 덕분에 대화가 쉬워져.

그리고 우리의 짧은 랑데부가 끝나면 우리는 포옹하고 작별 인사를 하고, 사랑한다고 말하며 다음에 만날 계획을 잡아. 그리고 우리는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 우리는 남편과 아이들, 가족과 가까운 친구들에게 관심을 쏟지. 우린 가끔씩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해. 페이스북에 사진을 올리고 문자를 보내. 우리의 나날은 피아노 레슨과 축구 경기, 전화 회의와 직장에서의 마감, 학교 점심, 생일 파티에 휘말리지. 그리고, 그러는 내내 우리는 서로를 그리워해.

다음에 만날 때까지...... 떨어져 지낸 시간이 사라질 그때, 어제 만났던 사람을 다시 만난 것처럼이야기하고 웃고, 시간이 잠시 멈출 그때까지.

다음에 만날 때까지......

 

* 이 글은 필자의 웹사이트에 게재되었던 글이다. 크리스틴은 '열린 상자들: 충실하고 관계 맺는 삶의 선물'의 저자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 블로거이자 작가, 변호사 크리스틴 오건의 을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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