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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장애 2급' 임주성군, 한국신기록 3개 갱신

  • 김병철
  • 입력 2015.05.20 13:48
  • 수정 2015.05.20 13:51

제9회 전국장애인학생체육대회에 출전한 임주성(15·광주 유덕중)군이 지난 19일 오후 역도 데드리프트 종목에서 115㎏ 역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무거운 거 드는 건 자신 있어요.”

지적장애 2급인 중학교 2학년생 임주성(15)군은 몸무게가 50㎏도 넘지 않는다. 그런 그가 지난 19일 오후 제주 구좌체육관에서 열린 제9회 장애인학생체육대회에서 제 몸무게의 두배도 넘는 115㎏ 역기에 도전했다. 이미 2차 시기에 108㎏ 역기를 들어올려 한국신기록(기존 101㎏) 갱신과 금메달을 확정한 임군의 경쟁 상대는 자기 자신뿐이었다. 굳은 얼굴로 심호흡을 하더니 단번에 역기를 허벅지까지 들어올렸다. 성공이었다. 금메달 3개를 확정짓는 순간이었다.

장애인 역도 경기는 비장애인들의 역도와는 조금 다르다. 비장애인들의 역도는 역기를 한번에 머리 위로 들어올리는 ‘인상’ 종목과 가슴 위로 역기를 올린 뒤 다음 동작으로 머리 위로 올리는 ‘용상’ 종목으로 나뉜다. 장애인들의 역도는 장애의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임군처럼 지적장애인 경우엔 역기를 목덜미에 메고서 무릎을 구부렸다 펴는 ‘스쾃’과 선 자세에서 몸을 굽혀 역기를 잡고 상체를 일으켜 몸을 쭉 펴는 ‘데드리프트’ 종목으로 나뉜다. 절단이나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경우엔 누워서 역기를 드는 벤치프레스로 경기를 치른다.

임군은 이날 스쾃 97㎏, 데드리프트 115㎏, 종합 212㎏로 모두 한국신기록을 세우며 대회 3관왕이 됐다. 우승 소감을 묻자 임군은 환하게 웃으며 “좋다”는 말을 연신 반복했다. 임군을 지도하는 광주장애인체육회의 정주환 지도자는 “주성이가 평소에 감정 표현이 별로 없지만, 오늘은 진짜 기쁜 모양”이라고 말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지난해에 이어 중등부 2연패를 달성한 임군은 3년 전 역도를 처음 시작할 땐 15㎏ 곤봉조차 들지 못하는 아이였다. 지적장애 뿐 아니라 몸의 비대칭이 심해서 똑바로 걷거나 뛰지도 못했다. 정씨는 “자세가 구부정하고 바르지 못해 몸이 비대칭적으로 발달했다. 왼쪽 팔다리의 근육량이 오른쪽에 비해 현저히 적었고, 앞으로 뛰라고 하면 몸이 오른쪽으로 기울었다”고 설명했다. 임군의 몸은 역도를 하면서 자연스레 균형을 찾았다.

역도가 가져온 변화는 신체적 발달만이 아니다. 특기가 생긴 임군의 표정이 밝아졌고, 자신감도 생겼다. 정씨는 “광주월드컵경기장 안에 있는 헬스장에서 평소 훈련을 한다. 거기는 여러 종목의 비장애인 운동선수들이 자주 훈련을 하는 곳이다. 그들이 처음엔 우리 주성이를 보고 ‘저런 애도 운동하네’라고 깔보는 눈치였지만, 주성이가 역기를 들고나선 다들 깜짝 놀란다. 지금은 거기서 형들과도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정씨는 임군의 활약이 다소 뜻밖이라고 했다. “처음 주성이가 체육관에 왔을 땐, 역기에 관심이 별로 없어보여 금세 그만둘 줄 알았다. 그런데 자꾸 나오더라. 나중에 주성이 어머니께 들어보니, 주성이가 집에 가면 역도장에서 배운 동작을 자기 전까지 혼자 따라했다고 하더라”고 정씨는 말했다. 남몰래 구슬땀을 흘린 임군은 단순히 역기가 아닌, 그가 짊어진 세상을 들어올린 셈이다.

제9회 전국장애인학생체육대회에 출전한 임주성(15·광주 유덕중)군이 지난 19일 오후 역도 스퀏 종목에서 96㎏ 역기를 들어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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