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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금 뮤지컬 '쿠거' 주연들, "섹스·오르가슴, 우리 나이에 이런 대사는 껌!"

19금 뮤지컬 ‘쿠거’ 주연 김희원·박해미·최혁주

무대 위에서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은 왕 언니들”이건만, 세 배우는 서로 눈이 마주칠 때마다 아이처럼 ‘꺄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지난달부터 뮤지컬 <쿠거>로 200석 규모의 작은 소극장 무대에 함께 서는 김희원(41), 박해미(51), 최혁주(42)씨는 연기할 땐 안 웃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한다고 했다. 뭐가 그리 우습냐니 “그냥 너무 좋아서. 엄마나 언니한테 물어봐요. 이 나이되면 웃음도, 눈물도 많아진다니까?”라고 했다.

‘쿠거’란 젊은 남성과 사귀는 연상녀를 가리키는 미국식 은어. 뮤지컬 <쿠거>는 실컷 희생만 하다 이혼 당한 릴리(박해미), 똑부러지는 커리어우먼이지만 여성으로서의 욕망은 숨기며 사는 클래리티(최혁주), 쿠거바 주인으로 자유롭게 인생을 즐기는 메리 마리(김희원) 등 40대 여성 3명이 ‘쿠거 바’에 모이면서 자신감을 회복하고 주체적인 삶을 찾아가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19금 뮤지컬’답게 아슬아슬한 섹시함과 은밀함으로 젊은 관객은 물론 40~60대 중년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고 있다.

20대와 사귀는 40대 여성이라니. 아직 한국에선 때 이른 설정 아닐까? “아이고. 멀리 갈 것도 없어요. 여기 해미 언니가 한국의 대표 ‘쿠거족’아냐? 8살 어린 남편 데리고 살잖우.”(혁주) “요즘 관객들이 고픈 건 바로 이런 작품이죠. 연일 매진이잖아요? 에헤헤헤.”(희원) 남편이 8살 연하인 박해미는 특히 감정이입이 되는 장면이 있다고 했다. 앞날이 창창한 젊은 애인을 사랑하지만 떠나보내며 릴리가 ‘헤어지자’고 말하는 대목이다. “제가 결혼 전에 남편을 등떠밀며 했던 말이랑 똑같은 거예요. 매번 이 장면에서 울컥해요. 중요한 건 제 남편은 안 떠났다는 거죠. 호호호.”

오프브로드웨이에서 공연됐던 원작과 한국판은 달라진 부분이 많다. 남자 연출이 중년 언니들의 심경을 다 헤아리긴 애초부터 불가능했을 터. 끼가 넘치는 세 배우는 연습을 하며 작품을 새로 만들다시피 했단다. “메리 마리가 첫 장면에서 가슴을 모아 쥐고 관객에게 인사를 하는 장면은 희원이 애드리브예요.”(혁주) “희원이가 ‘에헤헤헤’하고 웃을 때마다 ‘그렇게 웃지 마’라고 외치는 장면도 원래는 우리가 실제로 희원이한테 하던 말을 극으로 가져온 거고요.”(해미) 이런 자잘한 ‘애드리브’가 장면마다 관객의 폭소를 자아낸다.

‘섹스’, ‘오르가슴’, ‘46번 체위’등 19금 대사들이 난무하는 작품이라 연습은 물론 공연을 하면서 힘든 부분도 있었을 터다. “무슨 소리~! 난 평소에 워낙 음담패설을 많이 해서 그런지 ‘새발의 피’야. 우리 나이에 이런 대사는 ‘껌’아냐? 호호호.”(해미) “전 결혼도 안 했고 아이도 없어서 모성애를 표현하는 부분이 되레 힘들어요. 전 독신주의자거든요.”(희원) “예전에 <버자이너 모놀로그>에 출연한 적 있어서 이번엔 각오했던 것보단 수위가 너무 낮아요. 아, 굳이 꼽으라면 1~10단계 진동이 있는 여성 자위기구 ‘훌리오’의 장점을 노래하는 부분이 있는데, 내가 안 써봐서…. 하하하. 근데, 난 자위기구는 별로야. 온기도 없고….”(혁주) 질문이 무색하게 더 ‘높은 수위’의 대답들이 쏟아졌다.

배우들도 연기를 하면서 깨지고 변화한다. 자신들과 비슷한 40대 이상 중년 여성의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스스로에게 자극이 되는 부분도 있단다. “난 외간 남자, 그것도 젊은 남자랑 뽀뽀하는 신이 있어서 그런지 자신감이 팍팍 붙더라니까~~호호호.”(해미) “전 연하를 사귀어 본 적 없는데, 호기심이 많이 생겨요. 유부녀인데도 그런 남자 못 만나본 젊은 시절이 아깝고 후회된달까? 하하하.”(혁주) “저는 ‘자신감을 가져라’라는 메시지에 용기를 많이 얻는 것 같아요. 매회 연기하며 펑펑 울거든요. 어렸을 때 남자 때문에 겪은 상처가 커서 그런지도.”(희원)

무대는 관객과 배우의 교류가 영향을 많이 미치는 공간인데다, 이 작품의 특성상 관객들의 반응이 작품의 진행에 큰 영향을 미친단다. 세 배우는 관객들에게 ‘열린 마음’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처음에는 관객들이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하나 두리번거려요. 눈치를 보는 거죠. 그러다 결국 자지러지게 웃고 소리를 질러요. 처음부터 그냥 즐기시면 돼요.”(혁주) “우울한 중년? 돌싱 중년? 아니, 모든 걸 참고 사는 중년 여성들이 꼭 보러오면 좋겠어요. 마음을 열면 용기와 희망을 얻어 가실 거예요.”(해미) “여러분의 반응만큼 배우들로부터 ‘뽕’을 뽑아 가실 수 있는 거죠. 환호 많이 해주세요.”(희원)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세 여배우의 뱃속에서는 약속이나 한 듯 ‘꼬르륵’ 소리가 들려왔다. “소극장 뮤지컬이라 출연료보다 밥값이 더 들어요. 매끼 오리고기, 돼지고기, 소고기 ‘고기’만 먹어요. 안 그러면 소리가 안 나와. 에헤헤헤.”(희원) “출연료는 무슨. 우린 이 작품, 사람이 좋아 ‘의리’로 했어요. 아마 울릉도에서 하자고 해도 했을 걸요?”(혁주) “맞아요. 배 타고 가서 했을 거예요. 에헤헤헤.”(희원) “너, 그렇게 웃지 마.”(해미·혁주 합창)

7월26일까지.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1588-5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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