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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피해자 없는 범죄인가

현행 성매매 처벌규정의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강요 없는 성매매는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쪽에서도, 성매매 처벌규정을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정부 쪽과 이 점에서는 동일하다. 성매매는 성매매로 인하여 특정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는 범죄, 곧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강요 없는 성매매는 성구매의 상대방에게는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성매매가 성구매행위 상대방의 정신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를 소개한다.

성매매 처벌규정 위헌법률심판사건 공개변론 소고

헌법재판소의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성매매 특별법)' 공개변론을 앞두고 한터전국연합·한터여종사자연맹 관계자들이 4월 9일 오후 서울 헌법재판소에서 앞에서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촉구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2015년 4월 9일, 성매매를 한 사람을 형사처벌하는 법률조항(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제21조 제1항 "성매매를 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의 공개변론을 열었다. 서울북부지방법원이 2012년 12월 13일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고 헌법재판소가 2013년 1월 이 사건을 접수한 지 2년여 만이다.

공개변론에서 명확하게 드러난 것은 제청신청인(당해 형사사건의 피고인) 쪽의 주장이 법원의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의 취지와는 다르다는 점이다. 법원이 법 제21조 제1항의 위헌성을 의심하며 위헌 여부 심판을 제청한 것과 달리 제청신청인 쪽은 "성매매의 전면적인 합법화나 (성매매여성의) 완전한 비범죄화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가장 원하는 것은 제한된 구역에서만 성매매를 하게 해 달라는 것"이라고 말하며 구체적으로 "집결지 성매매업소를 국가가 관리해 달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제청신청인 쪽은 집결지 성매매가 생계형 성매매라는 점을 들었다. 제청신청인 쪽은 성매매가 "생계형 성매매"와 "비생계형 성매매"로 구분될 수 있다고 전제하고, 생계형 성매매인 집결지 성매매만 합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제청신청인 대리인은 이른바 '공창제'를 주장하는 변론을 마무리하면서 "현실과 괴리된 이 조항을 후손에게 물려줄 수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인식의 오도이다. 불평등하고 부정의한 현실에 맞추어서 법률의 위헌을 선언해 달라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법은 특정 사안(현실)에 대해 입법권자인 국민의 가치 판단을 보여 주고, 또 보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현실은 지극히 차별적이다. 이 사건 법률조항은 얼핏 성별과 무관하게 적용되는 것처럼 성중립적으로 보이지만, 현실에서는 실질적으로 '남성의 여성에 대한 성구매'를 규율하는 조항으로 기능하고 있다. 극히 일부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성구매자의 절대 다수가 남성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성매매 처벌규정의 위헌 판단은 '절대 다수의 성구매자는 남성'이고, 거의 언제나 '성을 파는 행위'를 선택지의 하나로 고려하는 사람은 '여성'으로 철저하게 성별화된 성매매의 현실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인식할 것인가, 그리고 이를 우리 헌법질서와 인권의 관점으로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에 달려 있다. 성매매에 대해 한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우리는 어떤 헌법적 가치를 채택하고 이를 법률로 규정할 것인가.

강요에 의하지 않고 성매매에 나섰다 하더라도, 여성들은 정신적, 신체적 침해를 실제로 받거나 침해를 받을 위험에 상시적으로 노출된다. 해리 경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성병을 비롯한 질병 감염의 위험, 성구매자로부터의 폭력과 성폭력의 피해를 입거나 그러한 위험이 상존한다는 것이 연구자와 지원자의 경험이다. 뿐만 아니라 성구매자의 압도적인 다수가 남성이고 '성구매공화국'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손쉽게 성구매가 가능한 한국의 현실에서, '성매매를 허용한다'는 것은 결국 '한국사회에서, 남성은, 돈이 있으면, 언제든지, 어떤 형태로든지, 손쉽게, 여성의 성을 살 수 있음'을 법적으로 선언하는 것과 다름없다. 이는 인간의 존엄성이 보장되고 양성이 평등한 사회를 추구하는 우리 헌법 원리의 중대한 위반이다. '성구매'는 상대방의 인간 존엄성, 신체의 자유 및 인격적 법익을 침해하거나(결과범) 침해할 위험을 야기하므로(위험범) 개인적 법익에 관한 범죄인 동시에, 성별에 따른 불평등을 강화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사회질서에 반하는 행위로서 사회적 법익에 관한 범죄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성구매행위만이 범죄이고 성구매자의 상대방이 되는 사람은 범죄의 피해자이거나 그 상대방일 뿐이라고 본다면, 법 제21조 제1항은 규정 전부가 아니라 '성을 파는 행위를 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부분만 위헌으로 선언되어야 할 것이다.

공개변론에서 부각된 쟁점 중 하나는 성매매의 해악에 관한 것이다. 현행 「성매매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제2조 제1항 제4호는 '성매매피해자'에 해당할 수 있는 사람을 네 유형으로 정해 두고 있는데*, 강요나 약물 등에 의하지 않고 (따라서 현행법이 정한 의미의 '성매매피해자'가 없는) 성매매가 이루어진 경우, 그 성매매를 범죄로 처벌하기 위한 정당성을 부여하는 성매매의 해악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공개변론에서 이해관계인(성매매 처벌규정 합헌을 주장하는 정부 쪽) 대리인들은 주로 성매매는 선량한 성풍속을 해하므로 사회적 해악이 있다는 의견을 내었다.

특기할 것은 이해관계인 쪽에서 "근본적으로 성매매라는 비인간적 사태를 막음으로써 인간의 존엄을 지킨다는 의미(이해관계인 대리인 정부법무공단)", "성매매는 '성매도인' 자신에 대한 위해행위이므로 사회적 해악이 명백히 존재하기 때문에 국가가 방임할 수 없다"(이해관계인 대리인 최현희 변호사)라고 진술하면서도, '인간의 존엄'이나 '자신에 대한 위해'의 직접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성구매의 상대방 개인에게 끼치는 해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현행 성매매 처벌규정의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강요 없는 성매매는 합법화되어야 한다는 쪽에서도, 성매매 처벌규정을 합헌이라고 주장하는 정부 쪽과 이 점에서는 동일하다. 성매매는 성매매로 인하여 특정한 피해를 입는 사람이 없는 범죄, 곧 '피해자 없는 범죄'라는 것이다.

그런데 과연 강요 없는 성매매는 성구매의 상대방에게는 아무런 해악을 끼치지 않는가. 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를 찾기 위해 성매매가 성구매행위 상대방의 정신과 심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국내외의 연구를 소개한다[이하의 연구 내용은 모두, 최현정, 『만성적 외상에 대한 해리 경험이 성매매 여성의 외상성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 서울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06년에 소개된 것을 재인용함].

해외의 연구로는 Farley 등(1998)이 9개 국가(캐나다, 콜롬비아, 독일, 멕시코, 남아프리카공화국), 태국, 터키, 미국, 잠비아)의 성매매여성 854명의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 결과 여성들 중 71%가 성매매 중 신체적 폭력을 경험하였으며, 63%가 강간을 경험하였고, 89%가 성매매로부터 탈출을 희망하였으나 생존의 다른 대안이 없었으며, 75%의 여성은 노숙경험이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중 68%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기준에 부합하였고, 이는 성적․신체적 폭력 경험과 강하게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Herman(2003)은 임상적 인터뷰를 통하여 성매매여성의 심리적 어려움을 연구하였는데, 성산업이 개인에게 가하는 구속력이 성매매여성 개인의 자율성을 파괴하고 그 결과 성매매여성에게 해리 상태나 물질 남용, 자해 행동, 자살 시도와 같은 자기조절의 문제를 불러일으킨다고 결론내렸다.

국내의 최초 연구로는 김현선(2002)이 Farley 등(1998)의 연구를 참고하여 국내 성매매여성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에 관한 연구를 시도한 것이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 검사(Posttraumatic Stress Disorder Checklist, PCL)를 사용한 결과, 100명 중 81명의 여성들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의 진단이 가능한 점수를 보고하였다.

최현정(2006)은 해리 경험**이 성매매여성의 외상성 스트레스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성매매여성은 학대적인 아동기 환경 및 성매매 환경과 같은 외상 환경을 경험하였으며 해리 경험을 통해서 이러한 만성적 외상 환경에 대처하였음을 검증하였다. 또한 해리 경험이 다시 외상성 스트레스에 기여함을 확인하였다. 즉, 성매매여성은 성매매 환경과 같은 만성적으로 외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환경에서 이에 대처하기 위하여 '해리 경험'을 겪었으며, 성매매여성의 해리 경험은 거꾸로 성매매여성이 외상성 스트레스와 재외상화(再外傷化)를 겪게 하였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국내외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성매매에 나아가는 여성들(대부분이 여성들이다)이 언제나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지만 피해를 입을 상당한 위험에 놓여 있다고 볼 수 있다. 성매매는, 강요에 의하지 않을지라도, 현행법상 '성매매피해자'에 해당하지 않을지라도, 성구매 상대방에게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위해를 가져올 상당한 개연성이 있는 행위이다. 성구매행위를 성구매 상대방 개인의 신체의 자유, 인격권 기타 법익에 위험을 야기하는 위험범으로 구성할 필요가 있다.

글_차혜령 변호사

*성매매피해자: '위계, 위력, 그 밖에 이에 준하는 방법으로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람', '업무관계, 고용관계, 그 밖의 관계로 인하여 보호 또는 감독하는 사람에 의하여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마약·향정신성의약품 또는 대마에 중독되어 성매매를 한 사람', '청소년,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사람 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대한 장애가 있는 사람으로서 성매매를 하도록 알선·유인된 사람', '성매매 목적의 인신매매를 당한 사람'

**'해리'는 둘 이상의 정신적 과정 및 내용이 통합되거나 연합되지 않고 분리된 심리적 현상으로 정의할 수 있다. '해리 장애'와 구분되는 개념으로서 '해리 경험'은 타인 및 물리적 환경으로부터의 분리(detachment), 지각의 변화, 기억의 손상(구체적으로는 이인증, 비현실감, 기억상실, 몰입 등으로 기술됨)이라는 세 종류의 반응으로 분류된다(최현정 위 논문).

* 이 글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블로그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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