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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성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오면 뭐하나"

ⓒ한겨레

박용성(75) 전 중앙대 재단이사장이 2015학년도 대입 전형 과정에서 ‘여학생 말고 남학생들을 뽑으라’며 일부 수시모집 전형의 ‘합격자 성비 조정’을 지시했다는 당시 평가위원들의 증언이 나왔다. 객관적이고 공정해야 할 대입 전형에서 성차별적 선발 시도가 있었다면 성평등은 물론 입학사정관 제도의 근간을 흔든 것이어서 진상 규명이 불가피해 보인다.

19일 대입 전형에 참여했던 중앙대 교수들과 입학사정관의 증언을 종합하면, 지난해 10월9일 ‘2015학년도 경영경제계열 지식경영학부 수시모집’ 면접 당일 입학처장이던 이아무개 교수는 평가위원으로 참여한 교수와 입학사정관들에게 ‘지시사항’이라며 “(박용성) 이사장님께서 ‘분 바르는 여학생들 잔뜩 입학하면 뭐하느냐. 졸업 뒤에 학교에 기부금도 내고 재단에 도움이 될 남학생들을 뽑으라’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사실상 남성 지원자들에게 높은 면접 점수를 주라고 요구한 것이다. 평가에 참여한 이들은 “서류평가가 시작된 지난해 9월부터 교직원 등을 통해 ‘이사장님 지시사항이니 남학생들을 많이 뽑으라’는 이야기를 여러번 들었다”고 했다.

합격자 성비를 조정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이 나온 전형은 지식경영학부의 ‘특성화고졸 재직자전형’이다. 이 부문엔 특성화고 졸업 뒤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재직자만 지원할 수 있는데, 은행·증권사·기업체 경리 등으로 근무하는 여성들이 많이 지원한다고 한다.

당시 평가에 참여한 전직 입학사정관은 “서류 평가에 들어가기 전 남학생 비율을 높이라는 얘기를 듣고 ‘현실도 모르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도대체 누가 했느냐’고 따졌다가 ‘이사장님 지시’라는 답변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박 전 이사장이 총장에게 ‘분 바르는 여학생’을 거론하며 ‘기업체에 가서 현장 조사라도 해봤느냐. 남학생들을 끌어오기 위해 기업체와 협상이라도 해봤느냐. 책상머리에 앉아 있으니 이러는 것 아니냐’고 질책하고, 학교에 기부금을 낼 남성 지원자를 많이 뽑으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했다.

평가에 참여한 한 교수도 “(‘분 바르는 여학생 말고 남자를 더 뽑으라’는 지시를) 면접 당일 확실히 들었다”고 했다. 다른 평가 교수도 “그 말을 듣고 교수들이 부정적 반응을 보였더니 입학처장이 언짢아했다. 당락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는 수치만으로 알 수 없지만 평가하는 입장에서 심리적 영향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 부끄러운 얘기지만 남학생들 점수를 좀 더 후하게 준 것은 맞다”고 했다.

평가에 참여한 입학사정관은 “서류 평가에서 60점 미만이면 탈락시키는 암묵적 기준이 있었는데, 남학생들은 면접이라도 보게 해주자는 마음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중앙대는 “이용구 총장이 박 전 이사장한테서 ‘지식경영학부가 모집정원도 다 채우지 못할 정도로 지원율이 낮으니 지원을 활성화시키도록 노력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은 받았지만, 남학생을 많이 선발하라는 지시를 받지는 않았다”고 했다. 당시 입학처장이던 이 교수도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전달한 적도 없다. 어차피 여자 지원자가 대부분인데, 현실을 모르는 소리”라며 부인했다.

그는 “실제 합격자 비율을 보면 오히려 남학생 비율이 감소했다”고 했다.

지난해 이 전형의 경쟁률은 1.81 대 1이었다. 합격자 중 남성 비율은 2014학년도 12%에서 2015학년도에는 9.7%로 줄었다. 그러나 남성 지원자 합격률은 같은 기간에 51.4%에서 55.3%로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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