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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숙청과 처형에 관련된 보도를 모조리 믿어서는 안 되는 이유

  • 김도훈
  • 입력 2015.05.19 05:34
  • 수정 2015.05.19 19:12

김정은이 2011년에 아버지로부터 지도자 자리를 물려받은 이래, 고립된 왕국 북한에서는 고위급들의 숙청과 처형 소식이 수없이 들려왔다. 잔인하고 섬뜩한 이야기도 있었다.

수요일에 이런 숙청 이야기가 또 하나 흘러나왔다. 한국의 연합뉴스는 국정원이 국회의원들에게 북한 인민무력부장 현영철이 고사총으로 처형당했다고 전했다고 보도했다. 국정원 대변인은 현영철이 해임된 것으로 보이나, 실제로 사망했는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고 한 발 물러섰다.

북한 정권의 극단적 잔인성과 극단적 비밀주의로 인해, 북한의 리더십 변화를 둘러싼 사건들을 외부에서 정확히 알기란 힘들다. 현영철이 어떻게 되었는지 의견이 분분한 것은 이런 현실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정확한 이야기부터 100% 추측까지 이르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돌고 있다.

2012년 7월 18일의 자료사진. 당시 북한 인민군 차수였던 현영철이 평양의 회의 중 박수를 치고 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국정원은 김정은 이래에서 고위급 70명 정도가 처형당했다고 주장한다. 4월 말에는 올해만 최고위급 15명이 처형당했다는 주장도 했다.

국정원에 의하면 이런 처형의 사유는 굉장히 다양하고, 가끔은 사소한 규칙 위반에 처형된 사례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어느 차관은 평양의 어느 건물의 지붕 디자인에 대한 의견이 김정은과 달라서 목숨을 잃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이 숙청을 통해 자기 아버지 정권 당시의 실세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사람들도 있다.

예를 들어 2012년 7월에 타임스는 김정은이 리영호를 북한 인민군 대장 자리에서 끌어내렸다고 보도했다. 리영호는 김정일의 측근이었고, 처형되었는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런 인사이동이 불안정한 권력의 증거라고 보았다.

남한 고위 인사는 1월에 김정은이 변인선 인민군 상장을 처형하라고 명령했다고 주장했다. 사유는 알려지지 않은 문제에 있어 김정은과 의견이 달랐기 때문이라고 했다.

작년에 김정은의 고모부인 장성택이 처형되었을 때는 더욱 많은 관심이 쏟아졌다. 로동신문은 장성택이 ‘위대한 수령님과 위대한 장군님을 천세만세 높이 받들어모시기 위한 사업을 외면하고 각방으로 방해하는 배신행위를 감행하였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 TV의 현영철 숙청 보도를 보는 시민

장성택 사건을 보면 고립된 국가인 북한에 대한 믿을 만한 소식을 얻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 수 있다. 처음 보도에서는 그가 개 120마리에 의해 찢겨 죽었다고 했다.

애널리스트들은 잘못된 정보가 나오는 이유 중 일부는 남한 매체들이 북한에서 흘러나오는 소식과 가십 한두 마디를 가지고 북한 관련 보도를 하기 때문이라 지적한다. AFP는 국정원의 의회 보고도 혼란을 가중시킨다고 지적한다. 밀실에서 보고한 다음, 국회의원들이 나중에 기자들에게 흘리기 때문이다.

장성택의 경우는 중국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풍자적인 게시물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주요 매체의 뉴스로 흘러갔다는 게 밝혀졌다. 하지만 처형에 개들이 동원되었다는 것은 거짓으로 밝혀졌지만, 장성택은 실제로 처형 당했다.

은하수 관현악단

김정은의 아내인 리설주가 한때 가수로 몸담기도 했던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과 김정은의 기괴한 관계를 둘러싼 잘못된 정보 사례도 있다.

뉴욕타임스는 남한 국회의원들이 악단 멤버 네 명이 총살 당했다고 했다고 2013년에 보도했다. 근거가 희박한 이 뉴스는 일본 아사히 신문에 근거한 것이었고, 조선일보는 김정은이 관현악단 단원들 십여 명과 다른 예술단 멤버들이 섹스 동영상을 촬영했다는 이유로 집단 처형을 명령했다고도 주장했다.

처형당했다던 단원 중 하나는 김정은의 옛 애인이었다는 소문도 돌았는데, 북한 TV에 멀쩡히 살아있는 모습으로 등장했다. 북한 뉴스는 남한의 언론이 이야기를 날조했다며 비난했다고 가디언이 보도했다.

한국과 국제 미디어에 잘못된 보도가 나오는 빈도를 고려했을 때, 북한 주민들이 김정은과 같은 머리모양을 강요당한다거나 고위급 인사들이 화염방사기로 처형 당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올 때면 회의적인 태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S의 What's Behind All The Reports Of North Korea's Purges And Executions를 번역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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