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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훈, "검찰·법원은 유서대필 조작 사과하라" (전문)

  • 허완
  • 입력 2015.05.18 06:54
  • 수정 2015.05.22 06:10

업데이트 : 5월18일 12:10 (전문 추가)

‘유서대필 사건’에 대해 24년 만에 무죄를 판결 받은 강기훈씨가 검찰과 법원에 사과를 요구했다.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강씨는 18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을 통해 각각 검찰과 법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검찰

“당시 수사 검사들과 검찰 조직은 제가 유서를 쓰지 않은 것을 알면서 진실을 왜곡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법원

“법원은 1991년, 1992년은 물론이고 재심 후에도 2009년 검찰 재항고 사건을 3년이나 방치하고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법원도 한 마디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1992년 4월20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유서대필혐의사건 항소심 선고공판을 받기위해 강기훈씨가 안경을 손에 쥐고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한겨레

강씨는 사과를 요구하며 법적대응을 예고했다.

그는 “저를 끝으로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없어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마땅하다.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5월18일)

앞서 서울지방변호사회도 “진실을 밝히는 데 주저하고 사명감을 갖지 못했던 법조인들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한편 강씨는 2014년 서울고법에서 열렸던 재심 결심공판에서 당시 수사와 판결을 맡았던 판·검사들의 이름을 일일이 열거했다. 그들은 대부분 요직을 거쳤고, 박근혜 정부에서 중용되기도 했다.

다음은 한겨레가 소개한 강씨의 글 전문이다.

1. 저는 지금 건강이 안 좋습니다.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저는 건강이 악화되어 지인들과도 연락을 끊고 지방에서 요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되새기며 아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을 몸이 감당하기 어렵기에 앞으로도 직접 제 말씀을 드리는 것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무죄 확정을 축하하고 제 건강을 염려하시는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지면을 통해 전하면서 이와 함께 제 간략한 소회를 밝히고자 합니다.

2. ‘유서는 김기설 본인이 쓴 것이고 강기훈이 쓴 것이 아니다‘ 이 단순한 것을 확인받는데 무려 24년이 걸렸습니다. 당연한 판결을 받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3. 지난 5월 14일로서 저에 대한 사법적 판단은 끝났습니다. 이제 역사적 판단과 책임이 필요한 때가 되었습니다. 제가 항소심에서 진술했듯이 “진정한 용기는 잘못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당시 저를 수사했던 검사들과 검찰 조직은 제가 유서를 쓰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왜곡하였습니다.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여야 합니다. 법원은 91, 92년은 물론이고 재심 후에도 2009년 검찰의 재항고 사건을 3년이나 방치하였으며 이번 대법원 판결에서도 과거의 잘못에 대해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습니다. 법원도 한 마디 사과라도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4. 피해자는 저 하나면 족합니다. 저를 끝으로 다시는 이런 피해자가 없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책임을 질 사람은 책임을 져야 마땅합니다. 스스로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을 물을 수 밖에 없습니다.

5. 이번 재심 무죄판결이 나기까지 많은 분들이 애썼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잊지 않을 것입니다. 제 몸이 병들어 지쳤을 때 후원해주신 분들에겐 큰 빚을 졌습니다. 꿋꿋이 잘 버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15년 5월

강기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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