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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D-1000, 평화·환경 올림픽 늦지 않았다

강원도의 '환경' '평화' '경제' '문화' 등 4대 올림픽 비전은 함량이 떨어지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환경과 평화를 강조하는 데에 이르면 왜곡과 착시를 일으킨다. 심하게 말하면 위선이요, 거짓말이다. 강원도와 조직위는 불·편법적인 가리왕산 파괴로 이미 환경올림픽을 말할 윤리적 지위와 도덕적 권위를 잃어버렸다. 평화올림픽의 실질 내용인 남북분산개최나 단일팀 구성 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 역시 지금까지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평화올림픽을 내세운들 누가 진정성 있게 받아드리겠는가. 허세일 뿐이다.

  • 고광헌
  • 입력 2015.05.16 06:08
  • 수정 2016.05.16 14:12

오늘(16일)은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을 1천일 앞둔 날이다. 이날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와 강원도는 4대 올림픽 비전 선언을 비롯해 올림픽의 성공개최를 다짐하는 여러 문화행사를 열 계획이다. 좀체 뜨지 않는 올림픽 분위기를 조성하고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필요한 행사다.

하지만 이번 행사가 올림픽의 철학과 가치를 심화시키는 다짐의 시간이 될 것 같지는 않다. 유명 연예인들을 초청해 공연을 하고 의례적인 성공다짐이나 외치는 식이 될까봐 걱정이 앞선다. 남은 시간 동안 채워야 할 것을 점검하고, 지난 일을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좀 더 엄혹한 시선으로 올림픽 준비과정을 살펴보면 이미 곳곳에 빨간불이 들어와 있다. 가령, 강원도의 '환경' '평화' '경제' '문화' 등 4대 올림픽 비전은 함량이 떨어지거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런던의 '근대의 안내자'나 베이징의 '대국굴기'처럼 자존감 넘치는 수사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 민족의 현실과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을 집약한 상징은 절실하다. 올림픽에서 문화는 너무나 흔한 주제여서 안이하게 들린다. 문화는 올림픽을 관통하는 공기나 바람 같은 것이지 목표로 내세우는 열쇳말로는 맞지 않는다. 짜임새 있는 운영과 사후관리 등을 통한 비용절감을 강조한 경제 역시 올림픽을 개최하는 곳이라면 어디나 유념해야 할 기본이다.

환경과 평화를 강조하는 데에 이르면 왜곡과 착시를 일으킨다. 심하게 말하면 위선이요, 거짓말이다. 강원도와 조직위는 불·편법적인 가리왕산 파괴로 이미 환경올림픽을 말할 윤리적 지위와 도덕적 권위를 잃어버렸다. 평화올림픽의 실질 내용인 남북분산개최나 단일팀 구성 등을 위한 남북체육회담 역시 지금까지도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에서 평화올림픽을 내세운들 누가 진정성 있게 받아드리겠는가. 허세일 뿐이다. 진정 평화올림픽을 실현시키고 싶다면, 현실이 언어를 규정하도록 남북체육회담 추진 등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평창올림픽에 대한 강원도의 초심은 존중받을 만했다. 최문순 지사는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2011년 7월 언론 인터뷰에서 평화와 환경올림픽을 확신에 차 강조했다. 최 지사는 IOC와 기자들이 "평화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았다"며 "기술적으로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IOC와 약속한 부분에 대해 잘 지키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평화는 분산개최나 단일팀 출전 등을 목표로 한 북한과의 협력일 것으로 보인다.

그는 환경단체에 대해서도 "올림픽 유치에 지장을 줄까봐 발언을 자제해줘 고마웠다"며 "조직위를 구성하는 단계에서부터 환경단체와 함께 최대한 지혜를 모아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3년여 가 지난 지금 그의 장담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조직위 구성에 환경단체의 참여는커녕 조금씩 사이가 멀어지더니 지금은 완전히 등을 돌렸다.

"경기장과 시설을 크게 짓고 화려하게 행사가 끝난 뒤에 국민과 주민들이 무거운 세금을 부담하는 식은 안 된다." "들뜨고 가뜩 거품이 낀 분위기를 경계해야 한다." 올림픽 유치 뒤 낙관적 전망이 일자 이처럼 일침을 가하던 도백의 목소리는 자꾸만 희미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 되돌릴 시간은 많이 남아 있다. 마침 정부도 지방정부와 민간단체들이 북한과 사회문화교류를 할 수 있도록 대북접촉을 전면적으로 허용했다. 서울시와 광주시는 경평축구전과 유니버시아드 성화 판문점 통과 등을 놓고 북한과 대화에 나설 태세다.

강원도와 최 지사도 이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D-1000일을 맞아 평화올림픽 실현을 위한 남북대화에 나설 것을 선언해야 한다. 결과야 어떻게 되든 올림픽정신에 따라 북한과의 대화에 최선을 다해봐야 하지 않겠는가. 최 지사의 과감한 실천을 기대한다. 남북이 힘을 모아 마식령에서 스키활강경기를 하기로 합의 한다면, '평화'와 '환경'올림픽의 비전은 세계 속에서 살아난다. 평창과 강원도 역시 순식간에 글로벌 뉴스의 저수지로 출렁이게 돼 있다. 무엇보다 남북간의 올림픽 협력은 지구촌 최후의 냉전지대에서 분단의 삶을 살아온 한반도 주민들의 평화 의지를 보여주는 다시 없는 기회가 될 것이다.

공사 중인 중봉활강경기장은 내년 초로 예정된 테스트 이벤트에 맞춰 준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태다. 마식령 분산개최가 가능해져 공사를 중단할 경우 시간은 걸리겠지만 생태복원은 1백% 가능하다. 토양생태계가 완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슬로프 건설과 철거 등에 투입될 3천여억 원의 비용 절감은 덤이다.

"겨우 1000일 남았다." 강원도청 웹사이트에 비명처럼 박혀 있는 말이다. 그 절실함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하지만, 한반도의 평화와 환경보존을 위한 변화의 1000일은 거의 무한대의 편익으로 인해 '겨우'라는 한정부사를 압도한다. 늦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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