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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벤투스의 알레그리 감독과 박태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48) 유벤투스 감독이 화제입니다. 예상을 깨고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습니다. 알레그리 감독의 이력 가운데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2001년 2부리그 피스토이에세 시절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1년간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것입니다. 알레그리 감독을 보면서 정점에 섰다가 한순간에 추락한 박태환이 떠올랐습니다. 도핑 파문으로 1년6개월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개인훈련을 하기 위해 올림픽수영장을 사용하려 했지만 수영장 쪽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적미적대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 김창금
  • 입력 2015.05.15 13:00
  • 수정 2016.05.15 14:12
ⓒ연합뉴스 / AP

(위키피디아)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48) 유벤투스 감독이 화제입니다. 알레그리 감독은 14일 예상을 깨고 2014~2015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1-1로 비겨, 1·2차 합산 3-2로 결승에 올랐습니다. 레알 마드리드와 비교하면 약체로 평가받았지만 '거함'을 무너뜨리고 이탈리아 세리에 A팀으로서는 5년 만에 결승 무대에 올랐습니다. 2011년 이후 잉글랜드, 독일, 스페인팀만이 결승행을 독점했는데 알레그리 감독이 그 구도를 깼습니다. 이탈리아 축구의 자존심도 다시 세웠습니다.

알레그리 감독은 잘 알려지지 않은 감독입니다. 선수 시절 초기에는 2부 이하의 하부리그에서 뛰다가 8년 뒤인 1992년에서야 소속팀 페스카라가 1부로 승격하면서 세리에A에서 뜁니다. 하지만 팀이 강등당하고, 이적 등을 거치면서 다시 1~4부 리그 팀을 전전합니다. 미드필더로 활약했는데 통산 리그 전적은 374경기 56골을 기록했습니다.

2003년 세리에 C(3부 리그)아글리아네세를 끝으로 선수로 은퇴를 한 뒤 같은 팀의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합니다. 이후 3부 리그팀 사수올로로 옮겨 1년 만인 2008년 팀을 세리에 B(2부 리그)로 끌어올렸고, 이것을 바탕으로 2008년 세리에 A팀인 카글리아리 사령탑으로 진출합니다. 첫 시즌에서 팀 전력의 열세에도 9위를 차지하면서 세리에 A 감독들이 투표로 뽑는 '올해의 감독'에 올랐고, 다음 시즌에서도 주요 선수들이 나갔음에도 신진을 발굴해 이탈리아 대표팀으로 승선시키는 역량을 발휘합니다. 결국 2010년 명문 AC밀란이 그를 불러들였고, AC밀란 첫 시즌인 2011년 세리에 A 우승을 일구면서 떴습니다. 2012년 2위, 2013년 3위를 했지만 챔피언스리그에서 4강 이상에 오르지 못하면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구단주에 의해 2014년 1월 해임됐습니다. 그리고 실업자 생활 6개월 뒤 2014년 7월 명가 유벤투스를 맡게 됩니다. 안토니오 콘테 직전 유벤투스 감독은 직전 3시즌 연속 세리에 A 3연패를 한 명장이었고, 현재는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을 맡고 있습니다. 그런 팀에 부임한 알레그리 감독의 부담이 컸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부임 첫 기자회견 때부터 유벤투스 팬들은 라이벌 AC밀란에서 온 '장수'의 차에 투척하고 시위를 하는 등 반발도 심했습니다.

그는 공격 축구를 하면서도, "수비가 강하지 않고는 우승할 수 없다"는 점을 너무 잘 압니다. 전임 콘테 감독이 3-5-2 전형을 기본으로 한 것을 그대로 살리면서 자기가 선호하는 4-3-1-2 전형을 중요한 때 사용합니다. 유연성입니다. 최전방의 카를루스 테베스는 맨체스터 시티 시절 악동 축에 들었지만 알레그리 감독 아래서는 팀 플레이에 가장 열심입니다. 테베스는 레알 마드리드와의 4강 2차전 뒤 "알레그리는 최고의 감독이다. 두 경기에서 보여준 알레그리 감독의 준비는 완벽했다"며 무한한 충성심을 드러냈습니다. 폴 포그바, 아르투로 비달 등 개성이 강한 선수들도 알레그리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습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수비수 파트리스 에브라는 "바르셀로나가 전임 과르디올라 감독 시절보다 팀으로서는 못하다"며 일격을 가하는 등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앞두고 자신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알레그리 감독의 실용주의 용병술 아래 강병이 구축된 것이죠. 알레그리 감독은 "축구는 즐거움이라고 했지만, 결국 이겨야 한다"라고 강조합니다.

알레그리 감독의 이력 가운데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2001년 2부리그 피스토이에세 시절 승부조작 사건에 연루돼 1년간 선수 자격정지 징계를 받은 것입니다. 당시 6명의 선수가 비슷한 처벌을 받았는데 알레그리 감독도 그 중의 하나였습니다. (나중에 혐의를 벗었지만) 승부조작이란 스포츠의 근본 가치인 공정성을 해치는 것으로 가장 큰 처벌을 받습니다. 2006년 유벤투스가 심판 배정에 개입했다는 이유만으로 2005·2006년도 우승컵을 모두 박탈당하고 2부로 강등된 것은 승부조작에 대한 강력한 징계를 상징합니다. 그러나 알레그리 감독은 선수로 복귀했고, 지도자로서 능력을 발휘하면서 새로운 세계를 열어가고 있습니다. 6월7일(한국시각) 베를린에서 열리는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유벤투스-바르셀로나와의 대결에서도 바르셀로나의 우승 가능성을 크게 볼 수만은 없습니다. 알레그리 감독 때문입니다.

(위키피디아)

알레그리 감독을 보면서 정점에 섰다가 한순간에 추락한 박태환이 떠올랐습니다. 도핑 파문으로 1년6개월 징계를 받은 박태환은 개인훈련을 하기 위해 올림픽수영장을 사용하려 했지만 수영장 쪽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미적미적대는 바람에 마음고생을 심하게 했습니다. 세상인심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이죠. 그러나 본인의 재기 의욕이 강하고 노민상 감독도 제자의 명예회복을 돕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습니다. 6월1일부터는 실제 올림픽수영장에서 훈련을 재개합니다.

박태환은 도핑을 한 잘못으로 중징계를 받았습니다. 자신의 잘못된 행위에 대한 처벌입니다. 하지만 알레그리 감독이 재기하고, 유벤투스가 승부조작에 의한 강등의 시련을 극복한 것처럼 부활 가능성은 있습니다. 처벌을 받은 만큼 한때의 잘못이 영원한 낙인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의 의욕이 대단하다. 조금이라도 빨리 물에 들어가고 싶어한다"고 근황을 전했습니다. 박태환이 과거처럼 자기 마음대로 수영장을 이용할 자유를 누리기는 어렵지만 그 의욕만큼은 보기에 좋습니다.

운동선수가 정상에 오르기까지는 보통 사람들이 상상하기 힘든 초인적 과정을 거칩니다. 더욱이 나락으로 떨어진 선수가 재기하기는 더 어렵습니다. 초인적 과정이란 어떤 것일까요. 하루 1만5000m 이상의 거리를 50m 레인에서 왕복하는 훈련의 육체적 고통을 참으면서 "눕고 쉽다" "쉬고 쉽다" "놀고 싶다"는 유혹을 떨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거의 부처님이 간 길 수준입니다. 제가 스포츠 현장에서 어린 선수들부터 대표급 선수들을 보면서 얻은 깨달음입니다. 박태환이 과연 재기할 수 있을까요. 축구팬이지만 그의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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