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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매일 학생들 아침밥 차려주는 교실

  • 강병진
  • 입력 2015.05.15 05:29
  • 수정 2015.05.15 05:30

교실 앞문을 열고 헐레벌떡 상희(15)가 들어온다. “얼른 와서 밥 먹어.” 상희의 얼굴이 비치기 무섭게 인수(15)가 소리친다. “뛰어왔지?” 교실 뒤편에 둘러앉은 대여섯명의 아이들이 낄낄거리며 상희한테 자리를 내주고 일어나 밥을 퍼담는다. 14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중학교 3학년 4반 교실의 아침식사 정경이다.

14일 아침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중학교 3학년 교실에서 학생들이 장미정 교사가 차린 아침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아이들의 밥을 챙겨주는 이는 담임을 맡고 있는 장미정(46) 교사다. 장 교사는 지난해 4월부터 매일 아침 교실에 아이들의 아침밥상을 차린다. 입버릇처럼 “배고프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안쓰러워 옥수수·감자 따위의 간식을 싸오던 데서 일이 커졌다. 반찬도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이날도 장조림, 멸치볶음, 김치찌개, 쌈채소 등을 푸짐하게 차려냈다. “점심 급식보다 선생님이 차려주는 아침밥이 더 맛있어요.” 날마다 선생님표 아침밥을 챙겨먹는 지현(15)이의 평가다.

꼭 4반이 아니어도 괜찮다. “우리는 다 친해서 어색한 게 없어요. 누구나 밥 먹으러 와요.” 상희가 말했다. 밥알을 오물거리며 상희는 덧붙였다. “엄마가 일을 하시니 아침을 굶었는데 선생님이 아침을 챙겨주셔서 저도 엄마도 무척 감사하게 생각해요. 밥을 먹으니까 집중력이 더 높아졌어요.”

장 교사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소식을 알게 된 이들이 곳곳에서 쌀, 과일, 채소, 반찬 등을 보내주기도 한다. 먹거리를 보관하려고 장 교사는 사비를 내어 교실에 냉장고까지 들여놨다. 이렇게 둘러앉아 먹는 밥의 의미를 아이들도 벌써 배운 눈치다. 키가 훌쩍 큰 인수는 아이들이 교실에 들어올 때마다 “밥을 먹으라”고 권한다. 친구가 오면 누구랄 것 없이 일어나 서로의 밥과 반찬을 챙겨준다.

장 교사는 이를 “나눔의 선순환”이라고 표현했다. “제가 어릴 때 어려운 가정 형편을 알게 된 담임 선생님이 대신 학비를 내주셨어요. 우리 아이들도 저뿐 아니라 먹거리를 보내주는 분들에게 고마움을 갖게 될 테고, 자라나면 다른 이들에게 그 고마움을 갚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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