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예비군들의 증언, "입소 첫날부터 행동 이상했다"

  • 허완
  • 입력 2015.05.14 15:58
  • 수정 2015.05.14 16:25

"처음에는 탄약집이 터진 줄 알았어요. 돌아봤을 때 누구인지 얼굴에 피가 나고 있었으니까…."

14일 오후 서울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을 나온 예비군들은 기자들을 만나 전날 사고 당시 상황을 비교적 상세하게 증언했다.

많은 예비군이 총기를 난사한 최모(23)씨가 전날부터 사고 직전까지 이상한 행동을 했다고 기억했다. 사고 현장에 있었던 예비군 일부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기 싫다며 기자를 피해 황급히 걸음을 돌리기도 했다.

14일 육군 32사단 예하 대전 유성구 예비군훈련소에서 정상적인 실탄훈련이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군은 실탄을 3발씩 탄창 2개에 나눠 지급하고, 총기 이탈방지대와 안전고리를 단단히 묶어 총구를 돌리지 못하도록 하는 등 안전통제 규정을 강화했다. ⓒ연합뉴스

전날 최씨와 같은 7중대 소속으로 사격훈련을 받았다는 A(28)씨는 "사고 당시에는 탄약집이 터진 줄 알았다"고 말했다.

"계단이 아니라 언덕으로 뛰어내려 갔어요. 그 후에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듣고 정확한 상황을 알게 됐죠. 2사로 부사수가 가장 처음 발견했는데 (최씨가) 총구를 돌리고 있었고 총구에서 연기가 나더래요."

우사로에 있었다는 A씨는 당시 왼쪽 1사로에 있던 최씨가 먼저 자신의 뒤에 있던 1사로 부사수를 쏘고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서는 사격 중이던 다른 예비군들에게 총을 쐈다고 설명했다.

그는 "좌사로에서는 다들 누워 있었고 한 명의 얼굴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는 정도만 봤다"며 "다들 '엎드려 쏴' 상태로 총을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7중대장이 사격중지를 외치고 '우사로에 있는 사람 다 내려가!'라며 다급하게 조치하는 등 초기 통제를 잘했다"며 "그분 아니었으면 사고 인지도 못했을 것"이라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같은 중대에서 사격훈련을 받은 박인혁(23)씨 역시 "모두 사격 중이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는데, 통제관이 '사격중지, 사격중지'를 외쳤고 빨리 밑으로 내려가라고 해 자리를 피했다"고 말했다.

사고 중대에 있었지만 사격을 하지 않고 구급차에 있던 박민혁(25)씨는 "총소리가 나더니 갑자기 구급차에서 내리라기에 내려서 사격장 쪽으로 올라가니 부상자가 들것에 실려왔다"고 전했다.

그는 "사고가 난 좌사로 쪽에서 두 명 정도 누워서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었다"며 "목에 총을 맞은 사람은 실려 내려왔는데, 너무 피를 많이 흘리고 있었다"라고 기억했다.

예비군 총기 난사 사건 발생 다음 날인 14일 오후 서울 내곡동 예비군훈련장 내 사고현장인 예비군사격장을 군 관계자가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씨의 행동이 입소 첫날부터 이상했다는 증언도 많았다.

사고 당시 우사로에서 사격훈련을 받은 김남형(25)씨는 "최씨는 훈련 첫날부터 이상했다"며 "각개전투 훈련 때 혼자서 소리도 열심히 지르고 사격 연습할 때도 포즈를 정말 열심히 취하는 등 지나치게 열심히 했다. 걸으면서 혼잣말도 많이 해 이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사격장에 올라가기 전 최씨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는 이흥렬(25)씨는 "사격을 위해 줄을 서는데 자기가 1사로에 서야만 한다고 얘기를 하더라"며 "그땐 별로 상관 안 했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이었다"고 기억했다.

그는 "최씨가 조용하고 혼잣말을 많이 하는 사람이었다"고 덧붙였다.

사건 발생 전날이자 입소 첫날인 12일 밤 최씨가 유서를 쓰는 장면을 목격했다는 증언도 있었다.

정모(26)씨는 12일 오후 10시께 생활관에서 커피를 뽑아 담배를 피우려고 나가다가 불침번인 최씨가 쭈그린 채 뭔가를 쓰는 모습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그는 "입소 첫날부터 뭘 쓰고 있기에 불침번이냐고 물으니 '그렇다'고 했다"며 "뭘 쓰냐고 물으니 편지를 쓴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정씨는 당시 최씨의 모습에 대해 "표정은 아무렇지 않았고 정상적인 사람으로 보였다"며 "얼굴이 허옇고 안경을 쓰고 검은색 티셔츠를 입었다. 예비군이 편지를 쓴다는 것 자체가 느낌이 이상했지만 의심할 만한 다른 정황은 없었다"고 전했다.

그는 "말을 걸었을 때 당황한 기색도 없었고 내용을 가리지도 않았다"며 "나중에 언론보도에 유서라며 올라온 사진을 보고 당시 최씨가 쓰던 것이 유서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정씨는 '최씨가 웃으면서 총을 쐈나'라는 질문에 "그런 말을 들었다. 마지막에 (총) 쏘기 전 웃었다고 하더라"며 다른 예비군들의 증언을 전했다.

총기사고가 난 서울 내곡동 예비군훈련장에 입소했던 예비군들이 14일 부대 버스를 타고 조기퇴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대 측의 총기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총기 난사 당시 사격을 하고 있던 박모(28)씨는 "총기 고리를 걸고 탄창을 준다고는 했지만, 조교들이 일일이 손으로 고리를 걸었는지 점검하지는 않았다"고 전했다.

예비군들은 사고 직후부터 훈련을 중단하고 상담과 심리치료 등을 받았다고 말했다. 군에서 사고를 축소하거나 은폐하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육군은 전날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한 내곡동 동원훈련장에 있던 예비군들을 이날 오후 2시 전원 퇴소시켰다.

저작권자 © 허프포스트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연관 검색어 클릭하면 연관된 모든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사회 #예비군 #예비군 총기사고 #총기사고 #예비군 최씨 #예비군 총기난사 #예비군 총기 범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