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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영국으로 떠나는 이유(동영상)

지난 9일 가습기 살균제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이시연(43) 씨
지난 9일 가습기 살균제 후유증으로 세상을 떠난 이시연(43) 씨 ⓒ유족 제공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오는 18일 영국으로 떠난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약 80%가 사용한 '옥시싹싹'(옥시 레킷벤키저)의 본사에 직접 항의하기 위해서다. 본사는 생활용품전문 다국적기업인 레킷벤키저(Reckitt Benckiser)다.

그런데, 굳이 왜 거기까지 가느냐고? 허핑턴포스트코리아가 피해자 지원 활동을 꾸준히 해온 환경보건시민센터의 임흥규 팀장을 만나 그 이유를 들어봤다.

여론: 무관심

"정부가 사람들의 잇따른 사망 원인으로 '가습기 살균제'를 지목한 지 벌써 4년이 됐지요. 그런데 다들 별로 관심이 없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정부가 '의료비 지원'을 발표한 게 큰 것 같아요. 피해자들에 대해 보상도 했고, 이 사안이 마무리됐다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데 말입니다.

의료비 지원은 피해 신고된 530명 가운데 1,2단계의 피해자들에 대해서만, 그리고 간병비 같은 건 제외하고 오직 영수증으로 청구할 수 있는 치료비에 대해서만 극히 '제한적으로' 이뤄지고 있어요. 그리고 결정적으로 '사과'가 없었습니다. 독성물질을 제조·판매한 기업, 이를 규제하지 못한 정부 둘 다요."

* 피해현황

전체 피해 신고자 530명 가운데 142명 사망(2015년 5월 기준)

* 2011년 정부가 수거 명령을 내린 6종의 제품

△옥시싹싹 New 가습기당번(한빛화학) △세퓨 가습기살균제(버터플라이이펙트) △와이즐렉 가습기살균제(용마산업사)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용마산업사) △아토오가닉 가습기살균제(에스겔화장품) △가습기클린업(글로엔엠)

정부: 무책임

"기본적으로 정부는 이 사안에 대해 별로 관심도 없고, 적극적이지 않습니다. 2011년에 정부에 피해대책을 문의한 적이 있어요. 그 당시 보건복지부의 답변은 '(가습기 살균제는) 관리의 사각지대에 있었기 때문에 정부도 어쩔 수 없었다' '(피해자들이 기업을 상대로 알아서) 개별소송을 해야 한다'는 거였어요. 그리고 그 입장은 지금까지 일관되죠.

그런데 말입니다.

국가는 위해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아닌가요? '관리의 사각지대'라는 이유로 책임질 수 없다는 건 아주 이상한 논리 아닌가요? 2011년 이전에도 많은 사람이 죽어갔고, 2006~2007년엔 폐손상과 관련해서 논문까지 나왔었는데 정부는 그때 무엇을 했나요? 정부가 당시 최소한의 역학조사만 했더라도 피해가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6일 오전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환경보건시민센터가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태아피해사례 및 살균제 제조 기업의 책임을 묻기 위한 국제캠페인 설명을 하고 있다.

기업: 무대응

"정부가 이렇게 나오니까 가해기업도 똑같이 하고 있어요. '당시 과학기술 수준에 비춰 (폐손상과 관련한) 결함을 발견하기 어려웠으므로 책임이 없다'는 거죠. 사과는커녕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아요. 특히 피해자들의 80%가 사용한 옥시싹싹 회사 측은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해서 가습기 살균제가 폐손상의 원인임을 보여주는 정부의 동물실험 결과조차 신뢰할 수 없다고 나오죠.

그런데 말입니다.

흡입 시 얼마나 위험한지 실험도 거치지 않은 독성 물질을 판매해서 지금 142명이 죽었는데 아무런 책임도 없다는 게 말이 되나요? 올해에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을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영국도 가고 집중 캠페인을 하려는 겁니다. 사실상 마지막 기회가 될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 연건캠퍼스 교육관에서 가습기살균제의 피해를 알리기 위해 열린 환경보건시민센터 및 가습기살균제피해자와가족모임 주관 기자회견에서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이 발언하고 있다.

* 영국방문 세부 일정

5월 18일: 오후 12시 인천공항 출국 기자회견

5월 19일: 레킷벤키저 본사 1차 항의방문, 기자회견

5월 20일: 레킷벤키저 본사 2차 항의방문, 영국 국회의원 협조요청

5월 21일: 레킷벤키저 본사 3차 항의방문, 트라팔가광장 촛불집회(사망자 추모)

5월 22일: 레킷벤키저 본사 4차 항의방문, 기자회견

5월 23일: 귀국

5월 27일: 오전 11시 여의도 옥시레킷벤키저 앞 기자회견, 영국항의방문활동 보고 빛 책임촉구

* 집중캠페인 세부 내용

- 레킷벤키저 제품 불매운동(옥시싹싹/레킷벤키저 제품)

- 레킷벤키저 영국 본사와 한국 지사에 항의서한 보내기 캠페인

- 140일 연속 일일시위(사건 발생 4주기인 8월 31일까지 문제해결 촉구를 위해 140일간 피해자와 환경단체 회원 및 시민들이 참여하는 일인시위를 광화문 또는 여의도 옥시 회사 앞에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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