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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도둑 잡고 보니 경비원

ⓒshutterstock

입주자의 재산을 지키라고 고용된 빌딩 경비원이 되레 건물에서 고가 자전거를 훔치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경비원은 자신의 직업 덕택에 가장 잘 알고 있던 폐쇄회로(CC)TV의 앵글을 교묘히 피하며 완전범죄를 꿈꿨지만 경찰의 끈질긴 추적에 덜미를 잡혔다.

14일 서울 구로경찰서에 따르면 조모(42)씨는 지난 7일 일터인 구로구의 한 빌딩 주차장에 묶어둔 자신의 자전거를 도둑맞았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출퇴근용으로 쓰던 시가 380만원짜리 독일제 산악용 자전거로, 전날 타고 왔다가 술 약속이 있어 두고 갔는데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이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도난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6일 밤 시간대 빌딩 내부 CCTV를 뒤졌지만 자전거를 훔치는 장면을 도저히 확인할 수가 없었다.

자칫 사건은 미궁에 빠질 뻔했지만 경찰은 끈질겼다.

경찰은 해당 건물 전체와 주변의 CCTV 62개를 샅샅이 뒤졌고, CCTV 사각지대로 누군가가 자전거를 옮기는 희미한 모습을 찾아냈다.

용의자는 마치 CCTV의 위치를 훤히 알고 있다는 듯이 촬영 사각지대로만 이동해 거의 화면에 잡히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지나친 용의주도함은 오히려 사건 해결의 실마리가 됐다.

경찰은 CCTV의 위치를 잘 아는 이가 자전거를 훔쳤을 것으로 보고 수사한 끝에 이 건물의 경비원 송모(57)씨를 용의선상에 올렸다.

하지만 송씨는 "자전거를 훔친 적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고, CCTV 영상도 희미한 터라 결정적인 물증이 필요했다.

이때부터 경찰은 자전거를 찾는 데 몰두했다.

경찰은 송씨의 주거지인 구로구 고척동의 아파트를 중심으로 수색을 벌였고, 닷새째인 지난 12일 아파트 지하 계단 난간에 묶여 있던 문제의 자전거를 찾아냈다.

송씨는 경찰의 수색을 예상한 듯 자신이 사는 구역이 아닌 옆 구역 지하에 자전거를 숨겼지만 경찰의 추적망을 벗어나지 못했다.

물증을 들이밀자 송씨는 범행을 시인하며 용서를 구했다.

조사 결과 송씨는 6일 밤 자전거를 묶어둔 자물쇠를 쇠톱으로 잘라내고는 CCTV의 위치를 신경 써 가며 CCTV가 포착할 수 없는 경로로 자전거를 옮겨 건물 외진 곳에 숨겨둔 것으로 드러났다.

송씨는 다음날 오전 퇴근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자전거를 끌고 유유히 달아났다.

송씨는 경찰에서 "조씨가 타고 다니던 자전거가 좋아 보여서 욕심이 나 범행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송씨가 전과가 없는 점을 고려해 절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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