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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오르가슴이나 지스팟은 다 미신이다(연구)

  • 박세회
  • 입력 2015.05.13 11:48
  • 수정 2024.03.22 14:22
ⓒB2M Productions via Getty Images

당신이 지스팟을 찾지 못하는 이유

지스팟을 찾아 그 신비한 “질 오르가슴”을 체험하고자 수많은 사람이 무던히도 노력해왔다. 지스팟에 대한 수많은 책이 있으며, 섹스 상담사들이 지스팟 자극법을 연단에서 가르치는가 하면 코스모폴리탄은 지스팟 찾는 법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기도 했다.

그런데 임상 해부학 저널에 이번에 게재된 연구에 의하면 지스팟은 없고 당연히 질 오르가슴도 가능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자 다들 이제 생산성 없는 오르가슴 욕구를 다른 데 쏟을 때가 왔다.

“섹스에 관한 모든 게 그렇지만, 사람들이 극과 극으로 나뉘어서 이 이슈를 놓고 싸우죠. 전 오랫동안 실무를 해왔지만, 여성에게 지스팟이 있다는 확신이 없습니다.”라고 뉴욕 장로회 병원 임상 심리학 부교수이자 ‘파급 효과: 훌륭한 성관계로 훌륭한 삶을 이끄는 방법’의 저자(연구에는 참여하지 않았다)인 개일 솔츠(Gail Saltz) 박사의 설명이다. “불가능한 것을 추구하다가 욕구불만만 느끼게 되는 여성이 상당히 많을 거다.”

과학자들은 지스팟의 존재를 아직도 입증하지 못했다

임상 해부학 학회에 글을 올린 이탈리아 연구자 빈센조 푸포와 줄리아 푸포는 여자의 성기와 오르가슴을 논의할 때는 정확한 언어의 사용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성에게 쾌락을 준다고 말들 하는 ‘지스팟’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두 과학자는 결론 내렸다. 모든 여성이 오르가슴을 경험할 수 있는데, 중요한 것은 유일한 방법은 음핵 자극을 통해서다. 따라서 ‘질 오르가슴’이라는 말 자체가 옳지 않으니 대신 ‘여성 오르가슴’이라는 단어를 대체하자는 거다.

지스팟은 그 탄생부터가 의심쩍다. 지스팟이라는 단어는 독일 부인과 의사인 에른스트 그래픈버그가 1981년에 창안한 말이다. ‘지스팟’의 개념이 막 생기던 초창기에 지스팟 연구를 이끌던 아디에고(Addiego)는 “질 안 천골체의 앞쪽 벽에 위치한, 감촉이 아주 예민한 성적 부위”라며 한 환자의 설명을 근거로 지스팟을 정의했다. 만졌을 때 커지면서 민감성과 쾌감이 상승했고 소변을 보고 싶은 충동이 증가했다는 거다.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도 지적하지만, 지스팟을 정의한 문제의 여인은 실험 당시 방광 내장 탈출증을 앓고 있었는데 “여자의 방광과 질 벽 사이가 약해지고 늘어나면서 방광이 질을 침투하는 현상”이 나타났을 거라고 한다. 특히 그 관찰 이후에 의학적으로 증명하는 과정이 없었고, 방광 내장 탈출증의 부작용을 고려할 때 그런 여성의 사례를 새로운 성 이론을 창시하는 예시로 삼은 것이 잘 못된 일이라고 연구자들은 지적했다.

지스팟에 대한 집착이 오르가슴을 방해한다

이번 연구팀은 이전의 연구와는 달리 해부학적으로 음핵과 질 사이에 아무 관계가 없다고 정의 내렸다. “해부학적으로 여성 오르가슴을 가능케 하는 조직에(예를 들어 음핵, 전정의 구근, 하수체 중간엽, 소음순, 그리고 여성 요도의 해면체) 제대로 된 이름을 붙이려면 ‘여성 페니스(female penis)’라고 하는 게 옳다.”

숨어 있는 여성의 클리토리스 전체(좌)와 남자의 페니스 전체(우)

여성 페니스라는 단어가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성감 차원에선 음핵과 페니스는 공통점이 꽤 있다. 우선 조직의 모양이 비슷하다(위의 그림 참고). 그리고 오르가슴 순간이 가까워지면 혈류가 유입되어 부드러웠던 조직이 크고 딱딱해진다. 문제는 음핵 대부분이 숨어있다는 거다. 호주 비뇨기과 전문의 헬렌 오코넬이 1998년에 발표한 음핵에 대한 연구를 보면 이 숨어있는 부위까지 합치면 음핵 크기는 9cm에 이를 수 있다.

여성 대부분이 성교를 통해 오르가슴을 못 느끼는 것은 정상이다. 따라서 성생활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또 정확히 어떤 단어로 표현해야 하는지를 제대로 아는 것이 여성에게는 매우 중요하다고 솔츠 박사는 말한다. 가장 위험한 건 자신이 오르가슴을 못 느낀다고 해서 마치 자신을 ‘고장 난’ 인간으로 취급하는 경우다.

솔츠는 음핵이 “잘 보이는 곳에 있는 조직도 아니고, 사용 설명서가 첨부되어있지도 않기 때문에 자신의 신체를 정확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다. 보고, 이해하고 체험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그리고 그런 지식을 서로 어색하지 않게 파트너에게 전달해야 하는데, 그게 그리 쉽지는 않다.”라고 덧붙였다.

여성의 성감을 이해하는 게 지스팟에 대한 논란보다 더 중요

이번 연구는 이미 맹렬한 여성 성 쾌감에 대한 논쟁에 한몫 더한 것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 논쟁은 의학적인 차원을 초월하여 이젠 사회운동, 예술과도 연관되고 있다.

플로리다 주립대학 의대 생물도덕학자 제프리 스파이크는 '지스팟 향상 시술'을 제공하는 의사들이 있다며, 그런 행위는 ‘의료 사기’라고 2007년 인터뷰에서 밝혔다. 그는 또한 “지스팟은 천사, 유니콘 등과 같은 목록에 추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여성 의학회도 이 시술의 효과와 안전에 대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질 오르가슴’에 대한 잘 못된 이해를 고치려는 의료인들이 있는가 하면 여성기에 대한 오해를 ‘Cliteracy’라는 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퍼뜨리는 소피아 월리스 같은 예술가도 있다. 그녀는 거리 미술과 ‘음핵 지식에 관한 100가지 이야기’를 통해 여성 오르가슴이 가능함은 물론 남녀평등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단계라고 주장한다.

자기에게 맞는 성행위가 뭔지 파악해야 한다

남성기만으로는 여성의 음핵 자극이 불가능하므로 자위와 커닐링구스(입술이나 혀로 여성의 성기를 애무하는 행위), 파트너가 하는 애무, 또는 성교 시에 손가락을 사용해 음핵이 방치되는 것을 방지하라고 연구팀은 권한다. 최근에는 신체적인 요소보다는 주로 여성의 심리적인 상태 즉 ‘사랑’, ‘매력’, ‘안정감’ 등에 대한 연구가 많아졌다고 솔츠 박사는 말했다.

자신이 지스팟 자극으로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주장하는 여성에게는 계속 잘하기를 바란다는 말 밖에는 할 수 없다고 솔츠는 말한다. 다만, 오르가슴에 꼭 도달하겠다는 자세가 꼭 쾌감을 느끼기 위한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그녀는 주장한다.

그녀는 “여성은 오르가슴을 꼭 추구해야 하고 그 달성이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성공을 정의한다는 만연한 믿음이 문제다.”라며 “그러나 여성 대부분은 밀접함과 친밀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신체적 흥분도 그 자체로 즐겁지만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그런 차원에서 ‘질 오르가슴’에 대한 이번 연구가 특이한 뉴스로 다뤄진다는 그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고 그녀는 말했다.

“지스팟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며 그 존재가 사실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많다.”라고 솔츠 박사는 말했다. “그러나 섹스에 대한 이해가 충분한 여성은 음핵이 쾌감의 핵심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본 기사는 허핑턴포스트 US의 'The G-Spot And 'Vaginal Orgasm' Are Myths, According To New Clinical Review'를 번역 편집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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