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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검찰, 비무장 흑인 살해 백인 경관 또 불기소

  • 허완
  • 입력 2015.05.13 05:31
  • 수정 2015.05.13 05:44

미국 검찰이 체포 과정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을 총격 살해한 백인 경관에 대해 또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미국 위스콘신 주 데인 카운티 검찰의 이스마엘 오잔 검사는 12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3월 매디슨의 한 주택에서 몸싸움을 벌이던 중 흑인 청년 토니 로빈슨(19)을 총으로 쏴 죽인 백인 맷 케니 경관을 범죄 혐의로 기소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그는 케니 경관의 발포가 "적법한 사용"이었다고 결론 내렸다.

No Charges Filed In Fatal Shooting Of Tony Robinson - Now This

케니 경관은 3월 6일 밤 난동 신고를 받고 소란을 피운 가정에 출동했다가 로빈슨과 몸싸움을 벌였다.

머리를 맞은 케니 경관은 총을 뽑아들었고, 머리와 가슴, 오른쪽 팔에 총상을 입은 로빈슨은 그 자리에서 숨졌다.

사망한 로빈슨이 비무장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위스콘신 흑인 공동체를 포함한 물론 지역 사회 전체가 경찰의 공권력 과잉 사용에 크게 분노하고 케니 경관을 살인죄로 기소하라고 요구해왔다.

그러나 경찰의 수사 결과를 토대로 3월 27일부터 케니 경관의 기소 여부를 고심해 온 오잔 검사는 이날 최종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오잔 검사는 케니 경관의 출동 전 경찰에 걸려온 911신고 전화 세 건을 구체적으로 묘사하며 적법한 공권력 사용이었다는 점에 무게를 뒀다.

신고자들은 난동을 부리던 로빈슨의 상황을 자세히 전했고, 한 신고자는 얼굴에 주먹을 맞기도 했다고 전했다.

독성물 검사 결과 로빈슨은 당시 대마초, 향정신성물질(THC)과 같은 약물을 복용해 환각상태에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케니 경관은 오잔 검사에게 로빈슨을 아파트 계단에서 만났을 때 그에게 총기를 빼앗겨 공격당하거나 다른 사람을 해칠까 두려웠다고 진술했다.

수사 결과와 경관의 진술 등을 종합한 오잔 검사는 "감정이 아닌 드러난 증거에 따라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면서 "로빈슨의 죽음은 비극적이고 불행한 것이지만, 적법한 공권력 사용으로 판단해 케니 경관을 법의 심판대에 세우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소 여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것을 의식해 유색인종으로 위스콘신 주 최초의 검사가 된 자신의 배경을 소개하면서 "오늘의 이 결정이 로빈슨을 되살리지도, 현재 미국 사법 시스템에 남은 인종 불평등을 끝내지도 못하겠지만, 사실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진실하고 지속적인 변화는 폭력이 아닌 투표권을 행사하는 데에서 온다"며 자신의 결정이 또 다른 폭력의 계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비무장 흑인을 살해한 백인 경관에 대한 사법 당국의 '면죄부 결정'이 줄을 이으면서 사법 시스템 개혁을 바라는 목소리는 더욱 크게 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8월 미주리 주 퍼거슨에서 비무장 흑인 청년 마이클 브라운을 총기로 살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에게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은 "범죄로 볼만한 상당한 근거가 없다"며 불기소 결정을 내렸다.

위스콘신 주 밀워키 카운티 검찰은 지난해 정신 질환 이력을 지닌 흑인 청년 돈트렐 해밀턴과의 몸싸움 중 무려 14발의 총을 난사해 그를 절명케 한 크리스토퍼 매니 경관에 대해서도 정당한 공권력 집행이었다며 불기소를 결정했다.

이와 달리, 구금 중 척추 손상으로 흑인 청년 프레디 그레이를 사망에 이르게 한 메릴랜드 주 볼티모어의 경찰 6명은 현재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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