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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가 권리금 보호법', 전통시장 250곳은 빠졌다

ⓒ한겨레

국회가 상가 임차인의 권리금 보호를 처음으로 법제화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개정 법률안을 처리하면서 대규모 전통시장(재래시장)을 적용 대상에서 사실상 제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서울 등 대도시의 일부 전통시장 임차상인들은 권리금을 제대로 보호받기 어려운 사각지대에 놓이게 돼 논란이 일고 있다.

12일 국회와 법무부의 말을 종합하면,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 법률안은 임차인의 상가 권리금 회수에 임대인이 협조하도록 의무화했고 이를 위반할 경우 임차인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상가 권리금 보호는 정부가 지난해 내놓은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 도입하기로 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개정 방안에 대한 여야 의견차로 지난해까지 표류했다. 이후 민생법안 처리 지연에 따른 여론이 악화된 가운데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이상민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가 우여곡절 끝에 여야 합의안을 마련해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이날 국회를 통과한 개정 법률안은 상가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이 끝나기 석달 전부터 계약 종료 시점 사이에 새로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수수하거나 새로운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지급하지 못하게 막는 행위를 금지했다. 또 새로운 임차인에게 현저히 높은 임대료와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 정당한 이유 없이 새로운 임차인과의 계약을 거절하는 행위를 할 때도 임차인이 계약 기간 종료 후 3년 안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상가건물이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대규모점포’ 또는 ‘준대규모점포’의 일부인 경우, 상가를 빌린 임차인이 제3자와 다시 임차계약을 맺은 ‘전대차’인 경우에는 권리금 보호를 적용하지 않도록 예외 규정을 뒀다. 여기서 대규모점포는 매장면적 합계 3000㎡ 이상의 상설 점포로 백화점, 복합쇼핑몰, 대형마트 외에 전통시장도 포함된다.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매장면적 합계가 3000㎡ 이상인 전통시장은 서울 광장시장(4만2150㎡)과 부산 국제시장(1만2095㎡)을 비롯해 전국 250여곳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법무부 법무심의관실 관계자는 “애초 국회에 제출된 법안에는 없었던 대규모점포 예외 규정은 국회 법사위 논의를 거치면서 포함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대규모점포가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막판에 빠진 데는 백화점, 복합쇼핑몰 등의 건물주인 대기업들의 입김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분석이다. 예컨대 복합쇼핑몰 상가 임차인이 권리금 보호 규정을 적용받게 되면 건물주가 한꺼번에 임차인들을 내보내고 점포를 재단장하는 등의 통일적 관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영세상인도 생업에 종사하는 대규모 전통시장까지 권리금 보호 대상의 예외로 하는 것은 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강훈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부본부장(변호사)은 “아무리 대규모라고 해도 전통시장이 권리금 보호 대상에서 예외가 되는 것은 문제”라며 “상가 재건축 때 임차인 퇴거료 보상제 도입이 이뤄지지 않은 것 등과 함께 이후 재개정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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