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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출신 '쪽방 변호사'까지 등장

ⓒ한겨레

한 해 1500여명의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변호사들이 무더기로 배출되면서 서울 서초동 법조타운의 풍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지고 있다. 월 임대료가 35만원인 변호사 사무실까지 등장하는가 하면, 다달이 내야 하는 변호사회비를 못내는 변호사까지 급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돈값’을 한다고 소문난 일부 전관 변호사들의 사건 ‘독식’은 여전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12일 찾은 지하철 2호선 서초역 근처 한 빌딩 사무실 입구에는 호실마다 다른 업체 명패가 걸려 있었다. 1인실, 2인실 등 크기별로 나눠진 43개 사무실 중에 10여곳은 변호사 사무실이다. 이곳 관계자는 “초기 창업비용을 줄이려는 변호사들이 주로 찾는다. 대부분 30대 초중반”이라고 했다.

이곳의 월세는 1인실이 평균 55만원, 2인실은 70만원이다. 창문의 유무에 따라서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1년 장기계약을 하면 20% 할인을 받을 수 있다. 3.3㎡(1평) 남짓한 1인실은 책상만으로도 공간이 꽉 차보였다. 6.6㎡ 크기의 2인실에도 책상과 성인 가슴 높이의 서랍장이 전부였다. 이곳 관리 직원은 “변호사들은 대개 2인실을 쓰지만, 1인실을 쓰는 변호사도 있다. 한 변호사는 대표가 1인실을 쓰고, 직원들은 4인실을 쓰기도 한다”고 했다. 그는 월 최대 6시간까지 회의실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널찍한 방에 ‘CEO용’ 책상, 사무장에 비서까지 거느리고 화초 등으로 고급스럽게 장식한 통념 속 변호사 사무실과는 거리가 한참 멀어보였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82㎡(25평)짜리 사무실을 구하려면 보증금 3000만원에 임대료는 월 250만~350만원 정도다.

도로 근처는 값이 올라간다. 인테리어 비용은 평균 2000만~3000만원, 책상과 에어컨 등 집기에 들어가는 돈은 별도다. 예전엔 통상 이런 정도에서 변호사로 출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요즘 새내기 변호사들은 엄두도 내기 어렵다.

근처의 다른 소호 사무실도 1인실 사용료가 월 35만원이다. 지난해 초 문을 열었다는 이곳 직원은 “변호사들 문의가 종종 온다. 로스쿨 나온 사람도 많고, 젊은 변호사들의 경우는 처음부터 (넓은) 사무실을 얻기가 힘드니까 여기서 천천히 해보고 나중에 사무실 규모를 정하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처음부터 그럴싸한 사무실을 얻었다가 돈이 안 벌리면 투자비만 날리는 셈이기 때문에 일단 소박하게 시작하는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지난해 말에는 변호사들만을 대상으로 한 소호 사무실도 서초동에 생겼다. 이곳의 1인실 비용은 월 55만원, 2인실은 77만원이다. 현재 이곳의 1인실 4곳은 꽉 찬 상태다.

19년째 서초동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한다는 나아무개(55)씨는 “경기가 좋을 때만 해도 자리만 좋으면 월세를 따지지 않았다. 변호사 수가 급증하면서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다. 신참 변호사들에게는 손님이 안 간다. 그래서 단독으로 개업하지 않고 여럿이 함께 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의 회원 수는 2003년 3701명에서 2013년 1만476명으로 10년새 3배 정도 늘었다. 같은 기간에 회원 변호사들이 소송 위임장을 제출하고 대리한 사건은 20만6507건에서 38만3964건으로 86% 늘었을 뿐이다.

로스쿨 출신인 한 변호사는 “변호사가 개업해 성공하는 기준은 성공보수금을 받을 때까지 버티느냐다. 1심 판결이 나는 데 보통 1년이 걸리는데 1년을 버티면 성공했다고 보는 것이다. 경력이 없는 변호사들은 손에 쥔 사건은 없고, 직원들 월급 주면 버티기가 힘들다”고 했다.

서울변회에 지난달 30일 기준으로 월 5만원인 회비를 못낸 사람도 전체 회원 수(1만2058명)의 7%인 856명에 이른다. 6개월 이상 장기체납자는 199명이다.

이 가운데 4명은 ‘회칙준수의무 위반’으로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과태료 1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징계개시신청 뒤 뒤늦게 회비를 내는 사람도 있다. 서울변회 관계자는 “회비를 내라는 전화를 하면 대부분 경제적 어려움을 토로하며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한다. 직원들 월급과 사무실 운영비를 주고 나면 본인이 가져가는 돈은 없다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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