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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라이터 24인의 글쓰기 팁 9가지

첫째, 글쟁이가 되려면 '비만'과 '변비'를 경계해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독서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읽기만 하고 '배설'을 하지 않으면 글쓰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설'이라 함은 독서를 하고 나서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글쟁이가 될 수 있다. 일기도 좋고, 개인 블로그도 좋다. 독서가 숨을 들이쉬는 행위라면 글쓰기는 숨을 내쉬는 행위다. 숨을 들이키기만 하고 내쉬지 않으면 안 된다.

  • 박균호
  • 입력 2015.05.13 08:24
  • 수정 2016.05.13 14:12
ⓒSarapulSar38

[잡식성 책장]<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

더 이상 글쓰기는 작가의 전유물이 아니다. 책이나 신문 잡지 같은 전통적인 글쓰기의 터전이 아니더라도 글을 쓰고만 싶다면 누구나 블로그, SNS 등에서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시대라서 '글을 잘 쓰는 방법' 또한 작가의 독차지가 아닌 우리 모두의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글쓰기 강좌, 글쓰기 방법론을 다룬 책이 인기를 모으고 있는데 <나는 작가가 되기로 했다>는 인문. 사회. 자연과학에서 두각을 나타낸 인기작가 즉 우리시대의 '파워 라이터' 24인의 글쓰기 방법론을 담았다는 점에서 다른 글쓰기 관련 책과 차별성을 확보한다.

시나 소설보다는 다양한 전공분야의 특수성과 독특함을 살려 자기만의 개성 있는 책으로 성공한 파워라이터들의 글쓰기 비법을 배워보자는 의도다. 강신주(철학자), 김두식(법학교수), 김종대(군사평론가), 박찬일(셰프. 음식칼럼리스트), 선대인(경제연구인), 신형철(문학평론가), 전중환(진화심리학자) 등의 면면만 봐도 이 책이 담으려고 노력한 다양성을 충분히 가늠할 수 있다.

파워라이터 24인이 알려주는 글쓰기 팁은 모호하거나 어렵지 않다. 직관적이며 실제적이다. 공부잘하는 친구의 비밀 노트를 훔쳐보는 것처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적용가능한 팁을 선사한다. 애초부터 전문적인 글쓰기 교육을 받았다든지, 글쓰기에 대한 재능이 특출한 것이 아니고 오롯이 스스로가 글쓰기라는 전투에서 습득한, 노하우로 성공한 글쟁이가 된 사람들이기 때문에 그렇다.

파워라이터들의 전공이나 직업이 다양한 만큼 그들이 보유한 글쓰기 노하우도 다양하다. 각자가 독특한 글쓰기 노하우를 갖추고 있는데 그들에게 발견되는 공통적인 분모를 찾는다면 다음 9가지로 요약할 수 있겠다.

첫째, 글쟁이가 되려면 '비만'과 '변비'를 경계해야 한다.

무슨 말인고 하니 독서가 아무리 좋다고 한들 읽기만 하고 '배설'을 하지 않으면 글쓰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배설'이라 함은 독서를 하고 나서 글을 쓰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글쟁이가 될 수 있다. 일기도 좋고, 개인 블로그도 좋다. 독서가 숨을 들이쉬는 행위라면 글쓰기는 숨을 내쉬는 행위다. 숨을 들이키기만 하고 내쉬지 않으면 안 된다.

둘째, 글쟁이는 곧 '메모하는 사람'이 이어야 한다.

글쟁이가 가지고 있는 '머피의 법칙'이 있는데 중요한 아이디어는 꼭 운전을 하거나, 일을 하거나, 하다 못해 화장실에서 볼일을 볼 때 떠오른다는 것이다. 수첩을 휴대하기 번거롭다면 스마트폰의 메모기능을 이용하더라도 불현듯 떠오른 아이디어는 꼭 기록을 해야 한다. 글쓰기 아이디어는 마치 여름날의 소나기와 같아서 예고 없이 찾아와서 불현듯 사라지기 때문이다.

셋째, 고통스럽게 쓰되, 쉽게 읽혀야 한다.

고통스럽게 글을 쓴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을 의미한다. 한 권의 저서를 쓰기 위해서 수백 권의 관련서를 탐독한다든지, 도서관에서 몇 달을 죽치고 앉아서 자료를 수집한다든지, 수없이 퇴고를 반복한다든지 등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어야 한다. 물론 자신의 글을 이해할 수 있는 연령을 한 살 낮추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 작가는 모름지기 노인과 어린아이의 입맛을 모두 만족시키는 요리사가 되어야 한다. 나라와 취향을 넘나드는 퓨전 요리사면 더욱 좋겠다. 그래야 제대로 된 글쟁이다.

넷째, 자료조사에 가급적 많은 시간을 투자해라.

어떤 글이고 간에 자신의 경험이 밑바탕 되지 않고 머릿속의 상상만으로 쓰기는 힘들다. 그런 글들은 책으로 나온다고 해도 독자들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자신의 경험이 부족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자료를 수집해야 한다. 조정래의 대하소설은 철저한 자료조사에 의한 팩트에 근거를 두고 있다. 답사여행과 자료수집에 가장 철저한 작가 중의 한 명인 그는 '태백산맥'이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지 않았다면 아마도 지금의 성공시대는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자인한 바 있다. 글쓰기의 8팔은 자료수집이 차지해야 한다.

다섯째, 자신만의 색깔이 중요하다.

SNS가 일반인들의 주된 글쓰기 창구라서 생긴 현상이겠으나 패션뿐만 아니라 글쓰기에도 트렌드가 있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을 봤다. 무슨 말인고 하니 모두들 문투가 비슷하고, 사용하는 어휘가 비슷해서 분명 수백 명의 다른 사람의 글인데 읽고 나면 한 사람이 쓴 글인 줄 착각하겠더라는 이야기다. 우리 눈에는 똑같이 생긴 수천 마리의 야생 영양 떼가 귀신같이 자신의 새끼를 알아보는 것처럼, 좋은 작가는 설사 이름을 가리더라도 자신의 글임을 알아보는 독자가 많아야 한다. 글쟁이는 모름지기 자신만의 독특한 문투와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방식을 끊임없이 찾고 발전시켜야 한다. 이 과정 속에서 만나는 타인의 불평이나 비판을 참아내야 한다.

여섯 번째, 자신의 책의 독자를 3천명쯤으로 설정해보자.

적어도 책을 내는 작가라면 누구나 베스트셀러 즉 수만 또는 수십만 명의 독자를 생각한다. 딱히 욕심이 있어서가 아니고 글을 쓰는 사람이 다수의 독자를 꿈꾸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잘못된 생각도 아니다. 다만 너무 소수나 다수의 독자가 아닌 3천명쯤의 독자가 자신의 책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독자들의 반응이 계산이 된다고 한다. 투수가 본격적으로 게임에 나가기 전에 가상의 타자를 세워두고 피칭 연습을 하듯이 작가도 반응이 어느 정도 계산 가능한 숫자의 독자를 수를 설정한다면 좀 더 흥미진진한 글쓰기 작업이 되리라. 적절한 비교인지는 가늠이 안 되지만 서재 장서의 수를 특정 한다면 더욱 독서에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 가령 무턱대고 책을 사고 무더기로 쌓아두기보다는 500권정도로 자신의 장서를 정하고 한 권을 새로 사면 자신의 장서 중에서 한 권을 빼내는 식이다. 이런 식이면 책 한 권을 사더라도 좀 더 신중해지기 마련이고 더욱 효율적인 독서가 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일곱 번째, 글쟁이에게는 스승이 필요하다.

스승이라고 해서 학교 선생님을 반드시 의미하지는 않는다. 책을 읽다보면 글솜씨가 너무 훌륭해서 내 것으로 훔치고 싶은 글을 만나게 된다. 또 한 편이라도 이런 글을 쓸 수만 있다면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싶은 작가를 만난다면 그가 바로 글쟁이에게는 롤모델이요 스승이다. 산 자일수도 있고 죽은 자일수도 있다. 그러나 생사가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이 남긴 가장 훌륭한 교과서 즉 저서를 반복해서 읽고 흉내 낸다면 그들을 스승으로 모시고 있는 것이나 진배 없다. 자신이 감탄한 문장을 흉내 내 보고 자신의 것으로 조금씩 소화시키다 보면 글쓰기 실력도 비약적으로 발전할 수밖에 없다. 글쓰기의 왕도가 있다면 이 방법이 아닐까 생각한다.

여덟 번째, 당신이 어떤 책을 집필하겠다고 작정을 했으면 '서문'을 먼저 써 볼 것을 권한다.

실제로 4권의 졸저를 낸 나의 경험은 이렇다. 책을 집필할 때 가장 큰 난제는 '서문'이었다. 서문 또는 머리말이란 한마디로 '당신은 왜 이 책을 썼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희한하게도 원고를 마무리하고서도 서문을 쓰는 것이 그렇게 어렵더라는 이야기다. 필자 자신이 왜 이 책을 쓰려고 하는지 이유를 스스로 정리해야만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마지막으로, 당연한 것이겠지만 글쟁이는 다독가이어야 한다.

글이라는 집을 지을 때 아무리 재료가 풍부하고, 집을 설계하는 재능이 뛰어나다고 하더라도 독서량이 부족하다면 그는 '연장통'이 없는 것이나 다름없다. 초등학교때 문예반에 들어갔다가 함양미달로 하루만에 쫓겨난 나로서는 너무 늦게 만난 이 책이 아쉽고도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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