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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통령 후보들이 '중산층' 단어를 쓰지 않는 이유

  • 허완
  • 입력 2015.05.12 07:37
ⓒGetty Images

"평범한 미국인"(힐러리 클린턴), "열심히 일하는 납세자"(스콧 워커) "보통의 미국인"(버니 샌더스).

2016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비롯해 출마를 선언했거나 선언할 예정인 후보들이 각종 캠페인 현장에서 유권자를 지칭한 말이다.

이전의 대선전과 비교할 때 눈에 띄게 달라진 점은 바로 '중산층'(middle class)이라는 용어가 사라졌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선 후보와 참모진이 현 상황에 맞는 새로운 용어를 찾아내려 골몰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전했다.

관련기사 : As Middle Class Fades, So Does Use of Term on Campaign Trail (뉴욕타임스)

'중산층'이라는 용어는 그동안 미국에서 오랫동안 '아메리칸 드림'과 비슷한 뜻으로 쓰인 말이었다.

안전하고 출세지향적인 라이프스타일, 즉 교외에 집 한 채를 소유하고 자식들을 대학에 보낼 여건이 되면서 때때로 디즈니랜드에 놀러도 가는, 다소 목가적인 이미지를 연상시켰다.

하지만 지금은 불확실한 미래를 떠올릴 뿐 아니라 노력해도 닿을 수 없는 라이프스타일을 뜻하는 용어처럼 돼 버렸다.

NYT는 이처럼 '중산층'용어가 사라지는 것은 중대한 시대 변화의 수사적 결과라고 분석했다.

즉 소득 면에선 고소득층이, 일자리 면에선 하위 계층이 유리한 정책이 지난 30년간 계속되면서 그 어디에도 끼지 못한 중산층이 불안정한 계층으로 전락한 현실을 반영한다는 것이다.

정치, 사회학자들은 물가 상승으로 중산층이 더이상 과거의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할 수 없게 되면서 중산층이라는 용어도 그 반향감을 잃고 있다고 지적한다.

세라 엘우드 워싱턴대 교수는 "미국의 국가적 정체성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중산층'이 뭘 의미하는지에 대한 문화적 합의(컨센서스)가 이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러한 시대 변화는 미 대선전에서 각 당 후보 및 잠룡들이 중산층을 대체할 용어를 필사적으로 고안해내게 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주지사는 미국을 특별하게 하는 것은 "부유하지 않은 수백만의 사람들"이라고 말했으며, 무소속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한 버니 샌더스는 "일하는 가정" "보통의 미국인"이라는 표현을 썼다.

테드 크루즈 텍사스 주지사는 "미국 전역의 열심히 일하는 남성과 여성들"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이런 대체 용어들이 너무 모호하거나 낙관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어떤 문구들은 지나치게 '조작'을 한 탓에 오히려 그 뜻이 가려지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그런 사례다.

클린턴은 한 달 전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평범한 미국인은 챔피언을 원한다'(everyday Americans need a champion)를 특징 문구로 내세웠는데, 지난주 라스베이거스의 한 고등학교를 방문했을 때 이런 현수막이 내걸린 걸 목격해야 했다.

학생들이 직접 손으로 만든 현수막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매일, 미국인은 챔피언을 원한다'(Everyday, Americans need a champ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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