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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수오라는 이엽우피소는 정말 독성이 있나

왜 은조롱은 '진짜', 이엽우피소는 '가짜'일까? 대한약전 외 한약(생약) 규격집에 "백수오의 기원(起源) 식물은 은조롱"이란 내용이 딱 한 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중약대사전ㆍ중약지(中藥志)엔 이엽우피소ㆍ격산우피소(은조롱)ㆍ대근우피소, 셋 모두가 백수오의 기원 식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엽우피소는 한국에선 분명 '가짜'이지만 중국에선 '진짜' 백수오다. 중국의 약전(藥典)엔 이엽우피소가 등재돼 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백수오도 중국ㆍ일본의 약전에선 볼 수 없다.

  • 박태균
  • 입력 2015.05.12 06:01
  • 수정 2016.05.12 14:12
ⓒ연합뉴스

최근 '가짜 백수오(白首烏)'란 오명(汚名)을 뒤집어 쓴 이엽우피소는 정말 독성이 있을까?

국내에서 '진짜 백수오'로 인정되는 것은 은조롱이란 식물의 뿌리다. 은조롱의 별칭이 격산우피소다. 결국 은조롱과 이엽우피소는 모두 '우피소'(牛皮消) 패밀리의 일원이다.

이엽우피소는 원산지가 중국이며, 중국ㆍ부탄ㆍ네팔ㆍ인도ㆍ파키스탄 등에서 주로 자라는 식물이다. 이 식물이 한반도에 처음 들어온 시기는 1990년대 초다. 당시 백수오의 원료인 은조롱은 재배할 때 지주를 설치해야 하는 데다 노동력이 많이 들고 생산성이 떨어져 농가에서 기피 대상이다. 그 대안으로 한국의 유통업자가 중국에서 이엽우피소 씨앗을 도입했다.

국내에서 은조롱과 이엽우피소는 이번 사고 발생 전까지 거의 구분 없이 사용됐다. 관련 학술지인 '한국약용작물학회지' 2005년 13권에 실린 논문 제목이 '백수오(이엽우피소)의 무(無)지주 재배방법에 따른 생육 및 수량'이었다. 심지어 그 논문에선 은조롱을 '백수오 재래종'이라 표현했다.

이번 파동 불과 1년 전에, 역시 '약용작물학회지'에 실린 연구논문에도 "...대부분의 농가에서 은조롱 대신 이엽우피소가 재배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기술됐다.

그렇다면 왜 은조롱은 '진짜', 이엽우피소는 '가짜'일까? 대한약전 외 한약(생약) 규격집에 "백수오의 기원(起源) 식물은 은조롱"이란 내용이 딱 한 줄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중약대사전ㆍ중약지(中藥志)엔 이엽우피소ㆍ격산우피소(은조롱)ㆍ대근우피소, 셋 모두가 백수오의 기원 식물로 규정돼 있다. 따라서 이엽우피소는 한국에선 분명 '가짜'이지만 중국에선 '진짜' 백수오다. 중국의 약전(藥典)엔 이엽우피소가 등재돼 있지 않다는 것을 지적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백수오도 중국ㆍ일본의 약전에선 볼 수 없다.

2000년 초 당시 농촌진흥청 김민자 박사는 식약처(당시 식약청)에 "규격집에 백수오의 기원 식물로 이엽우피소를 추가해 달라"는 정책 건의를 한다. 식약청도 처음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다가 일부 농가에서 이엽우피소를 "비싼 하수오로 둔갑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했다고 전해진다. 만약 당시 이 건의가 받아들여졌다면 지금의 가짜 백수오 파동은 없었을 것이다. 김 박사가 "작금의 진짜ㆍ가짜 논쟁이 개념부터 헷갈린다"고 말하는 것은 그래서다.

이번 사태에서 마지막 쟁점으로 남은 것은 이엽우피소의 독성 여부다. 미국 FDA(식품의약청)의 '독성 식물 데이터베이스'엔 이엽우피소가 다량 함유된 사료를 암퇘지에게 먹이면 유산 위험이 높아진다는 1984년 연구결과가 유일하게 실려 있다. 너무 오래 전 연구인데다 가축을 대상으로 한 독성연구 결과를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는 것도 무리다. 이 데이터베이스에 인삼(ginseng)을 치고 검색하면 비교도 안 될 만큼 많은 독성자료가 나온다.

미국 국립의학도서관 논문검색 엔진인 'Pubmed'(www.pubmed.gov)에 이엽우피소의 학문명(Cynanchum auriculatum)을 치고 검색해 봐도 독성 관련 내용은 찾기 힘들다. 오히려 암 예방ㆍ식욕 억제ㆍ간 섬유화 치료ㆍ면역력 강화 등 이엽우피소의 긍정적인 약효를 밝힌 논문들이 주류를 이룬다.

현재까지의 연구결과로 은조롱과 이엽우피소 중 어느 쪽의 약효가 더 뛰어나며, 간(肝) 독성 등 부작용이 더 적은지를 판정하긴 힘들다. 이 정도로 '보일 듯 말 듯한' 증거만으론 '독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이 독성학계의 상례다. 간 독성에 관한한 은조롱은 물론 대부분의 허브(생약)들이 자유로울 수 없다. 생약은 대부분 간(肝)에서 대사(代謝)되며 '약과 독은 동전의 양면'이란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독성이 없는 것은 약성도 없기 때문이다.

일단 은조롱과 이엽우피소는 '우피소 패밀리'에 속하는 만큼 비슷한 약성과 독성을 나눠 가졌을 가능성이 크다. 비유컨대 황색란과 백색란, 탱자와 유자의 성분ㆍ효능 차이가 그리 크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다.

이엽우피소가 정말 독성이 가졌는지는 앞으로 식약처 등에서 밝혀야 하는 과제다. 하지만 이미 많은 한국인은 이엽우피소를 20년 이상 섭취했으므로 간 독성 등 사단이 났으면 벌써 났을 것이다. 이엽우피소로 인해 우리 국민이 과도한 스트레스와 혼란을 겪는다면 그것이 건강상 더 큰 손해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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