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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핑턴 인터뷰] 미스 유니버스 재팬 '미야모토 아리아나', "혼혈인에 대한 차별을 없애기 위해 출전했다"

  • 강병진
  • 입력 2015.05.11 05:24
  • 수정 2015.06.01 14:19
ⓒKenji Ando

미야모토 아리아나는 지난 3월, 미스 유니버스 일본 대표로 뽑혔다. 나가사키 현 사세보시 출신이며 어머니는 일본인이고, 아버지는 미 해군으로 일본에서 근무했던 아프리카 계의 미국인이다. 맞다. 미야모토는 혼혈이다. 그리고 혼혈인으로는 처음으로 국제적인 미인대회의 일본 대표로 뽑혔다.

미야모토가 일본 대표로 선정된 후, 일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있었다. “미스 일본이라면 부모가 일본인이어야만 한다”는 내용의 비판이다. 이에 대해 미야모토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는데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면 나는 누구일까요?”라고 반문했다. 다음은 지난 5월 1일, 미야모토 아리아나와 허핑턴포스트JP가 나눈 대화다. 그는 “일본과 해외 언론 매체들이 나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루어 준다면, 인종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좋은 기회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구의 죽음이 미스 유니버스 출전의 계기

- 미스 유니버스 대회에 출전한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나가사키의 유니버스 사무국이 먼저 2014년도 ‘미스 유니버스 재팬’ 대회에 나오지 않겠느냐고 제안을 했어요. 하지만 이미 저는 “혼혈인이 일본 대표가 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출전하지 않으려 했었죠.

하지만 마음이 바뀐 건, 친구의 죽음 때문이었어요. 그 친구는 그는 일본인과 백인 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남자였는데, 자살했죠. 20살밖에 되지 않았는데 말이에요. 그의 동생은 영어를 했지만, 자신은 혼혈인의 외모를 가졌는데도 영어를 못한다는 점에서 큰 고민을 가졌던 것 같아요. “내가 있어야 할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며 상담을 받은 후, 며칠 후에 목숨을 끊어버렸어요. 그 소식을 듣고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혼혈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내가 출전해야겠다고 결심한 거죠.

- 3월에 열린 대회에서 일본 대표로 선정되었을 때, 어떤 기분이었나요? 친구나 가족들은 어떤 말을 해주던가요?

= 부모님은 매우 기뻐하셨어요. 대회 동안 엄마는 “결과는 생각하지 말고 그저 즐겨라”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알고보니 엄마는 실제 대회장에 와서 내가 우승하는 걸 보고 아빠에게도 연락을 하셨더라고요. 대회 후에 핸드폰을 보니 아빠에게 “축하한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와 있었어요.

- 당신은 아프리카 계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어요. 어린 시절, 일본에서 그런 사실 때문에 겪은 고충은 어떤 게 있을까요?

= 나한테 쓰레기를 던지고, 나를 웃음거리로 삼거나, 모르는 척을 하는 아이들이 있었죠. “색이 물든다”며 소풍을 갈 때나, 운동시간에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더라고요. 수영을 할때도 같은 말을 들었어요. 나는 일본에서 태어나서 일본에서 자랐는데, “미국으로 돌아가라”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5살 정도까지만 그런 생각을 했었던 것 같아요. “왜 나만 이렇게 생긴걸까?” 내가 1살 때, 부모님은 이혼을 하셨어요. 아버지는 미국에 돌아가신 상태였는데, 그러다 보니 집에서도 피부색이 다른 건 나 뿐이어서 그런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그때는 그냥 생각뿐이었지만, 나중에는 좀 문제가 있었죠. 외모 때문에 고통스러운 경험을 많이 하다보니, 내 피부색이 나에게는 콤플렉스가 된 거에요. 그럼에도 내가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엄마 덕분이었어요. 엄마는 항상 나에게 “피부가 참 깨끗하구나”, “사람들이 모두 너의 피부를 부러워해서 그런거야”라고 내 피부색을 칭찬해주셨죠. 또한 이모와 할머니도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셨고요.

그래도 내가 내 자신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인정할 수 있게 된 건, 중학교 3학년 때였어요.그때 처음으로 아빠를 만나러 갔었거든요. 그 전까지는 사진으로만 봤었는데 실제로 아빠를 본 순간, 뭔가 내 뿌리를 발견한 기분이었어요.

- 그러한 어린 시절이 지금의 당신에게 미친 영향이 있었나요?

= 나는 다른 사람에게 내 자신을 드러내는 일이 어려웠어요.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내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고충이 있었죠. 미스 유니버스 재팬 대회에 나가기로 결심한 순간, 이런 태도도 바꿔야 겠다고 생각했었어요. 이 결심이 나에게는 가장 큰 도전이었던 것 같네요.

- 미국에서 보낸 고등학교 생활은 어땠나요?

= 미국은 워낙 여러 나라, 여러 인종의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기 때문에 그곳에서는 나답게 생활할 수 있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느긋하고 나에게 친절했죠. 또한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느꼈어요.

*일본도 아직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변한 게 없다

- 당신이 미스 유니버스 일본 대표로 선발 된 후, 일본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화제가 됐어요. 물론 논쟁도 많았죠. 이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했나요?

= 일본이 세계화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근본적으로는 변한 게 없다고 생각해요. 많은 회사들이 외국인을 채용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혼혈인들이 “나는 일본인이다”라고 말하면, 그것을 부정하려고만 하니까요. 아직 일본 사람들은 진심으로 우리를 받아주지 않는 것 같아요.

일본에서 태어나, 일본에서 자랐는데 내가 일본인이 아니라면 나는 누구란 얘기일까요? 결국 일본에는 아직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아요. 내가 그런 인식을 바꾸고 싶어서 대회에 출전한 것이었고, 그래서 당연히 일본 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만약 그런 비판이 없었다면, 내가 대회에 출전한 의미도 없었겠죠.

하지만 비판만 있었다고는 생각하지는 않아요. 혼혈인이기 때문에 고통받는 사람은 국내, 국외를 불문하고 많이 있어요. 그 분들로부터는 힘이 되는 메시지를 많이 받았어요. 또 혼혈인의 부모님들도 거리에서 만날때마다 응원의 말들을 많이 해주셨어요.

- 당신은 지금 일본과 미국, 2개의 국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22세가 되기 전에는 국적을 선택해야 할텐데요.

= 나는 태생도, 성장도 일본이에요. 미국에서 학교를 다녔던 시기는 있지만, 방학 때 일본에 돌아오면 언제나 “아, 나는 일본인이 맞구나”란 생각에 안심하곤 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일본인이라고 생각하고, 그래서 국적도 일본을 선택할 겁니다.

- 다음 10년 동안, 개인적으로 가장 이루고 싶은 게 있다면 무엇인가요?

= 일본 내의 인종차별문제를 가능한한 많이 나아지게 만들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내가 할 수 있는 한, 더 많이요. 어렸을 때부터 이러한 희망을 가져왔습니다. 일본인과 일본인이 아닌 사람의 결혼은 지금도 많이 이루어지고 있어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미래의 아이들 또한 일본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을 거에요.

-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결정을 해야하는 시기에 선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가요?

= 어린시절의 저에게도 해주고 싶은 말인데요. “무엇보다 너 자신을 먼저 사랑하도록 해. 나는 너가 무엇을 하기를 원하든 다 좋아. 그리고 너가 계획한 일이 무엇이든 간에, 너가 그걸 이뤄낼 거라는 걸 꼭 믿기를 바래. “

- 이 문장을 완성해 주시겠어요? “2025년에 우리는…”

= "2025년에 우리는 다른 인종의 사람들에 대한 태도를 바꾸게 될 것이다." 일본에서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도 태도가 바뀌기를 바랍니다.

-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요?

= 내가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인 것 같아요. 전 세계 곳곳에서 많은 전쟁이 일어나고 있지만, 나는 일본에서 태어났고 나름 좋은 환경에서 정상적인 삶을 살았어요. 우리 집은 부자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먹을 음식이 있었고, 비와 바람으로부터 우리를 보호해주는 집이 있었죠. 또 나는 학교에도 갈 수 있었어요. 나는 그 모든 것에 다 감사하고 있어요.

- 앞으로 열릴 미스 유니버스 세계 대회에서 일본 대표로 어떤 아름다움을 어필하고 싶습니까?

= 혼혈인이기 때문에 외형적으로는 일반적인 일본인과 차이가 있지요. 그래서 나는 외모보다는 내면의 모습으로 일본인의 아름다움을 드러내고 싶습니다. 예를 들어 신발을 가지런히 정리한다던가, 신발을 신은 채 소파에 앉지 않는 행동 같은 거요. 식사 도중 누군가 자신의 접시를 갖고 있지 않다면, 내가 그의 접시를 가져다 줄 수도 있고, 벗어 놓은 옷을 먼저 정리할 수도 있지요. 그런 작은 것들을 하나 하나 전하고 싶습니다.

*허핑턴포스트 10주년을 맞이해 허핑턴포스트JP가 진행한 宮本エリアナさん「人種への偏見、日本と世界からなくしたい」【ミス・ユニバース日本代表】와 허핑턴포스트US의 Multiracial Miss Universe Japan Symbolizes The Country's Transformation을 함께 번역해 가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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