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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병 100주년 기념 전시회에 다녀와서

코카콜라병의 수집의 세계는 다른 수집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흥미진진하며 가족들의 반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수집가 석정훈씨의 경우는 대략 2000여점의 희귀한 콜라병을 소장하고 있는데 역시 가족의 반대로 수집품을 사무실과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콜라병 수집가들에게 콜라병은 단순히 디자인이 예쁜 공산품이 아닌 삶의 중요한 일부이며, 사회문화적 의미를 가진 물건이다.

  • 박균호
  • 입력 2015.05.11 11:37
  • 수정 2016.05.11 14:12

대망의 1980년, 돌담길에 둘러싸인 상주의 시골마을에서 대구로 전학 온 나를 기다리는 처음 먹어보는 먹거리가 3개 있었다. 만두와 우유 그리고 콜라가 그것들이었다. 간식이라고는 곶감과 강정 그리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20원이면 살 수 있었던 '라면땅'이 전부였던 나에게 새로운 간식 3총사는 신선한 문화충격이었다.

그러나 난생 처음 맛본 비릿한 우유와 만두는 입맛에 맞지 않았고 20살쯤이 되어서야 배고프면 가끔 생각나는 먹거리가 되었는데 '콜라'는 달랐다. 냉장고에 보관된 시원한 콜라는 처음 맛본 순간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으로 등극했다.

머리를 스님처럼 깎고 검은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되었을 때 콜라는 내게 또 다른 추억을 남겨주었는데 펩시콜라가 주관한 '콜라 시음회'행사가 그것이다. 길거리에서 펩시콜라와 코카콜라를 동시에 시음하고 어느 것이 펩시콜라인지 알아맞히면 선물로 무려 볼펜을 공짜로 주는 행사였는데 내 인생 최초로 음식을 공짜로 먹을 수 있는 시음행사였다. 우리는 등하교 때 시음장소를 매번 찾았고 '두 종류의 콜라 맛을 구분하는 비법'을 찾기 위해 골몰했다. 그러나 흔하디 흔한 모나미 볼펜보다는 콜라를 공짜로 먹을 수 있다는 황금 같은 기회가 콜라 시음 장소를 찾는 주 목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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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당시 나의 미술선생님께서는 콜라병을 데생하게 하셨는데 콜라병에 대한 예찬을 늘어놓으셨다. 콜라병이 아름다운 여체를 본떠 만들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이 아름다운 콜라병이 만들어지면서 콜라액도 상대적으로 더 적게 담기니 아름다움과 경제성을 만족시킨 위대한 발명품이라고 찬사를 하셨다. 그러나 그저 내용물을 맛있게 마셨던 우리로서는 신선한 말씀이긴 했지만 주요 관심사는 아니었다.

그러던 내가 불혹을 훌쩍 넘은 나이에 콜라병, 텀블러, 농구화, 화폐 등을 모으는 수집가들의 이야기를 다룬 <수집의 즐거움>을 쓴 인연으로 한국코카콜라가 주관한 <코카-콜라 병 100주년 기념 전시회>를 구경하겠다고 상경했다. "소비자 상품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부드러운 곡선 디자인으로 불리는 코카콜라 병은 형체만 보고도 코카콜라 병임을 인지할 수 있을 정도로 독창적인 디자인이 적용된 유리병"이라는 코카콜라 관계자의 자부심에 찬 말처럼 각양각색의 희귀한 콜라병이 나를 반겼다.

탄생 100주년을 맞은 만큼 다양한 역사적인 의미와 숱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콜라병은 1915년 미국 인디애나 루트 유리 공장에서 알렉산더 사무엘슨과 얼 알 딘이 '아름다운 여체'가 아닌 '코코아 열매'를 본떠서 만들었다. 마릴린 먼로, 엘비스 프레슬리를 비롯한 유명인사들이 사랑했고,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브랜드이며 앤디 워홀, 장 폴 고티에, 겐조 다카다 등의 예술가 및 패션 디자이너에 의해서 예술품으로 숱하게 재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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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카콜라 병 100주년 기념박스세트 한정판.

코카콜라 병이 세상에 나온 지 100주년이 되는 5월 8일과 9일 희귀한 콜라병과 인쇄자료 등 볼거리를 관람할 수 있는 <코-크 보틀 하우스> 전시가 열렸는데 사전에 SNS이벤트(‪#‎cocacola‬)를 통해 선발된 사람들과 유명인, 코코프렌즈 등 코카콜라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대거 방문하였다. (관련 사이트 링크: 한국 코카-콜라 공식 인스타그램). 회사 보유분이 아닌 국내 개인 수집가들의 수집품이 무려 500점이나 전시되었고 콜라병뿐 아니라 콜라병 디자인의 변천사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료도 전시되었다. 또한 역사 속에 흔적을 남긴 주요 콜라병과 그 이력을 소개한 전시품은 관람객들의 시선을 붙잡기에 충분했다. 많은 유명인이 참여한 포토존은 찾는 이를 더욱 즐겁게 했고 전시 가이드들의 친절한 설명도 콜라병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콜라 대신 이블 아이라는 악귀를 쫓아낸다는 구슬이 채워진 터키 콜라병.

이 전시회를 통해 콜라병 중에는 유리나 알루미늄뿐 아니라 모래로 만든 것도 있다는 사실, 관광기념품이나 극소수의 한정된 사람을 위해서 콜라가 아닌 기념품이나 지역특산물을 채운 콜라병도 있다는 사실을 새로 알게 됐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어쩔 수 없는 공간의 한계 때문이겠지만 콜라병이 장식장에 전시돼 콜라병을 다양한 각도에서 입체적으로 관람할 수 없었다는 점과 좀 더 많은 콜라병이 전시되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것이었다. 또 외국의 콜라병 전시에 비하면 다소 미진한 부분이 있었지만 그래도 콜라병 전시를 몇 번 경험한 수집가 김근영씨에 의하면 국내 콜라병 전시가 거듭될수록 발전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콜라병 전시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회에 콜라병 수집가의 소장품이 주로 전시된 것만 봐도 수집이라는 활동이 얼마나 문화적으로 중요한 것인지 가늠이 되기도 했다.

굳이 콜라병에 대한 관심이 없는 일반인일지라도 이번 전시회는 눈과 입을 즐겁게 하는 색다른 경험이 될 만했다. 콜라병이라는 공산품이 가지고 있는 사회.문화적 의미와, 수집이라는 활동이 가지는 소멸에 대한 저항성을 잘 보여준 한 편의 멋진 콜라보레이션이기도 했다.

한편 모양이 독특하고 아름다운 만큼 콜라병도 엄연히 수집의 대상이 되고 있다. 국내의 대표적인 콜라병 수집가인 석정훈씨에 의하면 일부 시니어 콜라병 수집가는 이미 15년 전부터 콜라병을 수집하기 시작했으며 인터넷 카페가 활성화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집가가 늘기 시작해 지금은 대략 2000여명의 수집가가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인 콜라병 수집가들의 인터넷 카페는 코사모코아세다.

콜라 수집가 석정훈씨의 소장품.

자신의 수집품을 전시한 콜라 수집가들.

코카콜라병의 수집의 세계는 다른 수집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흥미진진하며(관련기사) 가족들의 반대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대표적인 수집가 석정훈씨의 경우는 대략 2000여점의 희귀한 콜라병을 소장하고 있는데 역시 가족의 반대로 수집품을 사무실과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콜라병 수집가들에게 콜라병은 단순히 디자인이 예쁜 공산품이 아닌 삶의 중요한 일부이며, 사회문화적 의미를 가진 물건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이번 전시회에 소중한 소장품을 기꺼이 대중들을 위해서 공개했다. <코-크 보틀 하우스> 관련 추가 사진 자료는 한국 코카-콜라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구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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