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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에 유신 비판' 41년 만에 재심서 무죄

ⓒ한겨레

선술집에서 취중에 유신헌법 등 당시의 정치상황을 혼잣말로 불평했다는 이유로 실형 선고받았던 고인이 사후에 이뤄진 재심에서 41년 만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춘천지법 제2형사부(마성영 부장판사)는 대통령 긴급조치 1·4호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은 고 박모(1926년생)씨의 재심에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고 박씨는 1974년 5월 15일 오후 9시께 춘천시 효자동의 한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다가 '민청학련에 관련된 학생들을 무엇 때문에 구속하느냐. 정부가 나쁘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앞서 박씨는 같은 해 1월과 3월에도 같은 선술집에서 '10월 유신은 독재 정치하려는 것이다. 이북이나 이남이 다를 게 뭐냐. 이북도 살기 좋다'는 등의 말을 해 반국가단체인 북한을 찬양·고무하고 대통령 긴급조치 4호를 비방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일로 비상보통군법회의에 의해 기소된 박씨는 그해 8월 대통령 긴급조치 1·4호 및 반공법 위반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 및 자격정지 10년을 선고받고 이듬해인 1975년 2월 형이 확정됐다.

이후 2001년 11월 박씨가 사망하자 박씨의 아들(57)은 2011년 2월 춘천지법에 재심을 청구한 끝에 지난해 7월 재심이 이뤄졌다.

재심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발언은 당시 대한민국의 정치상황 등 시사적인 관심사에 대한 개인적 의견을 취중에 혼잣말로 불평하는 정도에 불과하다"며 "피고인에게 반국가단체에 이롭다는 데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반국가단체의 이익이 된다거나 국가의 존립·안전을 위태롭게 하거나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해를 줄 구체적이고 명백한 위험성이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공소사실은 범죄 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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