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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전세계 패션계가 주목하는 '서울'

명품 브랜드들이 서울에 관심을 보이면서 서울은 ‘잇 시 티’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 서울 경희궁 옆에서 프라다가 연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회.
명품 브랜드들이 서울에 관심을 보이면서 서울은 ‘잇 시 티’로 떠오르고 있다. 2009년 서울 경희궁 옆에서 프라다가 연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회. ⓒ한겨레

[매거진 esc] 커버스토리 / 서울, 잇 시티가 되다

내년까지 주요 명품 브랜드와 패션전문가들 모이는 행사 줄줄이…K팝에 이어 K패션도 뜰까

“2014년 봄에 선보인 양말과 펌프스(지퍼나 끈 등 잠금장치가 없이 발등이 파인 여성용 구두)의 조합부터 2012년 봄의 진줏빛 선글라스까지, 서울 사람들은 라거펠트(샤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런웨이를 해석해 실생활에서 소화하는 방법을 뽐내고 있다.”

4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크루즈 컬렉션’(명품 브랜드에서 가을/겨울 컬렉션과 봄/여름 컬렉션 사이에 발표하는 컬렉션)이 열리기 이틀 전, 미국의 온라인 패션 사이트 ‘스타일닷컴’은 이런 기사를 실었다. 에스엔에스(SNS)에서 갈무리했다는 10장의 길거리 패션 사진 속 주인공 중에는, 외국인이나 전문 모델로 추정되는 이들도 적지 않았지만, ‘패션피플’들의 이목이 서울에 집중됐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데는 모자람이 없었다.

패션계가 서울에 주목하는 것은 단지 샤넬의 쇼 때문이 아니다. 샤넬이 아니더라도 서울은 이미 2000년대 말부터 명품 브랜드와 패션계가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는 공간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탈리아의 프라다는 2009년 서울 경희궁 옆에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한 문화공간을 짓고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회를 열어 한국에 프라다라는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알렸다. 이듬해엔 프랑스의 디오르가 크루즈쇼와 ‘헤리티지 전시회’를 동시에 열었고, 영국 폴스미스도 디자이너 폴 스미스의 작품세계를 알리는 전시회를 열었다. 2011년엔 이탈리아 브랜드 펜디가 한강 세빛섬 개장일에 맞춰 이곳에서 패션쇼를 열었고, 지난해 9~10월엔 샤넬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문화샤넬전’이라는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2009년 서울 경희궁 옆에서 프라다가 연 ‘프라다 트랜스포머’ 전시회.

명품 업체의 패션 행사가 이어지면서 서울은 ‘여행해야 할 곳’으로도 떠올랐다. 프랑스 브랜드 루이뷔통은 2013년 11월 서울을 소개하는 시티 가이드북을 내놨다. 루이뷔통은 1998년부터 지금까지 120여개 도시의 여행 정보를 담은 시티 가이드북을 냈는데, 서울은 도쿄, 홍콩, 마카오, 베이징과 함께 루이뷔통의 시티 가이드북에 들어간 5곳의 아시아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 이에 앞서 미국의 뉴스전문채널 <시엔엔>(CNN)은 2011년 서울 여행 특집 프로그램을 방영했다.

이런 흐름은 기본적으로 서울이 명품 브랜드의 마케팅에서 중요한 장소가 됐다는 것을 보여준다. 유행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명품 소비량도 급격하게 늘어난 서울을, 물건을 팔아야 하는 브랜드의 처지에선 가볍게 여길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아시아 시장을 확대하려는 브랜드들은 서울을 아시아 시장의 전진기지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무조건 잘 팔린다고

샤넬과 디오르가 오는 건 아니다

서울이라는 공간의 가치, 문화적 취향이

행사를 해도 괜찮을 정도가 됐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명품 브랜드의 서울 집중 현상’을 설명하는 것은 너무 단편적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가치 마케팅’을 중시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서울은 이제 ‘잇 시티’(it city), 즉 누구나 가고 싶어하고 동경하는 ‘바로 그 도시’가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2011년 서울 한강 세빛섬에서 열린 펜디 패션쇼.

김도훈 <허핑턴포스트코리아> 편집장은 “고압적인 자세이긴 하지만, 무조건 잘 팔린다고 해서 샤넬이나 디오르가 그곳에서 행사를 하진 않는다. 그들이 보기에 서울이라는 공간의 가치, 문화적 취향이 그런 행사를 해도 괜찮을 정도가 됐다는 메시지일 수 있다”며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도쿄와 베를린이 그랬던 것처럼 지금은 서울이 ‘잇 시티’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랜서 패션 에디터인 박태일씨도 “새로운 곳, 새로운 소재를 찾는 건 패션 브랜드의 공통된 특성”이라며 “브랜드들은 도쿄와 홍콩에 이어 서울을 ‘동양의 새로운 거대도시’로 주목하는 것 같다. 케이팝 등 한류에 이어 케이패션 특히 한국의 거리 패션이 외국에서 회자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시리즈 2’ 전시회를 서울에서 열고 있는 루이비통코리아 쪽은 “서울은 이미 전세계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세계적인 도시”라며 “한국 소비자들 사이에 단순한 제품 소비를 넘어 브랜드가 지닌 역사와 철학, 예술적 가치를 즐기는 성숙한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점에서 서울이 이번 전시에 가장 적합한 도시”라고 밝혔다.

샤넬, 디오르 등 명품 브랜드들이 전시회·패션쇼 등의 행사장으로 이용하는 서울동대문디자인플라자

명품 브랜드가 서울에 주목하는 또다른 이유는 행정적인 지원이다. 펜디가 2011년 세빛섬 개장 행사의 일환으로 패션쇼를 열었던 것은, 이 거대한 인공섬에 비판적인 여론을 되돌리고 싶었던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의 강력한 의지와 지원 때문이었다. 그 덕에 시민을 위한 이 섬의 개장 행사는 시민들의 출입을 통제한 채 펜디가 초청한 고객과 언론사 관계자들만이 참석한 채 치러져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내년 4월에 서울에서 열릴 세계 명품 브랜드들의 행사인 ‘콩데 나스트 콘퍼런스’ 역시 서울을 세계적인 패션 허브로 발전시키겠다는 박원순 시장의 적극적 지원이 예상된다.

유행을 만들어내는 명품 브랜드들이 서울을 ‘유행 도시’로 만들어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미학자인 이동섭씨는 “칸 영화제가 휘두르는 문화권력이 1970년대 일본, 80년대 중국, 90년대 이란에 이어 2000년대 한국 영화를 세계적인 유행으로 만든 것처럼 명품 브랜드들도 그때그때 주목받는 도시를 만들어낸다. 유행이라는 건 본래의 가치가 있어서 저절로 생기는 게 아니라 자본이 마케팅을 통해 만들어내는 허상이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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