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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절대 안 훔쳤다고" 70대 치매노인의 안타까운 항변

ⓒGetty Images/Vetta

차량 내 물품 잇따라 챙긴 혐의로 입건…자신은 까마득히 몰라

아내를 하늘나라로 먼저 떠나보낸 뒤 청주의 오래된 단독주택에 혼자 생활하는 김모(73) 할아버지.

자식들이 있지만 혼자가 편하다며 수년째 '독거 노인'으로 지내왔다. 아내와의 추억이 깃든 집을 떠날 수 없었다.

외롭게 지내던 그에게 언제부터인지 밤이나 새벽에 동네를 돌아다니는 버릇이 생겼다.

지난 3월 2일 새벽에도 용암동의 한 골목길을 거닐었다.

골목 이곳저곳을 다니던 그는 갑자기 주차돼 있던 한 차량의 손잡이를 살짝 건드려보더니 문을 열려고 했다. 그 순간 차주에게 잡혀 경찰서로 연행됐다.

꼼짝없이 현행범으로 체포돼 절도미수 혐의로 불구속 입건되는 처지가 됐다.

경찰은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그의 집 주변 CCTV를 더 살펴봤다. 아니나 다를까 3월 6일과 11일에 저녁에도 그는 문이 잠겨지지 않은 차를 털고 있었다.

훔친 물품이 대단하지는 않았다. 선글라스와 물병과 같은 소소한 것이었다.

그런데 경찰 조사를 받는 김씨의 태도가 범죄자치곤 너무나 당당했다.

절도한 사실이 없다며 완강하게 혐의를 부인하면서 오히려 자신을 신고한 차주를 무고죄로 고소한다며 소리를 지르기까기 했다.

경찰이 보기에도 범죄 혐의를 일부러 부인하려는 것 같지 않았다. 말투나 행동도 조금 이상했다.

증거가 명확한데도 범죄 혐의를 부인한 이유를 경찰은 그의 자식들을 통해 알게 됐다.

김씨는 수년 전부터 치매 증세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입건된 이후 병원 진찰을 받은 결과 중증도 알츠하이머 환자로 판명됐다.

김씨는 그동안 주변에서 치매에 걸렸다는 얘기를 적지 않게 들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치료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자식들도 아버지의 치매 증세가 이토록 심각한지는 미처 몰랐다고 경찰에 밝혔다. 김씨는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이다.

경찰은 김씨가 중증의 치매 환자이고, 어두운 거리를 다니다가 문이 열린 차량 내부를 터는 특이한 치매 증세를 보인 것으로 해석했다. 물론 이런 행동을 김씨 자신은 전혀 모르는 것이다.

청주 상당경찰서의 한 관계자는 "치매 환자이지만 물증이 있고, 세 번이나 범행을 저질렀기 때문에 안타깝지만 입건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시범운용 중인 경미범죄 심사위원회에서 즉결 심판 처리할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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