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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의 네팔 대지진에서 살아남은 슈레스타 할머니, 그리고 네팔의 성불평등

ⓒAmie Ferris-Rotman

네팔 바크타푸르 - 1934년 1월 15일, 인드라 슈레스타(Indra Shrestha)는 아빠의 화장품 가게에 있다가 지진을 맞았다. 다행히 살아남은 그는 이제 84세의 할머니다. 하지만 슈레스타는 약 1주일 전에도 그때와 똑같은 공포를 겪어야 했다. 80년 전, 그가 살던 곳과 지금 사는 곳은 불과 대문 몇 개의 거리다.

"이번 지진이 훨씬 더 심했어요." 슈레스타는 지난 4월 25일의 지진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네팔 대지진은 마을 전체를 붕괴시켰고, 네팔의 유적까지 파괴시켰으며 7,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갔다. 첫 번째 지진을 경험했던 당시의 슈레스타는 만 3살이 안된 아기였지만, 실제 기록으로 보면 그의 말이 틀린 게 아니다. 히말라야에 근접한 육지 국가 네팔이 당시 잃은 인구는 약 8,500명으로 집계됐다.

카트만두에서 약 12킬로 떨어진 바크타푸르에서 슈레스타 할머니를 만났다. 집 계단에서 밝은 녹색 사리를 입고 앉아 있는 슈레스타는 두 번의 지진에서 생존했다는 사실을 별로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 눈치다. "내 삶은 똑같아요. 햇빛을 받으며 종일 앉아 있죠."

인드라 슈레스타의 인생은 그가 두 차례의 지진에서 살아남았다는 사실만으로 정의하기 힘들다. 그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네팔의 여성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는 내가 학교에 가는 것을 반대하셨어요. 그래도 지금도 글을 읽지 못해요. 내 이름을 쓰지도 못하죠."

수백만 명의 네팔 여성들이 슈레스타와 같은 인생을 살았다. 특히 20세기의 전반기 50년 동안 네팔 소녀와 여자들이 당한 불합리한 일들은 두루 말할 수 없을 정도다. 교육이 거의 배제된 상태에서 소녀들은 10대에 혼례를 치러야 했다. 가부장적인 네팔 사회에서 소녀들이 자신만의 꿈을 가꾸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 불가능한 게 당연했다.

"아버지는 가끔 나한테 가게를 보라고 했어요. 그게 나에게는 바깥세상과의 유일한 소통이었죠."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람들처럼 결혼할 수도 없었다. 10살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이후 그의 삶은 빈곤의 연속이었다. 생계는 오빠에게 의존해야 했다. 지금은 네팔의 전통 건축방식으로 지은 집에서 이제는 과부가 된 오빠의 아내 마헤슈와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그렇게 평생을 이 작은 도로에서 산 것이다.

돌더미 사이에서 남은 물건을 수거하는 네팔 바크타푸르 주민들

네팔이 전 세계에서 성차별이 가장 심한 곳인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 몇십 년 동안 여성의 삶이 상당히 향상된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여성 인구의 반 이상이 글을 읽고 쓰며, 이전 어느 때 보다 더 많은 소녀들이 학교를 다니고 있다. 네팔 국회 의석의 33%를 여성이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다른 어느 동남아 국가보다도 높은 수준이다.

문제는 이번 대지진의 여파가 그러한 흐름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진으로 인해 카트만두 계곡을 끼고 있는 학교들의 피해가 매우 심했다. 대부분이 파괴됐지만, 언제쯤 재건이 가능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물론 이런 상황은 남녀 청소년 모두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네팔의 교육 NGO '지역 건강과 교육 서비스 제단' 창업자이자 여성 건강 운동가인 아루나 우프레티 박사는 "아직 남성을 더 우월하게 여기고 여성의 삶과 건강은 덜 중요하게 인식되는 네팔에서는 이런 상황이 다시 큰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파키스탄 군인들이 사라진 중국 여행객을 찾고 있다. 네팔 파크타푸르.

네팔에서 가장 큰 산부인과 병원인 카트만두 파로파카의 대표 자게슈워 가우탐 박사는 "빈곤이 심하고 지진으로 인한 전염병 위험이 증가한 네팔에서 여성의 삶의 질이 하락할 것은 뻔한 일"이라고 말한다. 그는 "남편을 잃은 여성이 늘어나고, 그로 인해 가난에 빠지면 아이를 버리고 가는 여성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면 생존을 위해서라도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이죠."

UN 통계에 따르면, 약 400만명의 네팔 여성과 소녀들이 이번 지진으로 인해 큰 타격을 받았다고 한다. 과연 그들은 80년 후,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인드라 슈레스타 할머니의 삶이 그들의 미래일까?

*이 기사는 국제 보도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작성됐다.

*월드포스트의 She Survived Two Earthquakes, And A Life Of Gender Discrimination In Between을 번역, 가공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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