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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정치'가 시작됐다

  • 김병철
  • 입력 2015.05.08 11:48
  • 수정 2015.05.08 11:53
ⓒ연합뉴스

공무원연금 개혁문제가 신춘정국을 쓰나미처럼 뒤흔들면서 우리나라도 유럽식 '연금정치(pension politics)'가 현실 정치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일부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특히 여야가 합의했던 공무원연금법 개정 시한을 넘기고 더 복잡한 국민연금 개혁 문제까지 얽혀들면서 연금 개혁 이슈는 내년 국회의원 총선과 내후년 대통령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칠 중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를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만약 상반기 전까지 연금 개혁안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4월 총선을 지나 내후년 12월 대선 때까지도 미완의 과제로 남아있을 확률이 있고, 합의안이 만들어진다면 그 결과에 대한 각계각층의 평가와 반응이 총선과 대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다시 말해 연금 개혁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간에 어떤 식으로든 총선과 대선에 변수로 작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는 얘기다.

연금개혁 문제가 정치 어젠다의 한복판으로 자리잡은 것은 본격적인 '저출산 고령화' 시대의 도래에 따른 불가피한 귀결이다.

저출산 고령화 추세로 노후보장 문제가 주요 관심사로 급부상한 가운데 연금 이슈는 노후 보장을 실질적으로 상징하고, 개혁의 내용에 따라 세대 간·소득계층 간 갈등을 필연적으로 수반하기 때문에 복지 이슈이자 정치 이슈일 수 밖에 없다.

연금개혁은 궁극적으로는 '소득 재분배'라는 현대적 복지 개념을 실현하는 대표적 정책 수단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연금정치'라는 용어가 태동한 유럽에서처럼 우리나라도 연금을 둘러싼 논쟁은 이번 사태를 매듭짓더라도 앞으로 정치권에서 무시하지 못할 '화두'가 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전국 단위 선거에서 과거 지역 구도가 가졌던 지배적 영향력이 점차 세대 간 갈등 구도와 소득계층 간 대립 구도 쪽으로 이동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도 각 정파의 연금 정책은 득표율을 좌우하는 척도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에선 연금정치가 아예 국가 권력의 향배를 가른 사례도 있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하르츠 개혁'으로 일컫는 대대적인 연금 및 노동시장 개혁을 밀어붙인 결과 사민당 지지층인 노동자와 중산층 이하 계층의 대거 이탈을 야기하면서 정권을 내줬다.

대중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치권의 입장에서는 두려운 대목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경제 침체에서 허덕이며 '유럽형 복지병'의 대표적 환자처럼 인식되던 독일이 하르츠 개혁을 계기로 경제 대국의 공고한 지위를 되찾고 현재도 '유럽의 후견인'으로 부상한 모습은 우리 정치권이 외면할 수 없는 또 다른 측면이다.

'정적'인 앙겔라 메르켈 총리마저 슈뢰더 전 총리가 이룬 성과를 인정할 만큼 하르츠 개혁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긍정적이다.

우리나라에서 '연금정치'의 초보적 태동으로 볼 수 있는 장면은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불붙었던 연금 개혁 논쟁이다.

당시 여야는 국민연금 고갈을 우려해 '그대로 내고 덜 받는' 국민연금 개혁 협상을 타결하면서 기초노령연금 지급액을 소폭 올리는 방안도 연계해 합의했다. 이는 노후 보장에 대한 국민적 요구를 대선을 앞두고 반영한 첫 사례로 받아들여졌다.

이 같은 기초노령연금이 현행 기초연금으로 확대 개편된 계기 역시 지난 2012년 대선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65세 이상 모든 어르신에게 현재 기초노령연금의 2배(약 20만원)를 지급하겠다"고 공약했고, 박 대통령 당선 이후 기초연금제도는 공약 후퇴 논란 속에 지난해 7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연금이 대표적인 복지 수단이란 점에서 연금 논쟁은 결국 2010년대 들어 선거판의 핵심 이슈였던 무상 복지 문제와 성격이 다르지 않다.

연금 역시 준조세 성격의 보험료와 국가 재원의 보조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무상 복지 논란 때와 마찬가지로 '어떤 대상까지 얼마나 더 줄 것이냐'는 물음이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연금 문제가 핵심 쟁점으로 부상한다면 아직도 끝나지 않은 무상복지와 증세 논쟁도 함께 묶어서 '사회적 대타협', '범국민적 합의'를 이뤄내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과거 경제 침체와 끊임없는 노사 갈등에 신음하다 '사회적 대타협'으로 국가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스웨덴처럼 이제는 정치권은 물론 노동계, 재계, 자영업자 등도 자파 이기주의를 버리고 양보와 타협의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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