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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총선] 당신이 눈여겨 봐야 할 7가지

  • 허완
  • 입력 2015.05.07 14:05
  • 수정 2015.05.08 12:46

데이비드 캐머런이 영국 총리직을 유지할 수 있을지 에드 밀리밴드가 새로운 총리가 될지 아무도 모른다. 안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지어낸 얘기다.

5월7일에 영국 역사상 가장 예측하기 어려운 총선이 열린다. 투표일 이틀 전, 캐머런의 보수당(Conservative Party)과 밀리밴드가 이끄는 노동당(Labour Party)이 각각 33%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영국 보수당을 이끌고 있는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AP

당신이 영국 총선에 대해 알아야 할 것들을 일곱 가지로 정리했다.

관련기사 : 영국 총선 : 보수당 노동당 '초접전'

1. 모두가 실망할 거다

전통적으로 영국 총선의 ‘승리자’라고 하면 보수당이든 노동당이든 650석 중에 326개 이상의 하원 의석을 차지하며 과반수를 달성하는 당을 뜻한다. 그런데 이제까지의 조사를 신뢰할 수 있다면, 그런 과반수는 어렵다. 과반수가 가능하다고 양 당은 신빙성 없는 주장을 하고 있지만, 캐머런과 밀리밴드가 아무리 노력해도 가능하지 않을 듯하다.

2015년 총선이 간단한 여야의 대립이 아니라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s), 영국독립당(Ukip), 녹색당(Greens), 그리고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같은 다양한 지역의 정치세력이 개입된 선거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이번 선거 판세가 혼란스러운 탓에 웬만하면 신뢰할 수 있는 출구조사가 목요일 저녁에 발표되더라도 모든 표가 집계될 때까지는 확실한 결과를 아무도 장담하기 어려울 게 분명하다.

7일(현지시간), 에드 밀리밴드 영국 노동당 당수가 아내와 함께 투표를 마치고 나오고 있다. ⓒAP

다수당이 없는 ‘헝 의회(Hung Parliament)’에선 다른 소수당들을 연정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하는 사람이 총리가 될 수 있다.

캐머런이 총리직을 유지하려면 닉 클레그가 이끄는 자민당과 이번에도 연정을 이루는 방법이 가장 그럴듯해보인다. 반면 밀리밴드는 공식적인 연정을 배제하고 있는 눈치다. 소수정당 노동당의 당수 지위를 유지하면서 필요할 경우 니콜라 스터전이 이끄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의 지지를 호소할 계획이다.

2. 아조칼릭스 나우 : 스코틀랜드 국민당이 스코틀랜드 노동당을 쫓아내다

(Ajockalypse Now – 베트남 전쟁에 대한 영화의 제목을 인용한 것. apocalypse는 종말을 의미한다.)

이번 선거는 초접전이다. 그 이유는 바로 스코틀랜드다. 650 하원 의석 중에 59개가 스코틀랜드에 배당되어 있다. 현재는 노동당이 그중에 41석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에 있었던 스코틀랜드 독립투표 이후 정치지형이 많이 달라졌다. 국민당이 스코틀랜드 독립을 이루는 데는 실패했지만, 이번 5월7일 선거에서는 완전한 성공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6석에 불과한 스코틀랜드국민당이 이번 선거에서는 스코틀랜드에 할당된 모든 의석을 휩쓸 수 있다는 어느 조사도 있다. 노동당의 ‘아조칼립스’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7일(현지시간), 투표를 마치고 나오는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국민당(SNP) 당수. ⓒAP

노동당이 스코틀랜드에서 다수의 의석을 잃고도 과반수를 획득하기는 불가능 할 것이다. 밀리밴드의 가까운 동료는 스코틀랜드에서 노동당이 무너지지만 않았어도 밀리밴드의 당이 쉽게 승리를 할 수 있었을 거라고 말한다. 또 다른 고위 노동당 관료는 스코틀랜드 의원들이 자기 자리 유지에 대해 “너무 나태”해져 이런 사태가 벌여졌다고 한탄했다.

3. 영국독립당이 중도우파 표를 분산시켰다

스코틀랜드국민당이 영국의 정치지형을 뒤흔들기 전까지는 나이젤 패라지가 이끄는 영국독립당이 2015년 총선의 조커 역할을 했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를 요구하는 자칭 ‘인민군(People’s Army) 당’ 때문에 캐머런의 보수당은 잉글랜드 내 박빙의 판세에서 애를 먹고 있다. 영국독립당은 인종차별적인 발언과 동성애 혐오적인 발언, 또 성차별적인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킨 후보들을 계속 제명시켜야 했지만, 그래도 2014년 유럽의회 선거에서는 승리를 거둔 기록이 있다.

나이젤 패라지 영국독립당(UKIP) 당수가 7일(현지시간) 투표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는 모습. ⓒAP

거칠게 몰아치고 있는 영국독립당은 그러나 이번에는 고작 몇 석에 만족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독립당은 중도우파 지지층을 분산시키며 보수당의 표를 빼앗았고, 그만큼 자민당이나 노동당이 ‘중원’으로 치고 들어올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했다. 보수당의 선거 캠페인은 물론, 지난 2년 동안 캐머런이 국정 운영에서 초점을 맞췄던 건 바로 동성결혼에 유화적인 제도 등을 추진하며 좀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선회한 그에게 불만을 터뜨리는 영국독립당 지지자들을 되찾아오는 것이었다.

4. 양쪽에서 눌리고 있는 자유민주당

닉 클레그의 자민당은 이미 오랫동안 영국의 제3당으로 존재해 왔다. 2010년에는 보수당과 손잡으며 처음으로 정부에 참여하게 됐다. 당시 클레그의 인기는 윈스턴 처칠의 인기에 버금갈 정도였다. ‘클렉마니아(Cleggmania)’라는 게 회자될 정도였다.

이 얼마나 놀라운 추락인가. 지난 5년은 자민당에게 매우 혹독한 시기였다. 클레그가 캐머런의 연립정부에 참여하기로 한 결정을 반대하는 자유민주당 내 진보적 지지층은 노동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현재의 57석 중에 30석만 유지해도 자민당에게는 큰 성공일 거라고 사석에서 시인하는 당 관계자들도 있다. 이번 선거로 자민당은 “끔찍한” 결과를 직면하게 될 거라는 내부 조사가 있었다고 어느 정보통은 밝혔다.

닉 클레그.... ⓒAP

그러자 이번에는 클레그가 자민당만이 합리적인 중도적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그에 의하면, 자신이 잔인한(cruel) 보수당에게는 “하트(heart)”가 될 수 있고 경제적으로 문맹(illiterate)인 노동당에게는 “브레인(brain)”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수당 시대에 딱 맞는 영리한 전략이다. 문제는, 더 이상 아무도 그의 말을 귀담아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측불허의 선거 판세에서 자민당의 미래가 특히 예상하기 어렵다. 정권에서 밀려나는 것은 물론 스코틀랜드독립당에게 뒤쳐진 제4당으로 추락할 가능성도 있다. 물론 연정에 다시 참여할 수도 있다. 또는 둘 다 일수도 있다.

5. 6월까지 ‘잠 못드는 밤’

각 지역의 선거 결과가 금요일 아침부터 흘러 들어오며 온종일 보도될 거다. 그러나 예상대로 노동당도 보수당도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한 달이 지나야 정부 구성이 마무리될 가능성도 있다.

2010년에는 금융위기라는 상황 덕분에 5일 만에 정부 구성 협상이 끝났다. 그러나 이번엔 그리 빠르지도, 쉽지도 않을 것 같다. 만약 캐머런과 클레그가 두 번째로 연정을 구성하기로 합의한다 하더라도, 각 당의 소속 의원들은 그 과정에서 훨씬 더 큰 목소리를 낼 것이다. 지난번 협상에서 보수당 의원들은 연정 구성을 추인하는 과정에 전혀 참여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지난 5년 동안 보수당에게 데인 자민당 의원들 역시 이번에는 쉽게 연정에 합의하지 않을 것이다.

캐머런은 현직 총리로서 먼저 새 정부를 구성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밀리밴드는 그런 캐머런의 시도를 공식적으로 부결시키기 위해 적어도 며칠에서 몇 주를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6. 투표 당일에 지켜봐야 할 순간들

토니 블레어의 1997년 승리를 상징한 것은 이전 국방부 장관이던 마이클 포르틸로가 노동당 의원에게 패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로 정치 거물이 선거에 지는 것을 ‘포르틸로 현상’이라고 일컬을 정도였다. 이번 목요일에 이런 현상을 여러 번 목격할 가능성이 있다. 모든 당의 정치 거물들의 목이 날아갈 수 있다는 거다.

클레그가 바로 그중 가장 ‘거물급’ 희생자가 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셰필드 지역구에서 상당한 다수의 지지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그는 노동당 후보에게 약간 뒤떨어져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자민당의 당수가 무너진다면, 자민당에게는 그야말로 굴욕적인 사건이 될 수 있다. 자민당은 클레그 다음으로 높은 직함을 맡고 있는 대니 알렉산더 재무부 장관도 스코틀랜드국민당 정치인에게 잃을 위험에 놓여 있다.

영국독립당도 문제는 마찬가지다. 당수인 패라지는 현재 영국 의회의 의원으로서가 아니라 유럽 연합 의원으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유명세를 얻고 있는 인물이고, 독립당이 잉글랜드 전역에서 꽤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사우스 터넷에서 켄트 해변까지 이어지는 자기 지역구에서는 패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그는 당수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에 놓일 수도 있다.

7. 이번 총선 운동은 정말 끔찍했다

이번 총선의 선거운동은 근래 들어 가장 심하게 연출된(stage-managed) 것이었다. 한마디의 실수도 하지 않으려는 당 지도자들은 미리 준비된 연설과 발언을 유권자와 동떨어진 환경에서 반복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끔찍했다.

노동당은 여성들의 환심을 얻기 위해 버스를 분홍색으로 칠했다. 밀리밴드는 마치 모세처럼 자신의 공약을 거대한 돌 조각에 새겨넣었다. 패라지와 텔레비전 토론을 벌이던 캐머런은 패라지를 주지츠(jiu jitsu - 유도와 유사한 무술)로 한 방 치겠다고 위협했으며, 자기가 응원하는 축구팀 이름을 기억하지 못했다. 자민당의 선거 책임자는 TV 생방송에서 ‘bastard’라는 단어를 5번 연속으로 내뱉었다. 일간지 썬(Sun)은 영국에선 보수당을, 스코틀랜드에서는 스코틀랜드국민당을 공식적으로 지지하며 아무도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기를 바랐다. 그리고 러셀 브랜드(Russell Brand ; 영화배우, 코미디언)의 유튜브 채널이 이틀 동안 선거방송을 지배했다.

요약하면. 엉망진창이었다.

* 이 글은 허핑턴포스트UK(영국)에 실린 'Seven Things Everyone Should Understand About the UK Election'(영어)을 번역한 것입니다.

Best bits of general election campaign - The Telegraph

Behind the Political Spin: The British Election - VICE 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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