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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임원 선거와 어떤 소원

"6학년이 되어서 학교대표로 활동하고 싶어 전교 어린이 부회장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돈이 많이 드는 것이면 하지 말라 하셔서 망설이던 중에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벽보와 선거에 필요한 피켓을 만들어 주신다며 출마하라고 권하셨고 친구들 또한 출마를 권하여 선거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열심히 하겠다 생각하여 선거에 당선 되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 선거운동 한 친구들을 데리고 외식을 시켜주시는 것을 보니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 유원선
  • 입력 2015.05.11 10:06
  • 수정 2016.05.11 14:12
ⓒ한겨레

나는 6학년 된 아들이 있다. 아들은 친구 집에 다녀오면 그 친구 집이 얼마나 넓은지 신기한 게 뭐가 있는지 아빠나 엄마가 무슨 차로 아이들을 데리러 왔는지를 읊어댄다. 최근에는 회장 선거에 나갔던 친구를 조금 도와줬는데 그 친구 엄마가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줬다고 자랑을 한다. 그 회장이 된 아이는 집이 무척 부자인 친구이다. 왠지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회장 선거에서 도와준 친구들에게 비싼 음식을 사주는 게 당연하게 되면 어려운 집 아이들은 어떻게 회장 선거에 나가겠니?" 하면서 아이에게 하나마나한 잔소리를 했다.

내가 일하고 있는 사회복지법인 [함께걷는아이들]에서는 매해 어려운 가정 아이들이 개별적인 소원을 신청하면 가고 싶은 사람과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지원을 하는 [요술램프] 사업을 진행한다. 작고 소박하지만 사회복지시설에서 단체로 가는 것이 아니라 본인의 개별적인 소원을 신청하는 것이다. 이번 [요술램프] 사연을 심사하면서 위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 똑같은 사연이 들어왔다.

안녕하세요? 저는 초등학교 6학년입니다.

6학년이 되어서 학교대표로 활동하고 싶어 전교 어린이 부회장에 출마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은 돈이 많이 드는 것이면 하지 말라 하셔서 망설이던 중에 지역아동센터 선생님들이 벽보와 선거에 필요한 피켓을 만들어 주신다며 출마하라고 권하셨고 친구들 또한 출마를 권하여 선거에 나가게 되었습니다. 선거운동을 하는 3일 동안 날씨가 너무 추워 친구들이 나와줄까 걱정했는데 저보다 일찍 학교 정문 입구에서 저를 위해 선거운동 하는 친구들을 보니 너무 좋았습니다. 너무 고마웠습니다.

열심히 하겠다 생각하여 선거에 당선 되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부모님이 선거운동을 한 친구들을 데리고 외식을 시켜주시는 것을 보니 친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은 괜찮다지만 돈이 생기면 맛있는 것을 사줘야지 생각했는데 선생님이 요술램프에 소원 적기를 소개해 주셔서 신청하게 되었습니다.

위 사연을 쓴 아동은 아버지는 트럭 장사를 하시고 어머님은 장애가 있어 집에서도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움직이신다고 한다. 넉넉지 않은 가정이지만 사연을 쓴 아이는 전교 부회장에 당선될 만큼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학교에서 인기도 많은 친구라고 한다.

우리 사회가 가정의 지원이 없어도 아이가 스스로 하고자 할 때 어느 정도까지 그것을 뒷받침할 수 있는 사회인가? 그것이 이 사회가 얼마나 건강한가를 나타내주는 척도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아이가 전교 부회장에 당선되었는데 어머님이 장애가 있으시다니 그것도 마음에 걸린다. 학교 어머니회는 대부분 임원 된 아이들의 부모님이 활동하는 게 당연시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의 개인적인 가정상황을 학교에서 잘 배려해줘서 임원을 맡은 일이 아이에게 오히려 상처가 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이다.

5월은 가족을 한번 더 생각하는 달이다. 나의 가족 뿐 아니라 다른 가정의 아이들도 한번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라면서, 위의 사연에 뒤풀이 비용을 보태시고 싶은 분들은 링크를 클릭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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