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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핑백 받은 홍준표, 뭔지 묻지도 않고 '알았다'는 말만"

ⓒ한겨레

홍준표 경남지사가 성완종 경남기업 전 회장한테서 1억원을 받았다는 의혹을 사는 시점은 2011년 6월이다. 비주류이던 홍 지사가 대세론을 업고 2012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는 대표직을 거머쥐기 직전이다.

홍 지사는 자기 혐의에 대한 부인의 강도를 높여가고 있지만, 관련자들의 진술이 구체화되면서 점점 구석으로 몰리고 있다.

검찰은 홍 지사가 당시 돈이 든 쇼핑백을 건네받고는 “이건 뭐냐”고 묻지 않고 내용물이 무엇인지 이미 아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는 진술까지 확보했다. 윤아무개씨 등 이 사건 관련자들이 검찰에서 한 진술을 토대로 돈 전달 상황을 재구성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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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쇼핑백을 또다른 쇼핑백으로 밀봉

2011년 6월, 윤씨는 아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국회로 갔다. 성 전 회장이 홍 지사에게 주라고 부탁한 쇼핑백을 들고서다. 코팅을 해 반질반질한 쇼핑백은 내용물이 보이지 않게 다른 쇼핑백으로 한겹 더 씌워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국회로 떠나기에 앞서 윤씨는 홍 지사의 측근으로 친분이 있던 강아무개씨에게 전화를 걸어 “언제 찾아가면 뵐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했다.(강씨는 5일 검찰에 소환돼 이 부분과 관련한 조사를 받았다.)

윤씨는 검찰 조사에서 “쇼핑백이 묵직해 돈이라고 직감은 했다. 하지만 내용물을 직접 보지는 못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자신은 단순 전달자일 뿐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윤씨의 아내는 차를 몰고 의원회관과 가까운 국회 남문으로 들어섰지만 차량통제기를 통과하지는 않고 윤씨를 그 앞에서 내려준 뒤 돌아갔다고 한다. 윤씨는 방문증을 끊고 의원회관에 들어섰다고 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윤씨가 의원회관 지하주차장에서 홍 지사를 만나 돈을 건넸다’ ‘제3의 장소에서 돈을 줬다’ 등 엇갈리는 보도가 나왔다. 당시 의원회관 출입기록은 보관기한인 3년이 지나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윤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이 ‘수사 방해 세력의 작품’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5일 “수사팀에서 나가는 말이 아닌데도 마치 사실처럼 보도되는 경우가 있다. 어떤 의도가 있다고 생각한다. 비협조를 넘어선 수사 방해 행위는 반드시 찾아서 엄단하겠다”고 했다.

홍 지사는 6일 출입기자들을 모은 뒤 “윤씨가 자금 전달 장소에 대해 오락가락 진술하고 있다”고 말했다. 엇갈리는 보도를 근거로 ‘윤씨의 진술은 믿을 것이 못 된다’는 주장을 편 것이다.

하지만 윤씨는 ‘의원회관에서 홍 지사에게 1억원이 든 쇼핑백을 건넸다’는 진술을 일관되게 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이 4차례 정식 소환조사를 포함해 모두 7차례나 윤씨를 조사한 것은 일부 자세한 내용에서 윤씨의 기억이 흐릿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 “쇼핑백 건네자 뭐냐고 묻지도 않아”

윤씨는 의원회관에서 쇼핑백을 건네받은 홍 지사가 아무 말 없이 “알았다”고만 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윤씨는 또 홍 지사가 곧바로 당시 경선 캠프 재정업무를 총괄하던 나아무개 보좌관(현 경남도청 서울본부장)을 불러 그 쇼핑백을 들고 나가게 했다고 진술했다. 윤씨는 수사팀 조사에서 당시 의원실 구조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경위를 진술했다고 한다.

윤씨는 ‘홍 지사가 이미 쇼핑백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성 전 회장이 윤씨에게 쇼핑백을 배달시키기 전 홍 지사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있는 엠호텔에서 만났고, 전달한 뒤에는 홍 지사에게 전화해 ‘한 장 잘 받으셨느냐’고 확인했다는 진술도 확보했다고 한다.

윤씨는 짐작만 하던 쇼핑백 속 물건이 돈이라는 것을 4년 가까이 지나서야 알게 됐다고 했다. 성 전 회장은 목숨을 끊기 이틀 전인 지난달 7일 측근들과 함께 암 투병 중인 윤씨의 병실을 찾았다.

그는 윤씨에게 “그때 1억원을 홍 지사에게 잘 전달했느냐”고 묻고 “그렇다”는 답을 받았다. 윤씨는 성 전 회장에게 “당시 홍 지사와 미리 얘기가 됐던 건가요”라고 물었고, 성 전 회장은 “당연하지”라고 답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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