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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백수오'에 답답한 농가

  • 김병철
  • 입력 2015.05.06 12:55
  • 수정 2015.05.06 12:56
ⓒYTN

“도대체 그 회사(내츄럴엔도텍)가 뭔데 이 난리에요?”

4일 찾은 충북 제천 백운면의 백수오 재배 농민들은 답답해했다. 직접 만나거나 통화한 농민 5명 가운데 내츄럴엔도텍의 이름을 제대로 말한 사람은 한 명밖에 없었다. 다들 그냥 “회사” 정도로 불렀다. 제천은 100여 농가가 116만㎡(35만평)에서 백수오를 재배한다. 백운면에선 60~70여 농가가 백수오 농사를 짓는다. 영농조합에서 농가 수확물을 거둬 지난해 식품제조사인 어느 회사에 팔았다는 것만 알뿐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농민들은 관심이 없었다.

“방송에서 백수오가 다 가짜인 양 떠들어대니 농민들은 어쩌란 거요?” 이름을 밝히기를 꺼린 한 농부는 싹을 틔운 백수오 모종에서 불량품을 고르며 언론에 불만을 쏟아냈다. 이 농부는 올해 처음으로 백수오 농사를 시작한 참이다. 양배추·브로콜리 등을 키우던 밭은 백수오 모종을 심기 위해 갈아놓고 검은 비닐을 씌운 채 일정한 간격마다 구멍을 뚫어놓았다. 그게 1322㎡(400평)이다. 이 구멍에 백수오 모종을 심으면 11월부터 수확을 할 수 있다. 아내와 밭에 백수오 모종을 심던 농부는 “값이 괜찮다고 해서 시작했는데 구경도 못한 가짜 때문에 이제 와 다른 걸 할 수도 없고 걱정”이라고 말했다.

충북 제천 백운면 원월리의 한 농가에서 밭에 백수오 모종을 심고 있다. 백수오는 봄철에 심어 추운 겨울이 오기 전 수확한다.

지난해 제천시는 새 소득 작목으로 백수오를 농가에 추천하고 교육에 나섰다. 이연식씨도 교육을 받고 지난해 처음으로 1만3223㎡(4000평)에 백수오를 심었다. 교육을 받을 때 그는 가짜 백수오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중국 백수오랑 국산 백수오가 구분이 어려워 우리가 심는 것에 섞여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는 들었어요. 하지만 그런 게 있다고 듣기만 했지 보진 못했죠. 우리가 가짜를 키웠는지 가져가 실험해보라고 해요.”

이씨는 올해 3305㎡(1000평)에만 백수오를 심었다. 백수오는 손을 많이 타는 작물이라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 이씨는 “백수오가 재배도 어렵다 보니 가짜 논란이 터지자 밭을 갈아엎은 이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부분 농가는 근심 속에서도 계획대로 백수오 농사를 시작했다. 백수오 시장에 대한 희망이 남아서다.

“백수오를 ㎏당 5000원에 매매를 했어요. 농가에선 그 정도면 수입이 괜찮아요. 업체들이 가짜를 섞어서 문제인 거지 백수오의 효능에 문제가 있다는 건 아니잖아요. 이제는 회사에 팔지 말고 지인들 위주로 직거래를 하려고요. 수입도 이게 나을 테니 아마도 저처럼 직거래 생각하는 이들이 많을걸요.”

제천시 백수오 재배 농민 40여명은 지난달 27일 한국소비자원을 찾았다. ‘가짜 논쟁’으로 재배농가가 피해를 입은 것에 대한 항의성 방문이었다. 농민들은 소비자의 불신으로 판로가 막힐까 두려워했다.

“밥 한술도 못 떠요.” 백운면 백수오 작목반장인 천성미씨는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농가 시름 깊다’고 언론에 백번 나가면 뭐해요. 우린 당장 재배한 농작물을 팔 곳이 필요한데…. 지난해 수확물은 죄다 ‘그 회사’에 납품했어요. 그 회사만한 큰 곳이 없어요.”

천씨는 올해도 백운면 농가의 백수오 수확물을 모아 내츄럴엔도텍에 판매할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는 백수오 식품제조사들이 영세해 판매처가 마땅치 않다고 걱정했다. 내츄럴엔도텍이 이참에 품질관리 등에 더 신경을 쓰겠다고 하고 위기를 잘 넘기길 바랐다. “가짜 백수오 논란에 소비자뿐만 아니라 우리도 피해자가 됐어요. 우린 떳떳하니까, 올해도 포기하지 않고 백수오 농사를 짓는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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