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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대학 캠퍼스는 '학칙' 계엄령

  • 원성윤
  • 입력 2015.05.06 07:57
  • 수정 2015.05.06 07:58
ⓒ한겨레

대학 캠퍼스의 위헌적인 학칙들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대학을 다니다 결혼하면 제적하고, 성적 안 좋으면 근신에 처하는 등 비상식적 학칙들이 범람하고 있다.

5일 경향신문이 전국 대학의 학칙과 기타 규정을 살펴본 결과 한 예로 한국체육대학의 학칙 49조는 ‘재학 중 결혼한 자’는 제적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대학생활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을 넘어 국민의 기본권 침해에 해당한다. 성신여대는 ‘학업성적 및 출석이 불량한 학생’에게 근신 처분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건국대와 경기대는 술을 마시고 학교에 오거나, 학교에서 술을 마시면 유기정학에 처한다고 규정했다. 가천대는 교내의 지정된 장소 이외에서 담배를 피우면 근신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단국대는 허가 없이 교내에서 ‘유숙’(노숙)할 경우 징계할 수 있도록 했다.

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가 지난해 4월부터 6월까지 전국 172개 4년제 일반 대학의 학칙을 조사한 결과 역시 이와 비슷하다.

복장이 불결해 타인에게 혐오감을 주면 징계를 받는다. 유학 갈 때 총장의 승인을 받지 않을 시 제적 처리된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까지 학교에 있으려면 학교 측 허가가 필요하다. 교내 행사의 3분의 2 이상 참여하지 않은 학생은 일체의 장학 혜택을 받을 수 없다. (한국대학신문, 2014년 3월30일)

이런 학칙들은 학생들의 '표현의 자유'를 막는 수단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경향신문이 서울 소재 47개 종합대학(예술대학 포함) 중 42개 대학의 학칙(2015년 기준)을 분석한 결과 학생이 간행물을 내거나 대자보를 붙일 때, 집회를 할 때, 학교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학칙에 명시한 학교가 36개 대학(85.7%)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중앙대가 구조조정을 비판한 대자보 수백장을 기습 철거해 학내 외 논란이 됐던 사건 역시 이 같은 학칙에 근거 해 집행한 것이다.

중앙대 대학 본부가 지난 4월3일 오후 흑석동 서울캠퍼스 곳곳에 게시된 구조조정 관련 대자보 수백여 장을 철거했다.

학생들의 징계 사유에 ‘학업과 관련없는 집단적 행동을 한 자’가 포함돼 있거나 학칙에 학생의 집단행동 자체를 금지하는 조항을 둔 학교도 31개 대학(73.8%)에 달했다.

학생 단체를 조직함에 있어 총장 혹은 지도교수의 승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명시한 곳은 16개 대학(38.1%)이었다. 일부 대학의 학칙은 ‘학생이 학교의 운영에 개입할 수 없다’, ‘학생은 일체의 정치적인 행위를 할 수 없다’는 강도높은 금지조항을 두고 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삼육대 학칙 50조는 학교운영에 대한 학생의 관여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 상명대는 ‘동맹휴학을 선도하거나 교내에 불순한 의도로 파벌을 조성한 자’ 등을 징계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서경대는 “학생 활동에 관한 제규정을 위반한 학생에 대해서는 학생 상벌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총장이 직접 징계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다.

덕성여대는 “학생은 학내외를 막론하고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기타 정치활동을 할 수 없다”며 유권자인 학생의 정당 가입이나 대외적 정치활동 자체를 원천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위헌적인 학칙들이 범람하지만 대부분의 대학에서 학칙 제·개정의 최종 권한은 총장이 쥐고 있어 총장이 꿈쩍하지 않고서는 학칙 개정이 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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