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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립고 미안해' 어린이날 눈물 마를날 없는 부모들

  • 박수진
  • 입력 2015.05.05 05:55
  • 수정 2015.05.05 05:56

아이들과 마냥 행복해야 할 5일 어린이날에 오히려 눈물과 한숨으로 보내는 부모들이 있다. 실종 아동 부모들은 사라진 아이가 사무치게 그리워서, 그리고 아이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도 없는 무기력감에 미안해서 가슴이 까맣게 타들어간다.

# 1.

1997년 4월 20일 집 앞에서 놀다가 사라진 김하늘(당시 4세)군의 어머니 정혜경(54·여)씨는 하늘이 동생들의 주민등록등본을 뗄 일이 있으면 눈물이 앞을 가린다. 2013년 말 하늘이를 주민등록에서 말소시켰기 때문이다. 군대에 가야 할 나이가 돼 말소시키지 않으면 병역기피자가 된다는 병무청의 말에 울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달라고 사정했지만 결국 하늘이를 등본에서 지울 수밖에 없었다. 정씨는 "등본에서조차 하늘이가 안 보이니 가슴이 미어지더라"며 "18년이 지났어도 변함없이 힘들기만 하고 하늘이 생각이 날 때면 밥도 제대로 못 먹는다"고 흐느꼈다.

정씨는 하늘이를 그리워하는 만큼 다른 아이들에게도 미안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늘이 여동생과 남동생이 고등학생, 중학생인데 아이들이 '왜 오빠(형)만 생각하고 우리 생각은 안 하느냐'며 원망합니다. 내 머릿속에 하늘이가 차있어 마음을 잡으려 해도 쉽지 않아요."

# 2.

윤봉원(53)씨는 9살 때 없어진 딸 지현이를 16년째 찾아다니고 있다. 지현이는 1999년 4월 14일 하교 후 학교 선생님의 차를 타고 아파트 앞에 내린 것을 끝으로 자취를 감췄다. 이후 휴직한 윤씨는 딸의 사진 등이 담긴 전단을 들고 아내와 진주, 마산, 완도 등 전국 방방곡곡의 보육시설을 뒤졌다. 술의 힘을 빌려야 잠들 수 있는 날이 늘어났고, 아내와 마찰로 별거까지 하게 됐다. 지현이의 남동생은 어느덧 장성해 군 복무까지 마쳤지만, 딸을 찾느라 이때까지 제대로 챙겨주지 못해 미안하다고 윤씨는 털어놨다.

매년 5월 5일 열리는 '실종아동 찾기 및 학교폭력·자살 예방캠페인'에 나갔지만, 올해는 몸이 아파 참가를 포기한 그는 5월이 가정의 달이라 더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윤씨는 "사실 다른 아이들 실종을 막으려는 것보다 내 아이를 찾으려고 계속해서 이 행사에 참석한다"며 "5일은 가족끼리 놀러 가야 하는 날인데 갈 수 없으니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

캠페인을 주최하는 '전국미아·실종 가족찾기 시민의 모임' 나주봉 회장은 "실종 아동은 어딘가 살아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에 가족들이 더 찾게 된다"며 "어린이날이 다가오거나 단란한 다른 가족의 모습을 보면 우리 아이 생각에 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를 잃은 고통을 이기지 못해 가정이 붕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 실종된 아이가 돌아와도 갈 곳이 없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아이들이 없어지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실종되더라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미아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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