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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를 프로답게 마시는 방법

옛 문헌들을 찾아보면, 막걸리의 맛은 감(甘),산(酸),신(辛),고(苦),삽(澁)의 오미가 잘 조화되어 있는 것이 좋은 맛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전통을 잘 반영하면서도 맛이 좋은 막걸리란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 것일까. 고전적 기준을 토대로, 막걸리를 잘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 이여영
  • 입력 2015.05.06 13:40
  • 수정 2016.05.06 14:12

막걸리집 주인이 밝히는 '막걸리 테이스팅 노하우'

옛 문헌들을 찾아보면, 막걸리의 맛은 감(甘),산(酸),신(辛),고(苦),삽(澁)의 오미가 잘 조화되어 있는 것이 좋은 맛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감미와 산미에 대해서는 현대적인 기준이 마련돼 있다. 신미 부분은 해석 의견이 분분한데, 고미와 신미는 제조 방법에 따라 평가의 의미가 없는 경우가 있다. 고미는 천연주에 어떤 것도 가미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나오는 맛이지만, 현대의 술들은 여러가지 맛을 인위적으로 더함에 따라 이 맛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지 않는다. 삽미의 경우, 자연스러운 텁텁함을 내는 성분이 밀가루에 있기 때문에, 이의 사용 여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진다. 요즘 나오는 막걸리들의 제조법을 살펴보면, 감미와 산미를 중시해 달콤 새콤한 맛을 내고자 하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전통을 잘 반영하면서도 맛이 좋은 막걸리란 어떻게 구별해야 하는 것일까. 고전적 기준을 토대로, 막걸리를 잘 감별할 수 있는 방법을 단계별로 소개한다. 이왕이면 컴퓨터 옆에 막걸리 한 잔을 준비해놓고 읽는 것도 좋겠다.

1. 감미

곡물을 이용해 양조를 하면 곡물의 성분 중 일부가 남아 자연스러운 단 맛을 내게 되는데 이는 곡물의 종류에 따라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설탕을 기준으로 한 감미도 판별법 상 3~4 정도이다. 그러나 현대인의 경우 혀가 단맛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 이 정도로 단맛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현대적인 기준은 7~8 사이가 적당하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 산미

산미는 곡물이 1차 발효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기는 구연산, 젖산 등과 같은 산성 물질이 내는 맛이다. 술이 잘 익으면 pH 5 정도의 농도를 가지고 신맛을 낸다. 이 신맛은 식초와 같은 류의 맛이 아니라 잘 익은 과일의 새콤한 맛과 같아야 한다.

3. 신미

막걸리가 맵다는 것은 진짜로 매운맛이 아니라 탄산의 톡 쏘는 맛을 매운 맛으로 표현 것이다. 과학적으로 검증을 해 본 결과 막걸리에 탄산이 적정량 포함되어 있는 것이 고유의 맛을 살리는데 좋은 것으로 입증됐다.

4. 고미

좋은 재료로 술을 빚으면 잘 발효되어도 당연히 쓴맛이 있다. 술이라는 것은 곡물의 단맛이 알코올로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막걸리의 경우 쓴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데 이는 쓴맛이 없어서가 아니라 단 성분을 인위적으로 집어 넣어 단맛이 강해지기 때문에 쓴맛이 약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자연 발효주의 경우 쓴맛은 곡물의 품질에 따라 달라지는데, 오래된 백미를 쓰면 강하고 역한 쓴맛이 나고, 품질 좋은 현미를 쓰면 쌉쌀한 맛이 나온다. 그리고 찹쌀이 많이 들어 갈 수록 쓴맛이 줄어든다. 입에 넣었을 때 쓴맛에 역한 맛이 섞이면 잘 못된 것이라고 보면 된다.

5. 삽미

삽미는 걸쭉한 맛이다. 비유해 보자면 밀가루 국수를 끓인 물과 쌀 국수를 끓인 물에서의 점도 차이와 이를 마실 때 넘김의 차이에서 느낄 수 있는 맛의 차이에서 밀가루 국수 국물의 특성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같은 맥락에서 밀가루가 있는 경우와 없는 경우에 삽미의 판단 기준이 다를 수밖에 없다.

6. 탁도

막걸리는 탁한 술이다. 그렇기에 탁도 역시 판단의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막걸리의 탁도를 결정하는 두가지 요소는 농도와 원재료의 성질이다. 즉 농도가 높을수록 탁하고, 쌀이냐, 밀가루냐, 현미냐 등의 원재료의 성질에 따라 탁도가 달라진다. 일반적인 탁도의 판단 기준은 가시 1cm 이다.

7. 향

최근들어 일반인들은 접하기 힘든 상황이 됐지만, 정말 잘익은 막걸리에는 특유의 향이 있다. 잘 익은 쌀 술은 사과향이 나고, 밀가루가 많이 들어간 술은 복숭아향이 난다. 그러나 이러한 향은 술이 완숙되면 순간적으로 나는 향이라 이를 유지하기가 매우 힘들다. 현재는 이를 유지하면서 포장할 수 있는 기술로 호프식 막걸리 장치인 막걸리 디스펜서가 국내에 개발돼 있는 상태다. 일반적인 포장 과정을 통해 출시되는 막걸리는 이러한 향이 나기 전 단계에서 포장이 이루어지는데, 이런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주향 정도만이 드러나고, 약한 과일향과 곡물향이 섞여 있는 정도가 최상이라고 볼 수 있다.

8 총미

이상의 여러 가지 맛이 섞여 막걸리의 맛이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각각의 맛이 섞여 우러나는 맛이 막걸리의 고유한 맛이라 할 수 있다. 이를 다섯 단계로 나눠보자면,

(1) 빚깔은 산뜻함을 유지하되 재료의 특성을 반영한 색으로 백미의 경우에는 백색, 현미의 경우에는 노르스름한 색, 밀가루가 섞여 있는 경우에는 노르스름한 색에서 노란 정도가 조금 강한 색등으로 표현할 수 있다. 고 문헌을 통해보면 우리 전통적인 막걸리의 색은 노르스름한 정도라고 할 수 있다.

(2) 입에 물었을 때의 맛은 감미의 달콤함이 산미를 눌러 달콤새콤한 맛이 느껴지는 정도가 좋다.

(3) 목넘김에서는 액체의 질감은 명확하게 느껴지지만 넘기고자 할 때는 걸림이 없이 술술 넘어가며 상쾌함을 느끼게 해 주는 정도가 적절하다.

(4) 향은 깔끔한 주향에 약하게 재료의 특성에 따라 나오는 곡물향과 과일향이 나면 우수한 정도다.

(5) 마시고 난 후 감칠맛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밀가루가 섞인 경우는 잔미로 인한 당김이 남아야 한다. 쌀 술인 경우에는 깔끔한 시원함이 남아야 한다.

이 기준을 숙지하면 막걸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진정으로 막걸리를 이해하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막걸리를 맛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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