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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민의 사과를 통해 배우는 올바른 사과법

벌써 세 번째 사과지만 아직도 비난이 거세다. 사과 이후에도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는 그의 사과가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사과문만 놓고 보자면 장동민은 지금 이 상황을 후회하고 있다. 서둘러 정리하고 싶음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이 없다. 그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대신 '왜 그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 변명했다. 우리는 누구나 잘못을 하고 산다. 그리고 잘못에는 반드시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제대로 된 사과는 그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등의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장동민의 사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된 사과방법을 숙지하자.

  • 백승호
  • 입력 2015.05.05 08:02
  • 수정 2016.05.05 14:12
ⓒ연합뉴스

벌써 세 번째 사과지만 아직도 비난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그 정도로 잘못했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올바르게 봐야 한다. 사과 이후에도 비난이 일고 있는 이유는 그의 사과가 엉터리였기 때문이다.

사과문만 놓고 보자면 장동민은 지금 이 상황을 후회하고 있다. 서둘러 정리하고 싶음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 이상이 없다. 그는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이야기하는 대신 '왜 그 잘못을 했는지'에 대해 변명했다. 죄송하다는 말에는 여러 가지 수식어가 붙었지만 그 표현들이 민망할 만큼 내용은 부실했다.

우리는 누구나 잘못을 하고 산다. 그리고 잘못에는 반드시 사과가 뒤따라야 한다. 제대로 된 사과는 그 상황을 수습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반등의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장동민의 사과를 반면교사로 삼아 제대로 된 사과방법을 숙지하자.

사과문에 반드시 들어가야 할 것들 / 들어가지 말아야 할 것들

Yes나는 무슨 잘못을 저질렀다.

NO드릴 말씀이 없다.

자신의 '어떤' 행위가 잘못되었는지 고백하는 것이 사과의 맨 처음이다. 장동민과 같이 잘못된 행위를 적시하지 않고 무작정 '죄송하다'만 늘어놓는다면 이는 사과가 아니라 비난과 질책을 피하기 위한 상황수습일 가능성이 크다. 아무리 염치가 없어도 고백해야 한다. 드릴 말씀이 없다며 진짜 해야 할 말을 안 한다면 상대방은 당신이 '무엇에 대해' 사과를 하는지 오해할 수도 있다.

Yes나는 누구에게 잘못했다.

NO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

잘못은 승무원과 승객에게 하고 용서는 국민에게 구했던 대한항공의 사과

1:1의 관계는 대상이 분명하겠지만 정치인이나 연예인 등 대중과 호흡을 하는 사람들은 말의 방향이 일방적이다. 때문에 이번 장동민 사태처럼 잘못은 여성과 사고 생존자에게 저지르고 용서는 국민에게 구하는 촌극이 벌어질 수 있다. 사과의 대상을 분명히 해야 한다. 아니면 장동민처럼 피해 당사자가 아니라 방송 관계자 및 시청자에게 하는 사과로 비춰질 수 있다.

Yes나는 내 행동에 어떤 점이 잘못됐는지 분명히 인지했다.

NO본의 아니게 그랬다. 상처 받으셨다면 죄송하다.

사과의 핵심은 '문제를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다. 그게 없다면 사람들의 비난이 무서워 '억지로' 하는 사과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억지로 하는 사과는 대체로 '본의 아니게 그랬다' '상처받으신 분들께 미안하다'라는 수식어를 단다. 자기는 잘못이 없지만 민감한 사람들 때문에 나는 어쩔 수 없이 '사과쇼'를 한다는 이야기다. 이 해프닝의 책임을 피해자에게 전가하는 것 만큼 나쁜 행동도 없다.

Yes나는 이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행동할 것이다.

NO다소 억울한 부분이 있으니 이해해달라.

'업계의 관행' 이라는 말로 분노를 산 '불스원'의 사과

변명과 해명은 다르다. 사과에 해명이 필요할 경우는 간혹 있다. 사실과 다른 이야기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 할 때 그렇다. 하지만 변명은 대체로 사과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변명의 과정은 대체로 자기 잘못을 정당화시키는 과정이다. '억울하다'의 속내는 '상황이 이런데 그것도 이해해주지 못하냐'는 원망인 경우가 대다수다. 억울하다고 말하기 전에 그 억울함이 정당한지부터 깊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

Yes나는 이 잘못에 대해 어떠한 책임을 질 것이다.

NO앞으로는 잘 하겠다.

"그 사람은 이미 용서를 받았대요. 근데 내가 어떻게 다시 그사람을 용서하냐고요." (영화 밀양 中)

사과 당사자, 피해자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것이 사과의 마무리다. 잘못을 하고 사과를 한다는 의미는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의미다. 피해자는 아무런 용서도 하지 못했는데 스스로 용서하고 '앞으로는 잘 해보겠다'라고 말하는 것은 진정한 사과가 아니다. 사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피해자의 선택이지 의무가 아니다.

* 이 글은 직썰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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