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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 학대는 무참했다 : 7년간 학대로 숨진 어린이 263명

  • 허완
  • 입력 2015.05.04 14:25
  • 수정 2015.05.04 14:29

[탐사기획]부끄러운 기록 ‘아동 학대’ ① 희생

별이 된 아이들 263명, 그 이름을 부른다

이름하여 은율, 지후, 하랑, 나현, 채우, 승리, 건국, 그리고 사랑…. 모르긴 몰라도 부모는 온 우주의 섭리를 아이의 이름에 담았다. 그리고 어떤 아이는 이름 준 자에 의해서도 지워졌다. 스무살도 아니되어 사라진 ‘우주’를 <한겨레>는 낱낱이 복원했다. 2008~2014년 학대로 숨진 263명이다. 한해 37명, 이 추세면 올해 또 한 척의 세월호가 가라앉는다. 지난해 5월 <한겨레>는 사고사로 잃은 아이들을 추적해 보도했다. 과소치인데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사실상 1위였다. 세월호가 그 일부고, 아동학대가 그 일부다. 그해 10월부터 아동학대 사망 자료를 모으고, 흔적 없는 아이, 남은 형제자매, 가해자까지 만났다. 찬란한 5월의 볕으로도 아이를 때리면 학대다.

한 해 평균 37명에 이르는 아이들이 맞거나 버려지거나 성적 학대를 받다 죽어가고 있다.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학대로 숨진 아이들은 263명에 이른다.

<한겨레>가 지난해 10월부터 국회, 보건복지부(복지부),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중앙아보전), 법원, 법무부 등으로부터 입수한 아동학대 사례 개요, 판결문, 공소장, 사건기록, 기존 보도 등을 분석한 결과다. 수를 다시 셌고 심층분석했다. 학대받다 숨진 아이들의 이름을 새롭게 모두 새기려는 최초의 시도다.

3일 <한겨레>가 기록한 263명의 학대 사망 아동에는 복지부와 중앙아보전의 아동학대 범주에 포함되는 112명 외에 이름도 갖지 못한 신생아(영아) 살해 59명, 동반이라는 이름으로 왜곡된 ‘살해 후 자살’ 92명(추정)이 더해졌다. 연구자들의 의견을 반영한 시도다.

국가의 기록은 부실했다. 2008~2014년 복지부와 중앙아보전이 인지한 사망 아동은 84명이다. 이는 학대와 사망의 인과성이 없는 10명이 포함된 수치다. <한겨레>는 이 수치를 빼고서 112명을 집계했다. 정부 쪽 수치엔 법원, 검찰, 경찰, 행정자치부 등의 신생아 살해나, 살해 후 자살 기록은 거의 포함조차 되지 않았다. 아동학대 사망 현황은 축소 기록되고 있다. 제대로 된 기록이 없으니, 온전한 대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한겨레>는 기존 아동학대 범주 안에서 파악된 112명의 죽음을 심층분석했다. 열 중 넷(43명, 38.7%)은 돌을 넘기지 못했다. 열에 일곱(76명, 68.5%)은 여섯살이 되기 전 세상을 떴다.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아이가 8명이다. 아이들 상당수의 삶은 살아있는 내내 고통이었다. 학대가 단박에 끝나는 경우는 드물었다. 학대 지속 여부가 확인된 78명 가운데 73명(93.6%)이 지속적으로 학대를 당했다. 1년 이상 학대를 받은 경우도 9명이었다. 두 돌이 지나지 않은 아이 가운데 3개월 이상 학대받다 숨진 아이가 6명이었다.

아이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이유는 복잡하지 않았다. ‘잠을 자지 않아서’, ‘똥오줌을 가리지 못해서’, ‘울어서’ 등 생리적인 이유로 학대한 경우가 24.1%였다. ‘말을 잘 안 들어서’, ‘욕설을 해서’, ‘거짓말을 해서’, ‘고집을 부려서’ 등 훈육을 명분으로 한 학대도 21.8%였다. 심지어 글씨를 못 쓰고 질문에 답하지 않아서, 학교에 지각해서 등이 죽음으로 귀결된 학대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뚜렷한 이유가 없다’도 14.9%였다. 어처구니없게도, ‘사랑해서’도 있었다.

이유답지 않은 이유를 동반한 학대는 무참했다. 태어난 지 두달이 되지 않는 신이를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종이상자에 넣고, 다섯살 신비에게 바지에 똥을 쌌다며 한여름 베란다에 벌을 세우고 발길질을 했다. 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두살짜리 하랑이를 손날로 내리치더니 100ℓ 쓰레기봉투에 담아 버렸다.

주된 학대를 기준으로 열 가운데 여섯은 신체학대(64.7%), 셋은 방임(의료적 방임 포함·31.4%)으로 죽음에 이르렀다. 몽둥이를 휘두르고, 목을 조르고, 물에 처박고, 집어던지고, 밟고, 때리고, 굶겼다. 도구도 다양했다. 쇠몽둥이, 쇠파이프, 연탄, 골프채, 소금, 청테이프를 감은 막대, 방수천, 알루미늄 자….

가해자가 확인된 107명을 기준으로 친모가 저지른 사건은 39건(36.4%), 친부는 32건(29.9%), 친부 또는 친모가 공범인 경우는 9건(8.4%)이었다. 교육기관 관계자, 아는 이웃 등에 희생된 수는 9명(8.4%)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혈연관계가 있는 사람한테 희생됐다.

가해자의 연령대는 열 중 일곱(78%)이 20~30대다. 직업이 파악된 101건 가운데 무직이 27명(26.7%), 일용직이 12명(11.9%)이었다. 미루어 보건대 경제적 곤궁 또한 아이의 죽음과 뗄 수 없는 이유로 보였다. 경제적 곤란함이 확인된 사례만도 35건에 이르렀다.

2008-2014년 학대 아동 사망자 명단 (※ 빨간 글씨는 아이의 마지막 말)

※ 2008~2014년 아동학대 사망자는 크게 세 갈래로 발굴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의 사례 개요, 법원과 법무부에서 제공한 판결문 및 공소장, 신문기사가 큰 축이다. 사례 개요 확보엔 김용익·남인순 의원실의 도움이 컸다. 새 발굴 사례 중 상당수는 대법원 도서관을 이용한 사건 검색에서 찾았다. 보도 사례는 <아동학대 사망사건에 대한 신문기사 분석>(정익중·김지혜 외, 2013)을 참고했다. 중앙아동보호전문기관 사례 중 학대와 사망 간 인과성이 없는 경우엔 뺐다. <한겨레>가 새롭게 아동학대 범주에 포함시킨 신생아(영아) 살해와 동반자살로 불리는 ‘살해 후 자살’은 예외적인 2~3건 외엔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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