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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와 강용석의 대응

물론 홍 지사나 강 변호사나 사실무근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오지랖 넓게 한 걸음 더 나아가 판사의 입장에 서서 증거가 있네, 없네 설명까지 한 것이다. 언론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필요하게 나서서 증거가 있네 없네 하는 것은 불안해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홍 지사와 강 변호사의 말은 결국 "내가 보기에 나는 무죄예요."라고 말하는 것으로서 제3자의 일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비교적 언론을 대하는 것이 능수능란하다고 알려졌던 두 사람이 이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못 흥미가 생기게 한다.

  • 금태섭
  • 입력 2015.05.04 10:12
  • 수정 2016.05.04 14:12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4월 30일 오전 경남도청 집무실로 향하며 '성완종 리스트'에 관해 기자들에게 말하고 있다.

홍준표 지사가 성완종 메모와 관련하여 기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냈다고 한다.

"성 전 회장은 자살 직전 앙심에 찬 흥분 상태에서 메모를 작성하고 경향신문과 인터뷰한 것으로 보인다"며 "인터뷰 내용의 전문을 보면 허위·과장과 격한 감정이 개입돼 있기 때문에 특신 상태(특별히 신빙할 수 있는 상태)라고 볼 수 없다"라고 했고, 또한 " 이것(메모와 녹취록)은 수사 개시의 단서에 불과하지 사건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고 한다. (관련기사 참조)

이 기사를 보면서 좀 웃긴다는 생각이 든 것은, 성완종 회장이 남긴 메모나 리스트에 증거능력이 있느냐 혹은 없느냐 하는 것은 홍준표 지사가 이래라 저래라 할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건 홍 지사 사건을 수사하는 검사나, 혹은 기소가 될 경우 재판을 하는 판사가 판단할 문제다. 설혹 홍준표 지사 생각에는 증거능력이 없는 것 같더라도 판사가 보기에 증거능력이 있다면 증거로 쓸 것이고, 반대로 홍 지사가 보기에는 증거능력이 있다고 해도 판사가 증거능력이 없다고 하면 어련히 증거로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수사를 받는 피의자의 처지에 있는 홍준표 지사가 왈가왈부할 문제가 아니다.(물론 검사나 판사에게 의견을 얘기할 수는 있겠지만, 기자들에게 얘기할 위치는 아니다. 기자들이 홍준표 지사에게 질문을 던지는 것은 사건의 당사자이기 때문이지 법률 문제의 전문가에게 의견을 묻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이 홍준표 지사에게 묻는 것은, 성완종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나 메모에 나온 것처럼 실제 돈을 받았는지 여부일 뿐이다. 만약 안 받았다면, "전혀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답하면 그만이다. 성 회장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왈가왈부할 이유도 없고, 그럴 위치에 있는 것도 아니다.

비슷한 모습을 얼마 전 불륜으로 인한 손해배상소송을 당했던 강용석 변호사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다.

강용석 변호사는 한 남성으로부터 "강 씨가 아내와 부정 행위를 해 가정을 파탄내놓고는, 이 같은 사실이 정보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방송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가볍게 치부해 정신적 고통을 입었다"는 이유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 기자들로부터 질문을 받자 강 변호사는 "해당 고소장을 봤는데 증거가 지난해 한 차례 불거졌던 찌라시 내용 뿐 그 어떠한 증거도 없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관련기사 참조)

이것도 좀 웃긴 게 기자들이 강용석 변호사에게 던진 질문은 불륜 관계가 있었다는 것이 사실인지 묻는 것인데 엉뚱하게 '상대방도 증거가 없다'는 내용의 답을 했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소송을 취하하기는 했지만, 만약 그대로 진행이 되었다면, 증거가 있는지 없는지 판단하는 것은 담당 재판부의 일이다. 강 변호사의 입장과 위치에서는 그런 일이 없다고 답변하면 그만인 것이다.

물론 홍 지사나 강 변호사나 사실무근이라는 말을 하기는 했다.

그런데 거기서 그친 것이 아니라 오지랖 넓게 한 걸음 더 나아가 판사의 입장에 서서 증거가 있네, 없네 설명까지 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대응했다고 해서 홍 지사가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거나 혹은 강 변호사가 불륜 관계를 가진 것이 사실이라고 추론할 수는 없다. 논리적으로 연결도 안 되고, 당사자가 법률적 문제에 대해서 나름의 의견을 얘기했다고 해서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한다고 할 근거는 전혀 없다.

그러나 언론대응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불필요하게 나서서 증거가 있네 없네 하는 것은 불안해하는 것으로 비칠 수밖에 없다. 홍 지사와 강 변호사의 말은 결국 "내가 보기에 나는 무죄예요."라고 말하는 것으로서 제3자의 일에나 할 수 있는 말이다.

더욱이 홍 지사는 평소 자신에게 불리한 사실을 묻는 질문 등에 대해서 '버럭'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으로 유명했고, 강 변호사는 '강용석의 고소한 19'라는 제목의 프로그램에 출연할 정도로 고소를 불사하는 것으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일반적으로 예상해본다면,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다고 의혹이 제기되거나 혹은 하지도 않은 불륜을 했다고 손해배상 소송을 당하면 '버럭'하거나 소송을 제기한 사람을 고소하는 것이 평소의 모습과 어울린다.

그런데 두 사람 다 약속이나 한 듯이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고 증거능력이나 증거가 있느니 없느니 하고 '평가'를 하고 있으니 의심을 사는 것이다.

비교적 언론을 대하는 것이 능수능란하다고 알려졌던 두 사람이 이런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자못 흥미가 생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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