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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학부모 직업 파악하라" 지시

  • 김병철
  • 입력 2015.05.03 13:10
  • 수정 2015.05.03 13:11
ⓒ영화 친구

한국외국어대학교가 재학생과 휴학생들의 학부모 직업을 조사해 제출하라고 각 학과에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 부유층이나 권력층 직업군을 기준으로 재학·휴학생 학부모의 직업을 분류하고 학교 발전기금을 확보하려는 목적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돼 파문이 예상된다.

1일 <한겨레>가 입수한 한국외대의 ‘학과별 주요 학부모 파악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의 내부 문건을 보면, “발전협력팀에서는 주요 학부모 네트워킹을 통해 우리대학의 비전과 발전상을 알린다”라며 “대학 발전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자 학과별 주요 학부모를 파악하고자 하오니 협조해 주시기 바란다”고 적혀있다.

문건을 보면, 주요 학부모의 직업을 파악하는 목적은 △학부모 네트워킹을 통해 우리대학의 비전과 발전 공유 △학교발전에 대한 학부모 의견 청취 △발전 기금 모금 등이라고 밝혔다.

이어 △학교 소식지 발송 △학부모 간담회 초청 △지속적인 관심과 협조를 유도하겠다 등의 향후 계획도 밝혔다.

재학생과 휴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직업 분류 기준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직업군 분류를 보면 △2급 이사관 이상의 고위공무원(중앙부처 국장, 기초자치단체장, 지방경찰청장, 국군 준장(1성 장군), 부시장, 구청장, 외교관 등 이상) △국회의원 △종합병원 과장 이상의 의사(개인병원 경영 포함) △판사·검사·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 △임원(상무)이상의 대기업 금융권 종사자 △대표 이상의 일반 기업인과 그 밖에 학과장의 판단으로 학교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학부모 등으로 적혀 있다.

회신 양식에는 학생의 성명과 학번·학년을 비롯해 학부모 성명(부/모) 등을 분류해 자세히 기록하게 했다. 만약 해당 학부모가 없는 경우 “OO학과 해당 학부모 없음”으로 회신하라고 밝히고 있다. 회신 기간은 오는 6일 목요일까지다.

<한겨레> 취재 결과, 이 문건은 지난달 29일 이 대학 대외부총장실 산하의 발전협력팀에서 각 학과와 학부 사무실에 일괄적으로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발전협력팀은 학교 발전 기금 모금, 동문 관리, 대내외 협력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한국외대 총학생회는 이에 대해 “1일 현재까지 공문접수가 확인된 단위는 △동양어대학 태국어과 △몽골어과 △인도어과 △서양어대학 스칸디나비아어과 △프랑스어과 △이탈리아어과 △일본어대학 학장실”이라고 밝혔다.

총학생회는 이어 “이러한 학부모 직업 조사가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과 분열을 조장하고 학내 분위기를 해칠 수 있다”며 “발전협력팀의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해당 공문 철회 요청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1일 오후 외대 총학생회 페이스북을 통해 알려지자, 이 대학 학생들은 한 목소리로 대학 당국을 비판했다.

학생들은 “학생들을 상대 평가로 줄세우는 것도 모자라 학부모 직업군도 상대 평가를 한다”, “한 마디로 돈 있고, 권력 있는 부모님들은 학교발전기금을 낼 가능성이 있으니 ‘의견’도 따로 들어주고 간담회도 하겠다는 것”, “야성을 잃고 야수로 변해가는 대학” 등의 의견을 올렸다.

한국외대 발전협력팀의 한 관계자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학교 소식을 궁금해하는 학부모님들한테 소식을 전하고 학부모님들 간의 네트워킹을 추진해보려는 의도였다”면서 “의도가 와전돼 오해의 소지를 만든 부분이 있는 것 같아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할 경우 학부모들한테 부담을 줄 수 있어서 오피니언 리더급으로 먼저 추진하려고 했었다”고 설명했다.

파문이 일자 한국외대 발전협력팀은 1일 오후 3시께 “학교 발전을 위한 의견수렴 절차로 취해진 선의의 조치였으나 구성원 간 오해의 소지가 있어 관련된 제안을 전면 취소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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