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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아이들 | 시리아 난민으로 5년을 살고 있는 아이들, 정규교육은 먼 얘기

자타리 난민캠프에 있는 150명의 아이들은 대한민국 작은 비정부기구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네 번 태권도 기술을 연마할 수 있게 됐다. 태권도 교실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래가 다시 시작되는 날까지 긴 기다림을 견딜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 태권도를 배우는 것만으로 고립된 사막지역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빈곤, 트라우마, 겨울나기 등 커다란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아이들이 이전과 다르게 활력을 느끼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5월 5일 어린이날과 연결되는 황금연휴, 올해 새로 도입된 '관광주간'으로 단기방학을 실시함에 따라 집마다 가족여행 계획에 아이들은 들떠 있다. 하지만 우리의 관심을 받지 못한 세계 곳곳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방치한 또는 방조한 인권침해 상황속에서 희망을 품기조차 벅차다. 아이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를 잃어버린 아이들을 둘러보았다. 그 첫번째는 요르단 난민캠프에서 자신이 살아온 날의 반 이상을 지내고 있는 시리아 아이들이다.

ⓒAmnesty International

요르단 사막지역은 겨울에도 따뜻한 햇볕이 내리쬔다. 철판으로 지붕을 덮은 넓은 구조물 안, 콘트리트 바닥 위에 맨발의 아이들이 줄지어 서있다. 볼 살이 통통한 다섯 살의 아이부터 제법 덩치가 있는 10대 청소년들까지 연령대는 다양하다.

아이들은 모두 티 없는 흰색 도복을 입고 있지만, 허리에는 제각기 다른 색 띠를 둘렀다. 태권도 수업이 시작되자, 순간 아이들의 얼굴에 진지함이 흐른다. 성인 가슴높이의 타격 매트에 신경을 집중, 힘찬 발차기 연습에 여념이 없다.

자타리(Zaatari) 외곽에 있는 작은 마을에는 요르단 정부와 유엔난민기구(UNHCR)가 운영하는 시리아 난민들을 위한 캠프가 위치해 있다. 2012년 7월 문을 연 이 곳은 현재 8만명이 넘는 난민들이 머물고 있으며, 이 중 반 이상은 어린아이들이다.

이들에게 평범한 일상이란 아련한 추억과 같이 멀리 있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진 전부를 잃었다. 무엇보다 그들이 사랑하는 사람, 가족을 잃은 아픔이 가장 크다. 잔혹한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이래 19만명의 사람들이 희생됐다.

2015년 3월로 시리아 내전이 시작된 지 5년째를 맞이했다. 이집트, 이라크, 요르단, 레바논 그리고 터키에서 머물고 있는 380만명에 이르는 시리아 난민들이 언제 고국으로 돌아가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자타리 난민캠프에 있는 150명의 아이들은 대한민국 작은 비정부기구의 도움으로 일주일에 네 번 태권도 기술을 연마할 수 있게 됐다. 태권도 교실은 아이들에게 희망을 줄 뿐만 아니라 새로운 미래가 다시 시작되는 날까지 긴 기다림을 견딜 수 있는 도구가 되고 있다. 태권도를 배우는 것만으로 고립된 사막지역에서 겪을 수밖에 없는 빈곤, 트라우마, 겨울나기 등 커다란 문제들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아이들이 이전과 다르게 활력을 느끼는 등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만은 분명하다.

시리아의 국경도시 다라(Daraa)에서 피난 온 마흐무드는 이곳에 있는 7명의 선생님 중 한 명이다. 그는 "이 곳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들의 교육과 예의범절 익히기, 친구 사귀기이다. 몇몇 아이들은 학교에 오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일부러 그 아이들을 학교로 데려와 친구들과 어울리게 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곳은 요르단 정부에서 운영하는 일반학교가 아닌 난민캠프에서 임시로 꾸린 학교이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체계적인 교육과 안정감을 제공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또한, 난민캠프에서 거주하는 아이들에게 일반학교 진학은 제한되고 있다.

ⓒAmnesty International

끝이 보이지 않는 내전에 대한 절망과 집을 잃은 근심 속에서 시리아 난민들은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하지만 희미할지라도 희망을 빛은 여전히 존재한다. 유엔난민기구로부터 난민으로 인정받아 제 3국에서 영구 정착할 수 있다는 희망이다. 고문 피해자들과 심각한 질병을 앓고 있는 환자, 학대의 위험에 처한 여성과 아이들과 같이 취약한 환경에 놓인 난민들에게 '재정착'은 삶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기회이다.

하지만 이 과정은 고통스러우리만큼 느리게 진행된다. 2014년 8월까지 단 7,000명의 시리아 난민만이 제3국에 재정착했다.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그들에게 단 한 번의 문도 열어주지 않았다. 국제앰네스티는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다고 생각하는 국가들이 시리아 난민들을 위해 좀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를 위해 각 정부에서 타리크와 그의 가족과 같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문을 열도록 하는 #OpenToSyria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재정착만으로 시리아 난민 위기상황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자타리 태권도 교실에서 보듯이 역대 최악의 인권위기 상황을 맞은 지금, 가장 취약한 환경에 놓인 그들에게 좀 더 나은 미래에 대한 기대는 삶의 버팀목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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