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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경험한 서울 | 강남 스타일과 강북 스타일

한국 학생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교육 경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강남이 바로 그 중심지이다. 학생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대치동 인근의 학원에서 입시공부를 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 강남과 강북을 잇는 많은 한강의 다리들은 사람들이 뛰어내려 자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적지 않는 수의 절망한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있다. 서울은 청소년 자살율이 세계 1위이다. 실제로 강남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강남을 활보하는 관광객들에게 더 매력적인 곳일 것이다.

ⓒ한겨레

* 이 글은 내가 경험한 서울 | <1> 방문객에서 거주자로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아주 단순하게 말한다면 서울은 서로 경쟁하는 두 가지 전통으로 나눠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서로 대립하기보다는 경쟁하는 이들은 서울 전역에 복합 문화 공간을 만들어 내고 있다.

가족이 같이 운영하는 상점이나 좁은 골목을 따라 이웃들이 모여 사는 서울의 북쪽은 옛 서울의 "강북 스타일"이다. 그러나 강북이란 단어에는 단순히 '옛 서울' 그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강북 스타일에는 기존 학교 시스템을 거부하는 대안 학교, 사회적 기업, 노동자, 예술가 그리고 작가들의 콜라보레이션, 넒은 의미의 독립 예술과 음악 등 실험적이고 창조적인 노력의 의미가 담겨 있다.

강북이란 말의 문자적 의미는 서울을 크게 두 지역으로 나누고 있는 "한강의 북쪽"이란 뜻이다. 강북은 1980년대 강북의 인구를 분산하기 위해 논과 과수원이었던 한강의 남쪽을 개발하기 이전까지는 서울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물론 "구시가지"라고 해서 전부 오래된 것은 아니다. 도시의 중심은 오래되었지만 궁궐을 포함하여 많은 건물들이 1592년부터 7년간 계속된 임진왜란 때 불타 없어졌다. 임진왜란 이후에 지어진 많은 건물들은 1920년 대에서 1930년대 일제 강점기를 거치며 다시 재개발되었고 이후 1950년에서 1953년까지의 한국 전쟁 동안 전쟁 첫 해에만 서울을 뺏기고 빼앗는 과정이 4번이나 되풀이되면서 도시의 거의 대부분이 파괴되었다. 지금의 서울은 1970년대와 1980년대 진행된 재개발 계획의 결과이다.

이상하게도, 예술가와 시인들을 매료시키는 서울의 오래된 지역에는 1960년대와 1970년대 지어진 집들이 많다. 겉으로는 새것처럼 보이지만 서울은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도시이다.

강남은 서울의 또 다른 반인 한강 남쪽 지역을 말한다. 급격히 발전한 이 지역은 1980년대와 1990년대 아무것도 없던 지역에 대규모 부동산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한국에 미국식 고속도로, 아파트 단지, 그리고 페스트푸드 상점이 소개되었고 새로운 경제적 부를 향한 노력을 보여주는 곳이 되었다. "강남 스타일"이란 말은 가수 싸이의 동명 히트곡으로 유명해졌다. 강남은 수입 자동차 쇼룸, 비싼 레스토랑, 카페, 그리고 비싼 옷과 신발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호화로운 로데오 거리가 있는 지역이다. 강남 스타일은 끝없는 소비와 꿈의 추구를 통해 만들어진다. 세련된 공간 안에서 돈이 지위가 되는 곳이다.

강남 스타일은 강남 스타일에 눈살을 찌푸리던 사람들에게도 엄청난 유혹이 되고 있다. 이는 1960년대에서 1980년대까지 급속한 성장기에 한국을 지배해온 자기 희생과 부지런함을 강조한 사회풍조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란의 표현이기도 하다. 새로운 문화를 창조한 강남은 1980년대와 1990년대 밀폐된 한국 전통 문화로부터의 탈출구였고 돈이 있다면 아메리칸 드림을 실현할 수 있다는 꿈을 꿀 수 있는 곳이었다. 또한 고깃집과 학원(한국 스타일의 입시 전문학교)을 오가는 새로운 지식층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는 곳이었으며 고급 자동차와 다양한 카페도 한강 남쪽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강남은 두바이나, 로스앤젤레스 카운티(많은 강남 개발자들이 좋아하는 지역)와 비슷한 점이 많다.

강남은 기회의 땅이며 기대 이상의 성공을 이룰 수 있는 곳으로 콘크리트 빌딩에서 스며 나오는 거부할 수 없는 활력이 주는 설렘을 확실히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편으로 강남은 유행에 따라 끊임없이 개업과 폐업이 반복되는 고급 레스토랑과 이국적인 식물과 대리석으로 장식된 카페가 있는 역사가 없는 공간이기도 하다.

    

싸이의 거리낌 없고 즉흥적인 삶에 대한 묘사는 강남 일대에 산재해 있는 성형외과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다. 이러한 강남 스타일적 삶에 대한 묘사는 일반인들을 매료시킨다. 특히 새로운 외모를 찾아 압구정동을 찾는 많은 여성들은 일반 시민들의 비난적인 시선을 피할 수 없다. 그렇다고 외관과 외모 지상주의가 강남의 전부인 것은 아니다.

한국 학생들이 겪고 있는 극심한 교육 경쟁이 어떤 것인지 알고 싶다면 강남이 바로 그 중심지이다. 학생들은 하루의 대부분을 대치동 인근의 학원에서 입시공부를 하도록 강요 받고 있다. 아이들은 공부에 대한 끊임없는 요구와 학교의 경쟁 문화로 인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이 불가능한 환경 속에서 실제로 혼자 성장하고 있다. 강남과 강북을 잇는 많은 한강의 다리들은 사람들이 뛰어내려 자살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또한 적지 않는 수의 절망한 아이들이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서 뛰어내려 자살하고 있다. 서울은 청소년 자살율이 세계 1위이다. 실제로 강남은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강남을 활보하는 관광객들에게 더 매력적인 곳일 것이다.

강북 스타일과 강남 스타일은 더 이상 단순히 지정학적 위치만을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강북에도 컴퓨터 마더 보드의 집적 회로 판과 같은 아파트 단지와, 카페 체인점 그리고 고급 옷 가게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와 유사하게 강남의 한 구석에선 소규모의 사람들이 강북과 같은 자신만의 공간을 창조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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